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뭐하냐?
다들 옷 갈아 입었는데
넌 뭐하냐?
-누릴 거 다 누리고
가질 거 다 가져보고도
다 늙어 죽음에 이르러서도
끝까지 부와 권력을 움켜쥐고 바등대는 게
인간이기에
나무도 추하게 보여야 했겠지요.
버드나무와 은행나무 너무 정겨웠습니다.
수고했다
그 말 한 마디
축 쳐진 두 어깨를 따스하게 감쌉니다.
-왼쪽나무는 수은행나무고 오른쪽은 암은행나무지요
암은행나무는 은행알을 맺느라고 모든 힘을 다했기에
잎을 모두 떨구었지요.
옆의 수은행나무는 잎 떨군 암은행나무를 감싸주려고
아직 잎을 붙들고 있지요.
그런데 수은행나무도
암은행나무쪽 가지에는 잎들이 없네요.
암은행나무가 열매를 맺을 때 수고했나 봅니다
어디 사랑이란 게 쉽기만 하겠어요?
안개 속에 서 봅니다
억새가 되어 봅니다.
-이른 새벽
못가에 나가
안개에게 묻습니다.
삶이 뭐냐고.
귀 기울여 들어봅니다.
안개는 고개 숙인 억새가 되라 합니다.
억새는 햇살에 스러지는 안개가 되라 합니다.
안개와 억새가 함께 말 합니다.
이따금 땅에 누워 하늘도 보라 합니다.
길
가고 가고 또 가면
제 자리로 다시 온다 합니다.
-모르는 길
알 수 없는 길
걷고 또 걸어
가까이 가까이 다가서서
사랑하는 임을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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