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3일, 일요일 늦은 오후다. 금방이라도 장맛비가 쏟아질 듯 하늘은 어둡다. 괘념치 않고 여름의 어등(魚登)을 휘적휘적 오른다.
땀이 줄줄 머리끝에서 발 끝까지 흐른다. 눈에 들어가니 쓰리고 입에 들어가니 짭쪼롬하다. 쉬 잘못한 것처럼 아랫도리가 척척 감긴다.
그래도 땀 흘리니 정신이 맑아진다. 몸이 훨훨 푸른 숲 위로 나른다.
송정의 진산이며 한말 호남 의병의 무대였던 어등산은 글자 그대로 고기의 등처럼 밋밋하다.
하지만 이 어등이란 이름은 한글 창제 이전 한자의 음과 뜻(훈)을 빌어 표기한 고유의 우리말이라 한다. 따라서 한자의 뜻 그대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다.
옛날에 부족간에 전쟁을 치르게 되고, 이기기 위해선 상대방의 지리, 지형 파악이 선결 조건이었다. 이때 내나 강이 합류하거나 갈라지는 곳은 지리, 지형을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었다. 때문에 이것이 지명으로 굳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영광쪽 부족과 장성쪽 부족간에 전투가 있었으리라. 그리고 어등산 쯤이 두 부족간의 결전장이 되었을 터다. 황룡강과 강 주변의 들판이 그들의 황금밭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어야, 근께 그곳이 얼물이랑께"
그러니까 어등산을 안고 황룡강(장성쪽)이 흘러오고 평림천(영광쪽)이 들어와 지금의 송산교 앞에서 합류하는데 그 곳이 바로 어등산 서쪽 끝자락이다.
그렇게 두 물줄기가 합류하는 곳을 '얼물'이라 했다. 이 '얼'은 신라 '향가'의 ‘서동요’에 '선화공주님은 남몰래 얼어두고 밤에 몰래 맛동을 안고가네' 와 ‘얼 가(嫁)’, ‘어를 취(娶)’ 등과 같이 ‘합할 합(合)’을 뜻하는 고대국어, 우리 말이다.
따라서 고대인들이 어등산을 처음엔 '얼등'이라 불렀을 것이며 여기에 산(山)자가 붙어 '얼등산'이 되었다가 다시 '어등산'으로 굳어진 것이다.
봄에도 가고 가을에도 가고 겨울에도 간다. 오늘은 여름 어등이다.
얼등산, 한 가족이 정답다. 얼등을 오르는 또 하나의 들머리 보문고의 조각동산이다
그대여 생각하라. 하지만 머리만 너무 키우지 마라.
강태공 아닌 못태공들이 여름을 낚는다
고기 대신 수련을 낚는다
옥수수, 참깨가 싱그럽다. 쪼까 위쪽 고추밭에 고추도 탱글탱글 많이도 달려있었다.
부부합한수 자귀나무가 꽃을 피웠다.
골프장 땜시 얼마 전 새로 등산로가 났는데, 참으로 빠르다. 어느새 돌탑이 섰다.
비러먹을... 골프장 땜시 새로 난 등산로가 약을 올린다. 그래서 점잖치 못하게 골프장에 욕을 한다.
어쨋거나 나무아비 타불, 아멘, 알라알라! 기도 드린다. 하지만 하이! 히틀러! 는 절대 안된다.
등룡정이다.
용이 되어 승천하는 곳이다. 어디 용까지야? 매실주 석잔으로 만족이다.
여름산은 338m도 버겁다. 석봉에 오르니 그래도 바람이 불어오고 시원하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골프장을 건설해 새마을을 가꾸세.
송정리는 운무에 가리고 골프장은 눈 아프고 눈을 가까이 가져오니 또 자귀꽃이다
석봉에서 광주쪽을 바라본다. 산 너머 인생들이 복작복작 사랑을 나누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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