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깔

운당 2008. 9. 28. 11:53

<욕시>

눈깔

 

워메 미치겄네

나이 먹는 것도 서런디

눈깔까지 안보이니 말이다

오늘 일기예보를 말씀드리면

근께 저기압 가운데여서

흐린 시상이랑께

 

눈깔이 안 뵌다고 다 나쁘랴?

날 낳아 키워준 우리 어메

그 깊은 주름살은 안 보여

 

책가방 메고 백점짜리 시험지 흔들며

득달같이 달려올 때

치마폭에 매달려 빙빙 돌 때

엄마 냄새 나는 그 치맛자락으로

이마에 땀 훔쳐주던

그 미소어린 고운 얼굴로 보인당께

그라니 머덜라고 안경쓸까만

그런다고 늙으신 우리 어메

젊어진다냐?

 

그나저나 눈깔 안 보여도

디런 놈

쥐새끼 낯바닥

머시든지 지만 잘헌다고

번들번들 이마에 뚫린 세모난 독새 눈깔

그놈 눈구녘도 흐릿하니

오늘은 두 손 번쩍 올려 좃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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