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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군 남사예담촌 이윤현 향나무

산청군 남사예담촌 이윤현 향나무 지리산의 동쪽 한 줄기가 내려와 살그머니 발을 멈추니 단성면의 니구산이다. 역시 단성면 청계에서 남쪽으로 내려온 계곡물이 이 니구산에서 동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사수천(남사천)이다. 그리고 남강으로 들어가며 만든 반달 모양의 텃밭이 사월리(沙月里)이다. 위쪽은 위니까 상사월, 아래는 남쪽이니 남사월, 합쳐서 남사촌이다.니구산과 사수천은 공자의 고향 산동 곡부의 뒷산과 그곳 사수현에서 비롯된다. 남사예담촌의 예담은 옛담, 예를 갖춰 나그네를 맞는 담이니, 마을의 한옥에서 예와 효의 기풍이 느껴지는 연유이다. 또 그 전통은 엄격하고 딱딱함이 아니다. 고샅길을 싸목싸목 걸으면 마치 어머니 품의 평화, 외갓집의 그리움이 새록새록이다. ‘아무개야!’ 부르면 ‘응, 나갈게!’ 친구 얼..

여우와 장군

여우와 장군 우리나라는 농자천하지대본의 농업국이었다. 1970년의 농업인구는 천4백4십2만2천 명, 농가 비율은 44.5%였다. 국민 절반 가까이 농업에 종사하던 그 시대에 시골 농가의 필수 농기구에 똥장군이 있었다. 서양에서는 귀한 술통으로 썼을지 몰라도 지푸라기로 가운데 구멍을 틀어막는 그 나무통이 우리에게는 인분을 논밭으로 옮기는 똥통이고 이름은 똥장군이다.이제 농업은 현대화되고 시비 방법도 달라져 그 똥장군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농업박물관에서도 보기 드문 존재가 되었다. 그렇다면 그 많던 농가의 똥장군은 다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그런데 누군가가 말한다. 똥장군은 사라진 게 아니다. 그래도 장군이니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어야 하지만,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하고 뜻을 받든다는 우리네 똥장군은 다..

칼럼 2024.06.25

보성 쇠실 김구 은거가 자주독립 감나무

보성 쇠실 김구 은거가 자주독립 감나무 노벨문학상을 탄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의 설국은 왜국 ‘니키타현’이다. 풍광과 품질 좋은 쌀의 고을이지만, 1922년 8월, 조선인 노동자 집단학살 피의 고장이니 혈국이기도 하다. 당시 여기 ‘시나노가와’댐 공사장 8백여 인부는 주로 경남 일대의 농민이었다. 그때 밀양에서 온 19살 김갑철은 도망가다 잡혀 온몸 10여 군데를 쇠갈고리에 찍힌 뒤 눈구덩이에 나체로 묻혔다. 또 우윤성 등 3인도 벽돌 찍는 틀 속에 나체로 넣어져 인간벽돌이 되었다. 그렇게 사망자만도 1백여 명인 이곳은 하얀 눈 나라의 붉은 핏빛 ‘지옥의 계곡’이었다. 이 끔찍한 만행을 ‘박열’ 등 ‘흑도회’가 밝혔고, ‘한바’라는 합숙소에 죄수처럼 갇혀 하루 ..

하동 칠불사 하늘나라 공주 백목련

하동 칠불사 하늘나라 공주 백목련 한반도의 봄이 남해를 건너오더니, 맨 먼저 섬진강에 내려앉는다. 강 하류 고을 광양과 하동 산기슭의 매화가 온통 벌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참으로 눈 깜짝할 새다. 그 봄은 쏜살같이 강을 거슬러 오르며 강 중류 고을 구례에 이르니 온 산천이 산수유 노란빛이다.그 봄 길에 ‘얼쑤!’ 장단 맞춘 튀밥꽃인 조팝꽃이 ‘펑펑!’ 사방으로 튀어가 진달래, 개나리를 깨운다. ‘어? 봄이구나 봄!’ 기지개 켜며 말할 틈도 없이 목련, 살구, 홍도, 돌배마저 벌어지면 그저 온 산천은 한 마디로 꽃대궐이다.한해의 그 봄은 평생에 딱 한 번이다. 그리 소중한 이 좋은 봄날 하루쯤 아무 생각 없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하지만 딱히 생각나는 곳이 없다. 그렇다면 가 볼 곳이 또 딱 한 곳 ..

장흥 해동사 안중근 소나무

장흥 해동사 안중근 소나무 1905년 러일전쟁이 지나간 뒤다. 이토히로부미가 한 발로 조선 땅을 밟고 또 한 발로 이완용, 권중현, 이근택, 박제순, 이지용 등도 밟아 을사늑약을 체결하고 초대 통감이 되었다.1909년 2월 7일, 러시아 크라스키노 마을이다. 안중근과 김기룡, 강기순, 정원식, 박봉석, 유치홍, 조순응, 황길병, 백남규, 김백춘, 김천화, 강두찬 등 12명이 조국의 독립과 동양의 평화를 결의하고 왼손 약손가락 첫 마디를 잘랐다. 펼쳐 놓은 태극기에 솟구치는 선혈로 대한독립을 쓰고 우렁차게 외치는 ‘코레아 우라(대한만세)’ 삼창이 하늘과 땅을 흔들었다.같은 해 10월 26일, 하얼빈역이다. 이토히로부미가 러시아 재무대신 코코프체프와 열차 회담을 마치고 의장대를 사열할 때였다. 품에서 권총을..

구례 산동 계척 할머니 산수유

구례 산동 계척 할머니 산수유 구례 계척 마을이 있는 산동면은 1,732m의 반야봉과 만복대, 노고단, 깃대봉, 견두산이 둘러싼 산골이다. 이곳의 봄은 온 산천을 노오랗게 물들이는 산수유꽃으로 시작한다. 그저 하늘만 빼놓고 온 산야가, 심지어 흐르는 시냇물까지도 노오란 산수유 꽃 빛이다.전국 생산량의 60%인 이곳 구례 산동의 산수유는 신비의 약재다. 이른 봄 연노란 꽃이 피어, 꽃이 적은 시기에 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가을에 붉은 열매를 대롱대롱 맺는다. 구기자와 비슷하나 조금 작은 대신 더 단단하고 야무지다. 이 산수유 씨앗에 독성이 있어 제거하는데, 예전에는 사람이 이로 일일이 발라냈다 한다. 그저 쉬운 결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일에 숨은 노력과 정성이 담겨있으니, 산수유 한 알에도 삶의 진..

악화와 양화

악화와 양화 100원짜리 동전 2개가 있다. 하나는 금, 하나는 은이다. 사람들은 금동전을 좋은 돈 양화라며 사재기하고 녹여서 장신구를 만들 것이다. 은동전은 시중에 유통되지만, 상대적으로 나쁜 돈 악화가 된다. 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은 16세기 영국 금융업자 토머스 그레셤이 했기에 그레셤의 법칙이라고 한다. 그리고 오늘에는 경제 용어를 넘어 그 의미가 삶의 전반에 걸쳐 있다.이 구축 현상에서 상 악질 악화는 음식이다. 이 음식은 우리 건강과 생명의 원천이다. 오염된 불량식품은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평생의 고통이고, 따라서 나라의 근간이 무너질 일이다. 일본 후쿠시마의 원자력 오염수가 왜 공포의 대상이겠는가? 이 핵 오염수는 각종 수산물을 오염시키고, 그 오염된 수산물은 다음 세대의 건강에도 치명..

칼럼 2024.05.20

산청 산천재 조식 남명매

산청 산천재 조식 남명매 조식(曺植)의 본관은 창녕, 호는 남명이다. 연산군 7년(1501) 경남 합천 삼가현 외조부 이국 집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조언형, 어머니는 인천 이씨이다. 조식이 태어나기 전 이국의 집터를 본 지관이 ‘어느 해에 성현이 태어날 명당’이라 했고 그 어느 해에 조식이 태어났다.조식은 어린 시절부터 어떤 의문이 다 풀릴 때까지 캐물었다. 정신력과 담력을 기르기 위해 두 손에 물그릇을 들고 밤을 새웠다. 그렇게 유교 경서와 제자백가, 불교, 노장사상, 천문, 지리, 의학, 병법, 궁마 등 학문과 무예를 익히고 닦았다. 또 칼 ‘경의검(敬義劍)’과 한 쌍의 방울 ‘성성자(惺惺子)’를 차고 다녔다. 이 칼과 방울은 ‘안으로 마음을 밝히는 것은 경(敬)이요, 밖으로 행동을 결단하는 것은 ..

양산 통도사 자장매

양산 통도사 자장매 봄은 계절이 여름과 갈겨울을 지나서 다시 보니 봄이다. 하지만 어찌 세상의 모든 봄을 다 볼 수 있으랴? 그럼에도 한겨울에 봄을 보는 동백꽃, 역시 두 해에 걸쳐 이름 봄을 맞는 납월매를 본다면 이 세상 봄맞이꽃을 모두 본 ‘봄’이자, 계절 ‘봄’이리라.납월(臘月)은 섣달이다. 양산 통도사 납월매의 같은 이름은 자장매이다. 자장(慈臧 590~658)은 속성이 김 씨로 신라의 진골 귀족이었다. 선덕여왕 때인 636년 당나라에 가서 오대산 문수보살의 가르침을 받고 대장경과 가사, 부처의 진신사리를 얻어 643년 귀국했다. 이 자장이 불교의 계율을 정비하여 자장율사이며, 창건한 통도사는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셔서 법보사찰이다. 또 여기 통도사는 대웅전의 석가불 대신, 금강계단을 지어 사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