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시>
이화명충
이화명충
달빛에 고운 이화가 아니고
이화대학도 아닌 해충 벼멸구다
날개길이 22~34mm
백갈색 비늘로 덮인 머리
원뿔상으로 돌출된 이마
잘 생겼나?
암 뻔뻔하게 잘 났지.
어떤 인간들의 낯바닥이다.
유층으로 벼 그루터기나 볏짚에서 월동하고
번데기가 되었다가 5월 상순부터 나방이 되면
6월 상 중순에는 벼논이 온통 그들 세상이다.
성충의 수명은 6일 정도, 알은 3일 정도 낳는데
이 녀석들이 벼 잎이며 줄기를 갉아 먹으며
알을 낳고 또 낳고 대대로 이어지니
그 애비 애미에 그 새끼들이다
어린 벼부터 다 자란 벼까지
닥치는 대로 갉아 먹어치우니
다 키운 자식 눈앞에서 죽어가니
속 태우고 애 태우는 벼멸구 떼들이다
농부의 마음 짐작이나 할까?
1960~70년 무렵, 초등학교 시절
학교 숙제로 벼논에 석유담은 그릇
초저녁에 놓았다가 이른 새벽에 거둬서
한 마리 두 마리, 백 이십 칠 마리….
몇 마린가 세어서 학교로 가져갔다.
2008년 가을
올해는 병충해가 적어 농약을
한번 밖에 안했지요.
농부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번지는데?
그래? 그거 잘 됐소
아따 그 직불금 받아먹은 인간들
농부도 아닌 그 인간들
그것들이 바로 벼멸구
이화명충 아니겄소?
그 안 쓰고 남은 농약
쓸 일 생겼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