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9일 아침 영산강 사포나루에서 바라본 설산
<욕시>
지우고 싶다
미네르바
그가 마음에서 한국을 지운다고 했다.
마음을 지우는 건지 한국을 지우는 건지
첫눈이 흠뻑 내린 날 아침
설국의 기인 들길을 지나며
하얀 눈이 지운 세상을 보듬는다.
미네르바
그가 다시는 사랑하지 않을
산, 땅, 그리고 들녘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
하얀 눈이 무거워 휘어진
소나무 가지에서 비둘기가 난다.
비둘기 날개짓에 놀란 건
하얀 눈만이 아니다.
빨갱이라고 욕 먹을까봐
가시를 달고 지켰지만
청미래 덩굴 덩굴
흰눈으로도 감추지 못한
맹감이 새빨갛다.
뭐?!
배우 문근영에게
손가락질하는 그 자의 손가락 끝에
무자사화가 걸려있다는 구나
쥐의 해, 무자년의 색깔 논쟁
오른쪽으로 바꿔가 아니라
가운데로 갖다 놔라 란다.
그래서 무자사화를
어떤 인간의 이름을 따서
부른다고도 한다.
연산이거나 광해
아니면 네로나 히틀러
되는대로 생각해도 좋다.
무자년이니 쥐새끼사화도 좋다
2008년 12월 18일
19일 아침까지 하얗게
눈이 세상을 덮었다.
어떤 마을 이장의 방송이 생각난다
‘우리 마을 멋 되야부렀습니다’
미네르바가 지운 한국
문근영에게 손가락질 하는
무자사화의 나라를
그렇게 흰 눈이 덮었다.
영산강 사포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