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밖 여행기

이집트, 그리스, 터키 여행기 16

운당 2008. 3. 30. 21:13

14. 아고라-1월 20일 오전

 

아크로폴리스의 세 신전을 내려와 아래오스 파고스(단단하다)라는 지명의 커다란 돌바위 언덕으로 갔다.

아래오스 파고스에 거의 다 오니 길가에 사도 바울의 기념비가 있었다. 서기 52년 바울이 2차 전도를 떠나 이곳에 왔다가 고린도로 갔는데, 이를 기념하여 17장~32장의 성경이 커다란 돌에 새겨져 있었다.

아래오스 파고스는 쉽게 올라갈 수 있도록 사다리 계단이 놓여있었다. 돌바위에 오르니 툭 트인 사방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고대 그리스에서 최초로 재판을 한 장소라고 했다. 한 귀족이 자신의 딸과 정을 통한 청년을 고발하여 사형에 처했다는데 민주주의 절차라지만 듣기 섬뜩했다.

그러니까 이곳은 시장이란 뜻의 아고라이며 민주주의의 발상지라고 했다. 시장에 온 귀족들이 산 물건을 노예에게 들려 보내고 자신들은 이런 저런 환담을 하며 도시국가의 여론을 형성했다고 한다. 이를 본 따 젊은이들도 모이자, 6세기경 아크로폴리스 맞은편 프닉스(숨이 막히다라는 뜻) 언덕으로 아고라를 옮겼다고 했다.

한동안 그 아테네 최초의 아고라였던 아래오스 파고스 언덕에서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다.

대장장이 신인 헤파이토스(제우스와 헤라의 아들인데 낳아서 버려짐)신전, 바로 그 옆의 소크라테스 감옥(크리스마스 트리 모양의 나무가 있는 잔디밭 빈터), 로마의 아고라인 팔각정(시계탑)을 보면서 이곳을 다녀갔던 고대 그리스 인들을 추억하였다.

그들은 가고 이역만리 나그네가 그들을 위해 시 한수를 읊었으니, 역사란 오랜 기록으로 남겨진 찰나의 환상 아닐까?

 

<시>

아테네

 

아테네에선 모두가 다 얘기꾼이다.

신전의 돌기둥이 온전히 남은 세월을 이고

깨어지고 부스러진 돌조각들이

풀꽃 곁에 누워 도란도란 얘기를 나눈다

 

철학가의 지혜

정치가의 술수

시인, 음악, 조각가의 열정

3천년의 얘기가 실바람 한 줄기다.

아니다.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다.

 

인간보다 더 교활하고, 영악하며

스스로 어리석음과 탐욕에 젖어 당대에서 교훈이 된

인간과 함께 했던 신들의 세상에서

그 씨를 떨구어 어리석거나 현명한 신과 인간을 함께 먹여 살린

짝을 찾는 통통한 양이거나 암수 한꽃의 올리브 나무까지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그 한 마디 외침을 들으며

주인의 가족을 위해 삶을 짊어진 노예들의 발자국을 밟으며

잘 구워져 달큼한 냄새를 풍기는 빵 한 조각의 여인

적의 목을 베는 날카로운 창의 사내와 얘기를 나누며

 

아크로폴리스를 돌아 아고라에 다달으니

여기 아테네에선 역사도 사랑도 한낱

불어왔다 가버리는 실바람 한줄기거나

피었다가 흩어지는 아지랑이다.

<아크로폴리스와 작별을 한다.>

 <썬그라스를 낀 여인과 남자가 1초 뒤 뽀뽀를 했다>

 <서기 52년에 이곳에 온 사도 바울의 기념비>

 <아래오스 파고스 언덕의 아고라로 오르는 철제 계단에 이어진 돌계단>

 <아래오스 파고스 언덕의 아고라에서 바라본 아크로 폴리스>

 <헤파이토스 신전과 소크라테스의 감옥>

 <헤파이토스 신전 옆의 잔디밭 빈 터가 소크라테스의 유적지다>

 <가운데 쯤의 팔각정 건물과 그 옆의 시계탑이 로마의 아고라 터라고 했다>

 <가운데 쯤의 팔각형 탑을 찾아보시라.>

 <아테네의 아고라에서 바라 본 아테네에서 제일 높은 리카비토스 언덕. 사진 아래쪽 팔각형 건물이 로마의 아고라다>>

 <아래오스 파고스 언덕에서 바라본 아테네의 북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