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이 있었다. 세상이 시끄러웠다.
그때 그러는 게 아니라고 탄핵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자 검사가 공무원법과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였다.
나를 기소한 검사 나으리, ‘뭐가 어째? 늬들이 뭘 안다고 그래?’ 가소롭기 그지없었으리라.
1심법원에서 공무원법 위반으로만 벌금형을 받았다. 금액은 70만원이었는지, 어땠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그 비웃음 날리던 낯바닥 훤한 검사가 1심 판결에 불만이 있다며 2심에 항소하였다. 선거법도 위반하였으니 엄중히 벌을 물어 징역형을 언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2심에서도 공무원법 위반으로만 판시하여 벌금도 줄여서 5십만원으로 선고하였다.
나는 그걸 인정하여 벌금을 물고, 노무현 대통령이 원칙을 지키고 역사를 바로 세우는 대통령이 되길 기원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 비웃음 검사가 발끈하여 대법원에 항고를 하였다. 노무현 탄핵 반대는 총선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그 발끈 검사의 손을 대법원 판사 김황식(?)인가 김횡식(?)인가 죄송하다. 높은 이름은 주눅이 들어 기억이 잘 안 되어 미안하다. 나야 발에 차이는 흔한 김가지만 꽤 이름 있는 명문가의 김씨라고 들어서 더욱 미안하다.
아무튼 신문을 보고 알았다. 그 김 판사가 명백하게 선거법까지 위반했으니, 재판을 다시 하라고 고법으로 사건을 되돌려 보냈다고 했다.
끝까지 물고 늘어진 검사는 그 날 밤 어떤 얼굴을 했을까? 잘 배운 법률 지식으로 못된 인간들 끝까지 물고 늘어졌으니 자신의 앎이 영광이로소이다! 축배를 들었을까? 하긴 그 도둑놈 가시같은 끈질긴 재주로 고과 점수 잘 받아 승진의 발판을 마렸했겠지.
그렇게 해서 나는 다시 고등법원 재판정으로 끌려갔다.
벌금이 40만원 보태어져 90만원이 되었다.
내가 환자복 입고 휠체어 타는 재벌총수가 아닌 담에야 어쩌랴? 90만원 벌금 물고 직장에서도 징계를 받고 좌천까지 되었다. 정말 시원하다고 박수를 쳤을 게다. 아니면 아주 쫓아내지 못한 걸 두고두고 한탄했으리라.
그러나 나는 누굴 원망 하거나, 나 자신의 행동에 대해 뒤돌아보지도, 따져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고 했다. 그 도둑놈가시처럼 끈질기게 날 물고 늘어지던 그 끈질긴 자들의 고귀한 뜻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그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사실관계만은 기록을 해두어야지 했다.
그리고 나도 도둑놈 가시가 되어 그 높은 자리에서 떵떵거리는 자들을 끝까지 따라 다닐 거라고 작정하고 썼던 시.
쓰잘데기 없는 소망묻었다가.
몇 해가 지난 오늘 밤 우연히.
그 해 탄핵 있던 해에 썼던 시를 찾았다.
그래. 그 때, 그 해에 이 시를 썼구나.
못난 놈! 바로 내가 썼구나!
<시>
도둑놈가시
온 몸 흔드는 그리움 털어내려고
들판을 휘적휘적 쏘다녔더니
도둑놈가시가 옷자락 가득 달라붙어
털고, 또 털어내어도
살갗을 파고들고 손등을 할퀸다.
할퀴어진 살갗에 붉게 베어나는 피
유난히 푸른 하늘에 빗금을 긋는다
깨진 얼음장 위로 물기 스며나듯
그 도둑놈가시 털어도 털어내도
살갗을 파고들어 심장을 찌르며
내 맘 모두 도둑질하더니
온 종일 안개비로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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