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광주는 지금도 비가 내리고 있다
-5․18 광주 민중항쟁 행불자 임옥환을 추모하며-
<고 임옥환>
1980년 5월 18일
무등산에서 벗들과 술 마시는데
시내에서 계엄군이 학생들을, 젊은이들을
뭐라고? 아녀자들까지
몽둥이로 마구 치고 대검으로 찌르고
머리통이 깨지고, 젖가슴을 찔려 붉은 피가 튄단다.
무슨 술맛이 나랴?
가슴이 벌렁벌렁 금남로로 나오니
5․18 민중항쟁의 역사에 발을 디딘 셈이다.
5월 19일부터 26일까지
아침이면 2천원을 호주머니에 넣고
도청 앞으로, 금남로로 나갔다.
천원은 모금함에 넣고, 천원은 점심값이다.
광주천 다리 건너면 돼지고기를 석쇠에 구워주는 집
대여섯이 천 원씩 모아 안주 한 접시, 소주 두세 병
점심으로 때우고
구속인사 석방하라! 전두환은 물러나라!
기억도 가물거리는 그런 구호를
오른 손 번쩍번쩍 치켜들어
술기운에, 그것도 학생들 뒤에 숨어서 외쳤다.
27일!
……
2008년 5월 18일
문득 다시 그날을 떠올린다.
두 학생이 차편이 끊긴 길을 터벅터벅
고향인 고흥을 향해 걸었다
남광주, 학동을 지나 소태동을 벗어나는데
갑자기 콩 볶듯 기관총 소리
두 학생은 혼비백산 정신없이 뛰었다.
한참을 달리다가 문득 뒤돌아보니 한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
그 친구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도 다시 볼 수 없었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 임옥환
이제 남겨진 이름, 5․18 행불자(행방불명자)
누가 그대의 사진 앞에서 입이 찢어지게 파안대소 웃는가?
누가 그대의 상석을 더러운 구둣발로 짓밟는가?
입만 열면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긴다면서
민주화의 성지는 구겨서 던져버리는 휴지쪼가리
대동세상은 광우병 걸린 미국쇠고기 먹고 지껄이는
한낱 잠꼬대란 말이냐?
칠월 칠석에도 비가 내린다는데
5․18에 어찌 비가 내리지 않으랴?
2008년 5월 18일
임옥환! 님의 이름이 비가 되어
진종일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임옥환!
남겨진 님의 이름은 영원하리니
고이 영면하시라.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518 기념관에서 2MB>
<518 국립묘지에서 2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