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터키 이스탄불, 그리고 카파도키아-1월 21
1월 20일 저녁 7시 35분 그리스 아테네를 떠난 비행기는 1시간 반쯤 밤하늘을 날아 터키의 이스탄불공항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숙소로 가면서 터키식 인사법과 인사말을 배웠다. 만나면 반갑게 서로 볼을 맞댄다는 것이나 만족할 때 손바닥을 위로 모으고 흔든다는 표현 등은 써먹을 일이 없을 듯해서 건성으로 듣고, 아침인사가 ‘규나이든!’이고 보통 인사말이 ‘맨하버!’라는 것은 여러 번 되뇌었다. 호텔에 들어가면서 당장 써먹었더니, 상대방이 환하게 웃어서 다시 한 번 인사가 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이 상대방을 자극하는 말을 해서 일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실용과 경제만 찾는 경제동물들, 그러니까 천박한 이코노믹 에니멀, 어린쥐, 생쥐들이 판치는 사회에서 계산 하지 않는 웃음 인사를 얘기해봐야 무슨 소용있을까만.
아무튼 잘 자고 일어나 아침 7시에 호텔을 나섰다. 어제는 밤이라 안보였는데, 해변 길을 달려 터키공군사관학교 건물을 돌아서니 바로 이스탄불 공항이었다. ‘트룩하바욜라르’(트룩은 터키요, 하바는 하늘, 욜라르는 길)라는 TK에 올라 다시 한 시간 반쯤 비행하여 지역 전체가 유네스코 지정 문화재라는 카파도키아의 지방수도 카이세르 공항에 도착하였다. 겨울이래도 이스탄불은 온화한 날씨였는데, 카이세르는 산악지역이어서인지 하얗게 눈이 덮여 있었다. 비행기에서도 내려다 본 카이세르의 아름다운 설산은 핫산다으( 해발 3200m ‘다으’는 산이란 터키말)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버스는 한동안 핫산다으를 눈에 달고 평균 고도 750m라는 구릉지대를 이리 돌고 저리 돌아 1시간여만에 오늘의 목적지인 괴레메(반드시 보아야하는 곳이란 뜻)지역에 도착하였다. 맨 처음 마치 스머프들이 사는 집들처럼 생긴 사암군들이 동화의 나라를 이루고 있는 곳을 들렸다. 그곳을 바샤바(요정이 사는 마을)라고 한다고 했다.
이어서 새가 날개를 접은 것 같은 형상의 기독교 성지라는 우치히사르(뾰족한 바위라는 뜻이라 했는데)의 비둘기 계곡으로 가서 사암에 구멍집을 만들어 비둘기들을 길렀다는 기기묘묘한 바위군들을 내려다보았다.
점심은 바로 그 비둘기 계곡위의 가야국을 연상케하는 가야식당에서 촘례케밥(터키 전통식이라는 항아리밥)을 먹었다.
처음 들린 괴레메는 물론이려니와 그곳 우치히사르 지역은 로마의 박해와 로마병사의 눈길을 피해 기독교인들이 숨어산 곳이라고 했다. 기독교인들의 애환이 서린 바위동굴, 바위교회 등을 둘러보며 잠시 상념에 젖었다. 인간의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은 그만두더라도 인간구원이라 말하는 종교를 두고 탐욕과 살육의 전쟁까지 치르는 인간들의 오만과 편견이 무엇인지? 오늘날에도 변함없는 그 되풀이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그저 상념일 뿐이었다.
서서히 해는 기울고 나그네는 오늘의 마지막 일정으로 요정 3부자가 사이좋게 산다는 3부자 바위를 만나러갔다. 그곳에서 핫산다으에게 흰모자를 물려받은 3900m 에르지에스다으의 의젓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른아른 하늘에 뜬 모습이 아름답기도 했다. 욕심을 티끌처럼 버려라. 쥐새끼처럼 촐랑대고 촐싹거리는 인간들에게 의연한 모습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고 있었다.
배우면 바로 써먹어야 한다. 숙소인 베라 호텔에서 저녁밥으로 맛있는 미음을 두 그릇이나 비우고, 소주 한잔을 맛있게 걸쳤다. 복잡한 인간만사 그 소주 한잔으로 다 버리고 잊었다.
<요정이 사는 마을의 스머프들의 집>
<요정이 사는 마을에 낙타를 타고온 나그네>
<예쁜 꽃이 있음 진짜 더 요정의 마을이라 여겨질텐데>
<요정의 마을을 나오니 양떼를 모는 사람 사는 세상이다>
<괴레매 지역으로 왔다. 오른쪽 산자락에 늘어선 바위군이 세종대왕과 신하들이라고 했는데, 사진이 작아져서...... 암튼 맨 위가 세종대왕임다.>
<기독교인들이 숨어 살았다는 바위굴이 보인다>
<이제 세종대왕 보이지요? 산자락 중간쯤 두 팔을 모으고 신하들의 인사를 받고 계시는 분입네다>
<바위에 구멍을 뚫어 교회를 만든 곳이다>
<바위 굴 집, 굴뚝이 셋이니 부잣집이다.>
<사다리가 놓여 있는 굴이 교회라고 했다>
<괴레매 지역의 바위굴을 찾아오는 나그네를 맞이하는 기념품 가게>
<바위 동굴, 동굴 안 벽화가 죽음 앞에 선 삶의 여유를 보여준다.>
<이제 또 동굴 속에 숨어 살 일이 생길까? 괴레매 지역을 벗어나 우치히사르 지역으로 간다.>
<우치히사르의 지역의 상징, 뾰족바위. 지하에는 지하동굴이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다>
<신라에 나라를 내준 가야국이 이쪽으로 왔는지 모르겠다. 세종대왕도 이곳에 와서 바위가 됐으니 말이다.>
<우치히사르, 비둘기 계곡의 모습>
<촘촘히 뚫린 바위굴, 저 속에서 사랑과 증오가 함께 했을 게다>
<3부자 바위 앞에서 가족의 유대와 연대를 생각해본다>
<저 멀리 3900m 에르지에스다으가 흰 모자를 쓰고 공중에 떠있다. 티끌같은 세상에서 잘난 체 하지 말라고 가르쳐 줬는데, 금세 잊고 만다.>
'나라 밖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집트, 그리스 , 터키 여행기 20 (0) | 2008.04.19 |
---|---|
이집트, 그리스, 터키 여행기 19 (0) | 2008.04.09 |
이집트, 그리스, 터키 여행기 17 (0) | 2008.04.01 |
이집트, 그리스, 터키 여행기 16 (0) | 2008.03.30 |
이집트, 그리스, 터키 여행기 15 (0) | 2008.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