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디지게 패부렀다

운당 2008. 6. 25. 21:06

 

<시>

내가 나를 디지게 패부렀다

 

어야! 두환이하고 깨끗하게 권투 한 번 허고 싶네

그려? 글먼 자네가 이길 것 같은가?

아먼! 이기제. 내가 더 젊으니까.

아따, 이 사람아! 그 인간 육사출신, 또 축구선수였어

자네가 오히려 디지게 맞어. 그만 둬!

 

생각해보니 그렇다. 작고 못 생긴 내 몸뚱아리

디지게 맞고 코피 뚝뚝!

 

어야! 나도 대통령 하겄네

쥐새끼 하는 짓 보니 대통령 짓 별거 아니구먼!

그려? 그럼 자네 동영상에 자네 못된 짓거리 들켜도

나 아니라고 시치미!

위장 위조는 기본이고,

맞어! 걸 마사지. 마시지 걸 고를 자신 있어?

글고 말여, 쯔쯔쯔….

자넨 거시기여! 근께 뭐냐?

다 소용 없네, 발버둥쳐도 헛지거리랑께!

자네는 짐해 짐씨지만, 근께 지금 자네 고향은 전라도여!

라도! 알것써?

땅나라당 진골이 아니라 그말이시!

 

생각해보니 그렇다. 고소영도 아니고 강부자도 아니고

칙간에 앉아 ‘대똥 령’이나 싸며 아휴 냄새, 코 틀어쥐지. 쥐새끼지.

 

오늘 나는 나를 디지게 패부렀다.

친구가, 이제 잃어버린 낯선 이름 내 씨동무가 날 위로하는 말

어야! 그래도 난 자네하고 술 마셔

그 디런 인간들은 쓰레기여

했지만

 

오늘 나는 나를 디지게 패부렀다.

 

*디지게 패부렀다 : 전라도 표준말로 ‘몹시 때렸다’ 와 비슷한 말

*칙간 : 측간, 다시 말해 똥간, 좋게 말해 근심을 해결해, 해우소

*디런 : 더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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