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는

운당 2008. 4. 29. 07:38

 <시>

4월에는


4월에는

노들강변 봄버들

휘휘 늘어진 그 가지에 걸린

무정세월이 물결에 어리고

강둑길 달려가는 자운영 꽃 그림자 어리고

어미 찾는 목매기의 울음이 어리고

햇살도 바람도 흰구름도 어리고

사라져버린 그 세월이 그렇게 어리고 어리고


4월에는

침침한 눈인들 바늘귀 못 꿰랴?

삼단 같던 그 머리카락 수건으로 질끈 동여

흰머리에 동그란 똬리 얹어

길게 늘어진 한 가닥 지푸라기 입에 물고

평생 밟던 그 논길 밭길 지나

점심광주리 이고 오시던

봄 햇살에 검게 그을린 얼굴

어머니!

산등성이 묏등에 할미꽃이 허리 구부렸다.

저 활활 타는 심심산천 진달래꽃불

오늘이사 불 환히 밝혀라.

온 산천 환하게 불 밝혀라.


* 똬리 : 짐을 머리에 일 때 머리에 받치는 고리 모양의 물건인데 짚이나 천을 틀어서 만든다.

 

그리고 4월에는

이 어머니의 눈물도

닦아주는

그런 달이었으면 한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주는 지금도 비가 내리고 있다  (0) 2008.05.18
스승의 날  (0) 2008.05.17
미친소  (0) 2008.04.20
4,19혁명, 김주열  (0) 2008.04.14
봄비  (0) 2008.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