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운당 2008. 2. 27. 12:08

<시>

봄비

 

일본놈들 나라꽃을 참 잘 정했어

주룩주룩 봄 비 내리던 날

허여멀건 대낮부터 술잔 부딪치던 날

모처럼 벚꽃 구경 하려다가

종일 비에 주막에 눌러 앉았다

아, 어제까지 그렇게 날이 좋았는데

나무가 온통 꽃이라니

둥둥 꽃구름이라니

그래 일본놈들 정말 나라꽃은 좋아

잎새주가 싸르르 식도를 탄다

 

우리나라 꽃은 이름이 좋아

무궁화, 무궁화, 암 이름이야 좋지

아니 뭐 벚꽃의 원산지가 한국이라고?

꽃이 아니고 땅을 무궁하게 사랑한다고?

삼천리 땅강산이라고 아냐?

돈도 안 나오고, 밥도 안 나오는

그래도 술맛 나는 그런 얘기

내리는 비만큼이나 주룩주룩

후줄근히 젖어서

 

전봇대에다 보금자리 틀었다가

쫓겨나고, 또 쫓겨나는 까치처럼

무궁한 땅강산에서 그 땅 한 평도 없이

진종일 내리는 비에 쫓겨

아, 일본놈들 나라꽃은 좋아

그 좋은 꽃이나 좀 보려는데

아침부터 봄비가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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