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아닌 시

운당 2007. 11. 20. 06:24

넌 뭐하냐?

다들 옷 갈아 입었는데

넌 뭐하냐?

 

-누릴 거 다 누리고

가질 거 다 가져보고도

다 늙어 죽음에 이르러서도

끝까지 부와 권력을 움켜쥐고 바등대는 게

인간이기에

나무도 추하게 보여야 했겠지요.

버드나무와 은행나무 너무 정겨웠습니다. 

수고했다

그 말 한 마디

축 쳐진 두 어깨를 따스하게 감쌉니다.

 

-왼쪽나무는 수은행나무고 오른쪽은 암은행나무지요

암은행나무는 은행알을 맺느라고 모든 힘을 다했기에

잎을 모두 떨구었지요.

옆의 수은행나무는 잎 떨군 암은행나무를 감싸주려고

아직 잎을 붙들고 있지요.

그런데 수은행나무도

암은행나무쪽 가지에는 잎들이 없네요.

암은행나무가 열매를 맺을 때 수고했나 봅니다

어디 사랑이란 게 쉽기만 하겠어요?

안개 속에 서 봅니다

억새가 되어 봅니다.

 

-이른 새벽

못가에 나가

안개에게 묻습니다.

삶이 뭐냐고.

귀 기울여 들어봅니다.

안개는 고개 숙인 억새가 되라 합니다.

억새는 햇살에 스러지는 안개가 되라 합니다.

안개와 억새가 함께 말 합니다.

이따금 땅에 누워 하늘도 보라 합니다.

가고 가고 또 가면

제 자리로 다시 온다 합니다.

 

-모르는 길

알 수 없는 길

걷고 또 걸어

가까이 가까이 다가서서

사랑하는 임을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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