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시>
눈깔
워메 미치겄네
나이 먹는 것도 서런디
눈깔까지 안보이니 말이다
오늘 일기예보를 말씀드리면
근께 저기압 가운데여서
흐린 시상이랑께
눈깔이 안 뵌다고 다 나쁘랴?
날 낳아 키워준 우리 어메
그 깊은 주름살은 안 보여
책가방 메고 백점짜리 시험지 흔들며
득달같이 달려올 때
치마폭에 매달려 빙빙 돌 때
엄마 냄새 나는 그 치맛자락으로
이마에 땀 훔쳐주던
그 미소어린 고운 얼굴로 보인당께
그라니 머덜라고 안경쓸까만
그런다고 늙으신 우리 어메
젊어진다냐?
그나저나 눈깔 안 보여도
디런 놈
쥐새끼 낯바닥
머시든지 지만 잘헌다고
번들번들 이마에 뚫린 세모난 독새 눈깔
그놈 눈구녘도 흐릿하니
오늘은 두 손 번쩍 올려 좃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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