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밖 여행기

이집트, 그리스, 터키 여행기 14

운당 2008. 3. 28. 05:37

12. 아테네의 밤-1월 19일 밤

 

에기나 섬에서 애기를 낳는 대신 문어 구이에 귀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싱겁게 아테네로 되돌아 나왔다.

그리스는 3천개(6천개라고도 함)의 섬으로 이루어진 화산활동이 활발한 나라라고 했다. 연 5백여회 정도의 지진이 일어나는데. 지반이 바위여서 큰 피해는 없다고 했다. 또 어딜 가나 여러 종류의 올리브 나무가 우리나라 소나무처럼 무성했다.

교육제도는 잘 되어있고, 초등은 오전수업만 하며 어떤 이유든 체벌은 일체 금지라고 했다. 겨울방학이 2개월, 여름방학이 3개월인데, 교사에 대한 대우는 별로라고 했다. 그래도 오전 수업만 하고 방학까지 길다고 하니 귀가 솔깃했다. 풍족한 환경이 그렇게 느긋하게 살아가는 밑거름일거라고 또 짐작만 했다.

길 따라 늘어선 오렌지 가로수에 먹음직스런 어린쥐가(?) 주렁주렁 탐스럽게 달려있었다.

“그거 오렌지가 아니라 ‘내란자’ 나무인데 열매는 오렌지와 비슷하나, 쓰고 맛없어서 못 먹습니다. 그리고 올리브 잎은 좁고 가늘지요.”

먹음직스럽고 널려있는 게 내란자 열매인데 못 먹는다는 말에 아쉽기만 했다. 그러니까 빗 좋은 개살구가 바로 땅에 떨어져 뒹굴며 썩고 있는 그 내란자였다. 또 그 내란자 나무와 함께 뽕나무도 가로수였는데 오디도 익어 떨어지면 거리가 더럽다며 강수량이 적은 탓에 가뭄에 강한 나무들을 심은 거라고 했다.

식당 주인의 고향이 강원도라고 하는 귀빈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숙소로 가면서 국회의사당 앞에서 잠시 멈췄다. 국회 앞 헌법의 광장을 지키는 경비군인들이 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 치마 주름의 개수가 400개라고 했다. 터키 지배 4백년의 한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도 일제식민지를 상기한다면 치마 주름을 36개로라도 해야 할 텐데…. 어찌된 일인지 그나마 겨우 만들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과거사청산위원회를 없애겠다. 과거를 묻지도 않겠다. 오직 실용이요, 경제다. 땅투기, 탈세, 표절, 징집피하기 등도 능력이라며 일본에게 아양을 떠는 간살스런 친일파, 친미파들이 득세까지 하고 있으니, 월남 이상재 선생이 살아계시면 한 말씀. ‘오호 통제라! 한겨울에 웬 개나리(개 나으리 : 리켱숙 영어몰입으로는 son of a bitch)꽃이 피었냐?’고 한숨을 내쉴 것이다.

숙소에 들어와 애지중지 한국에서 가져온 소주를 입에 털어 넣는다. 더러운 말을 들은 귀를 씻는 대신 자꾸만 욕이 나오려는 목구멍을 달랜다.

 <에기나 섬에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숙소로 가던 중 국회의사당 앞에서. 여기도 쌈박질, 거짓말 일등이 구케의원 나리들이요? 라는 말은 묻지 않았다. 민주주의 발상지인 그리스니까>

 

 <전봇대 옆에 시커먼 형체가 유리조각으로 만든 마라톤 맨이다.>

 <낮에 본 마라톤 맨-지금도 달리고 있다. 마라톤 전쟁의 승리를 알리려고>

 <밤 거리-동성애의 천국이라고 했다>

 <암수 한꽃의 올리브 나무와 열매-양성인 아테네 신의 화신이며 선물>

 <싹둑 가지가 잘린 뽕나무 가로수-허나 오디는 먹지 않는다고 했다.>

 <오렌지도 어륀쥐도 아닌 내란자 나무와 열매>

 <멀리 아크로폴리스가 보인다>

 <거리를 지나며>

 <대통령궁인가, 관저인가? 가까이 가 볼 수 있는 나라. 참 좋은 나라다.>

 <좋은 나라를 물려받을 아테네 신의 후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