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 여행기

삿갓 선생의 강진 금곡사

운당 2011. 4. 21. 09:55

 

삿갓 선생의 강진 금곡사

 

 

금곡사는 강진읍과 강진만을 품고 있는 보은산 우두봉 자락 석문 안에 숨어있는 고찰이다.

강진읍과 작천면을 오가는 까치내재에 마치 성벽처럼 마주한 석문이 있다. 그 석문을 성큼 들어서면 신라 말 밀봉대사가 지었다는 금곡사와 우두봉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처음에는 성문사였고 나중에 금곡사라 개칭했다 한다. 금곡사라 한 것은 이곳에 금광이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사찰 옆 개울가에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동굴이 금광의 흔적으로 남아있다.

대웅전 앞마당의 백제계통 고려양식인 삼층석탑(보물 829호)의 복원작업(1985) 중 석가세존 진신사리 32과가 발견되었다.

임진왜란 때 왜구를 격파한 이 고장 출신 김억추 장군이 마셨다는 전설이 깃든 약수는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물의 양이 일정한데, 이 약수를 풀로 만든 대롱으로 마시면 신경통이 낫는다 한다.

 

 

이곳에 방랑시인 김삿갓이 남긴 시 한 수가 있다.

雙岩竝起疑紛爭/一水中流解忿心

두 바위가 나란히 솟아 다투는가 여겼는데/한 줄기 물 가운데로 흘러 성낸 마음 풀어주네.

 

 

김삿갓이 남긴 이 열 넉자의 짧은 시가, 이 시대 나그네들의 발걸음을 오래 멈추게 한다.

현실과 외부세계를 격리시키는 쌍바위는 이 세상의 분노이다. 하지만 그 틈을 헤집고 흐르는 작은 개울물이 그 못난 중생들의 분노를 구도의 길로 이끌어 가는 혜안인 것이다.

김삿갓은 삿갓 밖 세상은 분노였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는 세상을 사는 교훈이었다.

성철스님이 '이뭐꼬?'라는 화두풀이로 동정일여(動靜一如)의 경지에 이르렀다 한다. 밀봉대사가 이곳 석문 안에 사찰을 세운 것도 화두를 벗고 해탈의 경지에 이르기를 바라는 염원이었을 것이다.

김삿갓의 시 역시 그런 경지를 노래한 것 아니겠는가?

삿갓 선생은 이곳 금곡사에 잠시 머물다, 장흥 보림사를 지나 함평 용천사로 갔다. 가는 도중에 시 한 수를 또 남겼다.

 

 

千里行裝付一柯 餘錢七葉尙云多 囊中戒爾深深在 野店斜陽見酒何

천릿길을 지팡이 하나에 맡겼니/남은 엽전 일곱 푼도 오히려 많아라/주머니 속 깊이 있으라고 다짐했건만/석양 주막에서 술을 보았으니 어찌하랴.

 

 

나그네여! 그대의 발걸음이 강진에 이르거든 호주머니 속 돈 아깝다 말고 삿갓 선생과 술 한 잔 나누시라.

 

석문을 들어서면 금곡사다. 

 김삿갓 시비, 석문 바위의 송악이 짙푸르다.

 우두봉이 눈 앞이다.

 우두봉에서 바라본 강진읍과 강진만이다.

 금곡사에서 바라본 석문의 모습, 두 갈래 길도 하나가 된다.

 대웅전과 삼층 석탑

 범종각, 오른쪽 동굴이 금굴이다.

내년에도 또 널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