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백암산 얼레지
백암산은 광주 인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산 중의 하나였다. 교통이 불편한 시절 백암산만큼 우릴 친근하게 맞아준 산이 있었을까?
가깝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봄꽃이며 가을 단풍이 산세와 어울려 절경이고, 산채위주의 음식 또한 맛있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의 애틋하고 달큼한 추억이 서리서리 어려 있는 산이 바로 백암산이다.
2011년 4월 6일, 봄이 지나는 길을 따라 백암산을 찾았다.
배움의 고찰 백양사를 한쪽 날개에 품고 백암산의 천길 벼랑은 하늘로 날아오를 듯 봄 나그네를 맞아주었다.
계곡을 따라 군락을 이루며 수줍게 맞아주는 얼레지꽃, 꿩의 바람꽃, 현호색이 나그네들을 반갑게 맞아주던 주인공들이었다. 연두색 손가락을 내민 원추리들도 다음 산행을 만만찮게 유혹하는 예쁜이들이었다.
가인 마을에서 사자봉으로 오르며 장성호 쪽을 건너다보니 아름다운 여인이 머리를 풀고 누워서 하늘을 안고 있었다.
세상에 저토록 아름다운 여인이 있을까? 산을 오르며 눈길을 떼지 못했다.
아름다운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나는 과연 아름다운 사람일까?
아니면 말고 식의 입만 열면 거짓과 기만, 선택과 집중, 효율과 성과, 냉혹한 무한경쟁과 승자독식, 물신주의 배금사상이 바로 오늘의 현실이다.
그런 세상에 살면서 인간의 체온, 꿈, 이웃의 단어를 잊어서일까? 지금도 머리 풀고 누워 가없이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그 여인의 품에 따뜻하게 안기고 싶다.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는 세상, 아름다운 사랑을 얘기하는 세상.
큰 사랑이 세상을 안아주었으면 싶다.
졸참나무를 팽나무가 안고 있다. 아니 졸참나무가 팽나무를 안아주는 걸까?
꿩의 바람꽃이 이제 소풍마친 나무를 안고있다. 나무는 죽어서도 아름답다.
뿌리열매를 녹말로 사용했다는 얼레지꽃과 상사초다. 얼레지 지고나면 상사초 피겠지.
힘들게 사는 만큼 보람이 있겠지.
현호색꽃이 보라빛 얼굴로 봄 얘기를 한다. 허리 숙여야, 진짜로(?) 무릎 꿇어야 그 귀한 말씀 들을 수 있다.
세상을 보는 눈은 여러 가지다. 해봐서 안다고 잘난 체 말아라!
안해본 사람도 진실과 정의가 무엇인줄을 안단다. 알았냐?
까꿍! 나는야 술레! 동심이 천심이다.
머리풀고 누워 하늘을 안은 여인, 오른쪽이 장성호다.
좀 더 가까이 사랑을 구한다.
낮은 못이 높은 산을 잡아두는 구나.
절집에 잔치가 곧 있을 모양이다.
산 속에는 누가 살까? 다 잊고 속세로 간다.
천국이, 극락이 좋다고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하는 인간들 가버리면
(사실은 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겠지만)
나는야 개똥밭이라도 속세에서 못난 사람끼리 어울려 살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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