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아크로폴리스의 세 신전-1월 20일 오전
겨울이지만 섭씨 16도의 맑은 날씨다. 설레는 마음으로 처녀의 집이란 뜻의 파르테논 신전과 승리의 여신 니키 신전, 소녀 기둥으로 유명한 에렉티온 신전이 있는 아크로폴리스(높은 언덕, 도시라는 뜻)를 향했다. 그리스하면 신화 속의 주인공들이 떠오르고, 그들이 살았던 집이 파르테논 신전이다. 뜻밖에도 그곳에서 미의 신인 아름다운 아프로디테를 볼지도 모르고, 술에 취해 아직까지 뭉그적거리고 있는 술의 신 디오니서스를 만날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 마음이 설레고 발걸음이 가볍지 않을 수 없었다.
아크로폴리스에 도착하니 입구에서부터 온통 올리브 숲이었다. 비로소 열매를 자세히 보았는데 대추와 비슷하였다. 식당에서 서양대추인줄알고 집어 먹었다가 신맛, 짠맛, 쓴맛이 뒤섞인 그 이상한 맛에 혀를 내눌렀던 작은 과일이 바로 그 올리브였던 것이다. 올리브는 운동선수들의 동상예방, 성화채화, 신전의 의식, 식용으로도 다양하게 쓰이는데 12월부터 이듬해 3월경까지 수확을 하고 열매의 종류도 다양하다고 했다. 그리고 아테네신이 양성이듯 이 올리브도 암수한꽃으로 아테네 신을 상징한다고 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이 올리브 열매를 신의 선물로 생각했었음이 틀림없다.
신전으로 오르기 전 먼저 6천명을 수용한다는 이로드 아띠크 야외음악당을 만났다. 아티카에서 태어난 대부호 이로드 아띠코스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지어서 161년 아테네시에 기증했고 터키 전쟁 때 파괴되기도 했다는데, 5~6월 중에 연극, 콘서트, 오페라 등의 공연이 열린다 했다. 나나무스꾸리, 파파로티도 이 음악당을 거쳐 갔다고 했다. 에우메네스 스토아 유적인 주랑(the stoa of Eumenes : 에우메네스는 기원전 362?~316의 알랙산더의 후계자 중 유일한 그리스계 장군이다. 그가 세운 아치형 주랑이 디오니서스 극장과 아띠크 음악당 사이에 163m의 유적으로 남아있다.)과 세계 최초의 모자이크 건물이며 야외극장인 1만 5천명 수용의 디오니서스 극장 유적이 이로드 아띠크 음악당과 더불어 그리스 역사의 산증인들인 셈이다.
이곳 이로드 아띠크 음악당에서 마주 바라보는 앞산에 전망대 비슷한 건물은 아테네 총독을 지낸 로마인 필로파포스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114년에 세운 송덕비라고 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남산에 일본 총독의 송덕비가 있는 셈이다.
잠시 사진을 찍은 다음 니케 신전, 파르테논 신전, 에렉티온 신전이 있는 곳을 향해 올리브 나무 숲 언덕을 다시 올랐다.
눈앞에 거대한 돌기둥의 건물이 나타났다. 신전의 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 프로필라이온이라고 했다. 프로필라리온 문을 바라보고 바로 오른쪽 건물이 니케 신전인데 한창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어 듬성듬성 하얀 돌이 드러난 돌길을 걸어 올라가 유네스코 1호로 지정된 파르테논 신전을 둘러봤다.
기원전 8세기경부터 6세기경까지 아테네가 도시국가로 발전하면서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신전이 건설되었으나 페르시아와의 전쟁으로 파괴되고 말았다.
그 뒤 기원 전 490년 마라톤 전쟁에서 페르시아에 극적으로 승리한 아테네는 여세를 몰아 기원 전 480년 집정관 테미스토클레스가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군을 격파했다. 테미스토클레스는 전리품으로 가져온 물자를 이용하여 폐허가 된 아테네의 부흥에 착수하였고 파르테논 신전 등을 재건하였다 한다. 그 뒤 다시 터키의 지배를 받을 때 파르테논 신전이 화약창고로 쓰이다가 1618년 베니스 전쟁 때 베네치아군의 포격으로 파괴 되었고 현재에도 복원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소크라테스가 마지막 유언으로 ‘닭 한 마리를 아스클레오피스 신전에 바쳐라’고 했다는 아스클레오피스 신전 터(아스클레오피스는 오늘 날에도 병원이나 약국에서 의술을 상징하는 ‘뱀이 기어오르는 지팡이’를 짚고 다닌 그리스인들의 의신(醫神)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병을 낫게 해달라며 신전에 나가 빌었으며, 병이 나으면 아스클레오피스 신전에 감사의 제물로 닭을 바쳤다. 독배를 마시고 죽어가는 소크라테스는 이제 병에 걸릴 일이 없다. 이승의 삶은 고통이고 병이며, 죽음은 바로 그 고통과 병에서 벗어나는 자유이며 해방이다. 직접 가서 감사의 제물을 바치지 못하니 대신 부탁한다는 어리석은 우민에게 남기는 삶과 죽음에 대한 통렬한 해학이다.)를 잠시 내려다 본 뒤, 파르테논 신전을 한 바퀴 돌아가니 언덕 끝 바위에 그리스 깃발이 우뚝 꽂아져 있었다.
아테네 시가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저만큼 아래로 터키가 가져가 버려서 지금은 기둥 16개만 남은 제우스 신전이 보였다. 눈을 드니 아크로폴리스보다 더 높은 언덕이었으나 물이 없어서 신전건립의 영광을 빼앗겼다는 리카비토스(Lykavittos Hill, 늑대들의 언덕, 295m)언덕이 한 폭의 그림이었다.
내려오면서 에렉티온 신전을 스쳐 지났다. 아름다운 여섯 그리스 소녀가(?)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보듯이 날 조옴 보소!’ 했지만, 빠이! 빠빠이! 콩글리쉬(소크라테스도 아닌 내가 왜 그렇게 콩글리쉬를 하면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다)로 손을 흔들었다.
<올리브 나무 숲에 둘러쌓인 아크로폴리스. 파르테논 신전이 보인다.>
<아크로 폴리스 안내판>
<아테네 총독 로마인 필로파포스의 공덕을 기리는 필로파포스 언덕의 송덕비. 올리브 숲 꼭대기의 탑>
<왼쪽 위 탑이 필로파포스 송덕비다>
<승리의 여신 니케 신전>
<니케의 신전을 지나 곧바로 프로필라리온-신전의 정문으로 들어간다>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는 파르테논 신전>
<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옛 영광은 어디서 찾냐?>
<파르테논 신전 지붕에서 간신히 비를 피하고 있는 신인지, 인간인지, 돌인지?>
<아크로폴리스 남쪽 벽 아래 신전 입구쪽에 있는 이로드 아띠크 음악당>
<중간 쯤에 자리한 소크라테스 닭 유언의 아스클레오피스 신전 터>
<아스클레오피스 신전 옆의 디오니서스 야외극장 터다. 이 디오니서스 극장과 이로드 아띠크 음악당을 잇는 주랑이 에우메네스 스토아인데 지금은 터만 남아있다. 사진 왼쪽 위 풀밭에 기둥이 보이면(?) 그건 제우스 신전이다.>
<여기가 아크로폴리스 동쪽 끝이다. 아크로폴리스 보다 높다는 리카비토스 언덕이 바라 보인다>
<그리스 국기가 펄럭이는 곳을 지나, 이제 에렉티온 신전을 지나치면 아크로폴리스와도 작별이다.>
<여섯 소녀의 기둥으로 유명한 에렉티온 신전>
<그런데 저 기둥은 모조품이고 진짜는 박물관과 영국 등지에 있다고 했다. 남의 문화재를 빼앗아간 도적놈이나, 선조의 문화재를 빼앗긴 놈이나 다 똑같은 놈들이다. 그러고 보니 이거 우리 얘기구나!>
<에렉티온 신전 앞, 돌 틈새에 핀 풀꽃들이 성질 내지 말고 구경이나 잘하고 가라 한다. 빠이, 빠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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