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맞이 시>
따뜻하고 환한 해
아직 어두운 새 해 아침
문득 우리 어머니 돼지고기 솜씨를 생각 한다
야들야들 썰어내는 향긋한 삶은 고기
보글보글 얼큰한 김치찌개
노릇노릇 구워서 파절이, 마늘, 거기에 고추 툭 부질러
배추 속잎이나 상추로 싸서 한 입 미어터지게 먹던 삼겹살
처녀시절엔 친정 아버지
결혼해선 남편
그리고 들독 같은 자식들, 눈에 넣어도 안 아프던
이제는 이따금 집에 들리는 손주 녀석들에게까지
해마다 돼지고기 삶고 끓이고 구어서 먹이는 우리 어머니
당신 입에는 한 점도 넣지 않았던 돼지고기를 생각한다.
새 해 아침 그 세월을 속절없이 세어본다.
올해도 자식들 좋아하는 돼지고기 삶고
김장 김치 쑥쑥 썰어서 얼큰하게 찌개로도 끓이고
식구들 모여 삼겹살에 소주도 마실텐데
자식들 좋아하는 모습만 보고도 기분 좋다며
그 맛있는 돼지고기 느끼해서 싫다며
평생을 자신의 입에는 한 점도 넣지 않은 우리 어머니
오늘 아침 문득 그 사랑 깨닫고 가슴 아리는데
우리 어머니 흐릿해진 시력처럼
아직은 산 너머에 있는 2008년 새 해 아침
이왕이면 우리 어머니 돼지고기 같이 맛도 있고
어둡고, 춥고, 쓸쓸한 곳을 비출 새 해를 기다린다.
따뜻하고 환한 새 해를 기다린다.
(2008.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