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캐러 가느니, 화순 옹성산으로
2011년 4월 13일 옹성산을 찾으니, 바람도 따사롭다. 옹성산 항아리에 바위옷은 여전하고, 진달래는 붉다. 현호색, 산괴불주머니, 산자고, 제비꽃, 보춘화가 바쁠 것도 서두를 것도 없는 나그네를 반긴다.
천길 벼랑에 소나무가 의젓하고, 적벽강이 휘돌며 낯익은 지도 한 장을 그린다. 고사리며, 원추리, 참취를 얻는 귓가의 새소리는 임을 부르는 사랑노래다. 옹성을 한 바퀴 휘돌아 내려오니 저만큼 반기는 가인이 있다.
김삿갓이다. 그 김삿갓이 동복에서 읊은 시가 ‘약 캐러 가는 길’이다.
약경심홍선(藥徑深紅蘚)
산창만취미(山窓滿翠微)
선군화하취(羨君花下醉)
호접몽중비(胡蝶夢中飛)
약 캐러 가는 길가에 붉은 이끼가 깊고
창밖 산에는 푸르름이 가득한데
그대 꽃 아래 취해 있음이 부럽구려
나비는 꿈속에서 날고 있겠지
화순 동복은 약초로 유명한 고장이다. 동복을 둘러싼 무등산, 백아산 모후산에서 장뇌삼이 많이 재배되었다 한다. 지리적, 지형적으로 좋은 약초가 산에 지천으로 있었으리라.
그곳에 삿갓 선생이 잠시 머물렀다. 마을 사람들이, 아낙네와 처자들까지도 약초를 캐러가는 날 삿갓 선생은 그들 뒤를 따라 나섰다.
동복의 명산이 또 적벽의 주산인 옹성산이다. 옹성산은 이름 그대로 항아리를 엎어놓은 듯한 큰 바위산이다. 그 항아리처럼 생긴 바위가 갈수기에 붉은 빛을 띠는 바위손을 옷으로 입고 있다.
봄 날 약 캐러 가는 길, 산천은 아름답다. 가난이 어디 죄인가? 가난을 쪼개어 밥 한 그릇 나누어주는 사람이 바로 꽃 아니던가? 그 아름다운 꽃에 취해 호접몽을 꾸니, 어느 게 현실이고 어느 게 꿈인가? 가난하지만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살이의 모습이 평화롭고 아름답다.
열심히 살고 아름답게 세상을 볼 수 있는 삶이라면 이 세상 더할 행복이 또 있겠는가?
그런 사람들과 작은 가방 하나 달랑 매고 산길을 나설 생각에 잔인하고 잔혹한 세상이 두렵지 않은 것이다.
옹성산의 봄, 잔털제비꽃부터 만난다.
옹성산성, 물, 농토까지 있어 철옹성이라 했다.
옹성산 정상에서 바라본 적벽강, 낯익은 지도다. 그것도 좌우 물길까지 셋이다.
오른쪽 위로 보이는 산이 무등산이다.
옛 절터다. 잠시 묵상에 잠기니 도인이 된다.
쌍굴. 산도 숨을 쉬려니 구멍이 둘이다.
현호색, 수줍은 아가씨꽃이다.
산자고꽃, 산이 잘 때 별이 꽃이 되었다.
바위손 두 봉우리, 가파른 벼랑 사이로 난 계단 길, 위쪽은 낙원, 아래는 속세다.
보춘화
봄을 보해야 또 한 철 꽃으로 환생하는 것이다.
항아리산이 바위손을 옷으로 입고 있다. 그나저나 저 항아리 속에 뭐가 있을까?
진달래에 취한 봄 나그네
솜나물과 보춘화
산괴불주머니
옹성이 코끼리? 아니 사자? 청마?
개별꽃 오른쪽 아래는 만주바람꽃
천길 낭떠러지가 무섭지 않은 낙락장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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