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 여행기

2011년 봄, 지리산 산수유 마을

운당 2011. 4. 15. 08:04

2011년 봄, 지리산 산수유 마을

 

왜 그곳에 산수유가 있었는지를 묻는 것은 우주의 끝이 어디 있는지를 자문해보는 일과 같을 것이다.

단지 미약한 인간의 몸으로 그곳에 산수유꽃이 있어, 이른 봄을 맞아주니 감사를 드릴 뿐이다.

지리산 자락 산동골을 찾은 것은 3월이 지나가는 수요일 23일이었다. 길고 추웠던 겨울이 가고 봄볕이 따사한 그런 날이었다.

숲에서 나온 산골 물소리, 그 맑고 보드라운 몸을 통째로 햇살이 끌어안는 그런 날이었다.

 

 

사람에게 나이가 있듯 이날 봄의 나이는 열 다섯살 쯤이었다. 산수유꽃은 그 보다 어린 열두살 쯤, 수줍은 가시내거나 머시매였다.

 

돌담길 따라 봄 산골물이 흐르고, 맘도 따라 흐른다.

돌달길은 정겹게 나그네를 맞는데,

돌달길 안 오순도순 살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꽃따라 물따라 오솔길을 오른다.

인생사 고행길이지만 잠시 쉬면서 뒤도 보고 앞도 보며 아름다움도 본다.

생전 목욕도 안한 듯한 때죽나무와 느티나무가 살갑게 끌어안았다.

아직 물이 차지만 세속의 때 훌훌 벗겨내는 물이 마음으로 흘러든다.

깊은 숲에선 노오란 생강나무꽃이, 그 아래 계곡엔 산수유꽃이 이른 봄을 맞는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바위처럼 변함없이 그 꽃과 물을 만난다.

재수 없으면 개똥밭이지만 좋으면 넘어져도 꽃밭이다.

오는 길에 고달못에서 이승과 저승의 문을 만났다.

어이하여 그 늙은 몸으로 우릴 가르치고 계시우?

높고 낮은 저 무덤은 영웅호걸이 몇이며, 절세가인이 그 누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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