천자암 가는 길의 밤꽃 향기
냄새와 향기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쥐새끼처럼 이익에 눈멀어 살살거리면 방귀냄새 나는 놈이라 눈 흘기고, 이타적 삶을 사는 분에게는 꽃향기 나는 사람이라 존칭한다.
천자암은 조계산의 남쪽에 위치한다. 두 그루의 향기로운 쌍향수가 있어 범상치 않은 절집이다.
화순 동복천이 사평을 지나 한바탕 굽어지는 곡천에서 벌교쪽으로 조금 가면 이읍마을이다. 읍사무소 앞마당에 차를 세워놓고, 터덕터덕 언덕길을 1시간여 걸으면 조계산 중턱의 천자암이다.
물론 송광사나 선암사에서 조계산을 올라 장군봉(887m)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큰 굴목재 쪽 보리밥집에서 막걸리도 한 잔한 뒤 느긋하게 찾아볼 수도 있다.
쌍향수는 나란히 서있는 두 그루의 곱향나무다. 왼쪽 항나무가 오른쪽 향나무에 은근히 기대며 끌어안은 모습이다. 한 나무를 밀면 두 그루가 함께 움직이고 만져보기만 해도 극락에 간다고 하니 이 험난한 세상 빨리 하직하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나무다. 고려 때 보조국사와 제자 담낭법사(중국의 왕자였다 함)가 지팡이를 나란히 꽂으니, 잎이 나고 가지가 벋었다는 전설이 있으나, 실제로는 조선 선조 때 서역에서 건너온 수령 8백여년의 곱향나무로 천연기념물 88호다.
천자암 가는 길의 백미는 무엇보다도 온 산에 피어나는 밤꽃향기다. 그러니까 밤꽃 필 때 한 번 찾아가보라는 것이다. 아카시아꽃은 향기는 좋지만 꿀에서는 향수 냄새가 난다. 밤꽃꿀은 쓰고 톡 쏘지만 꽃향기는 정신을 혼미 시킨다. 바로 이 세상에 사람을 번성하게 해온 정(精)향기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속물들이 득세하는 세상사는 잠시 버리자. 이제 곧 천자암 가는 길에 지천으로 밤꽃이 필 때다. 이 세상 정분이 나면 그 아니 좋은가? 맘 설레는 연인 손잡고 밤꽃향기 맡으며 천자암 쌍향수 찾아가보자. 연인의 어깨에 넌지시 기댄 모습으로 쌍향나무 앞에서 사진도 박아보자.
모내기가 한창인 이읍마을을 지난다
온산 천지가 밤꽃으로 뒤덮인 길을 지나 천장암 입구에 다다른다
천자암에서 흘러 내려오는 천자수
종각이 절집 밖에 위치해 있다.
종각 아래 천년 고목이 죽어서도 지혜를 알려준다. 이 잘난 놈아! 사람도 썩으면 죽어야...
중국의 왕자인 담낭법사가 세웠다는 천자암
사랑과 은혜를 나누는 쌍향수
좋은 곳 곧장, 빨리 갈 사람만 만지시오. 어! 그런데 아무도 없네.
하나인듯, 둘인듯 남북도 이러했으면...
어야 저 농부 논갈이 하네.
'나라 안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함평천지 군유산 (0) | 2011.06.15 |
---|---|
천사의 꽃 3백만송이 장미 (0) | 2011.06.07 |
어머니의 품속, 모후산 (0) | 2011.05.13 |
향기를 쌓아놓은 산 분적산 (0) | 2011.05.06 |
금 캐는 산 개금산 (0) | 2011.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