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악화와 양화

운당 2024. 5. 20. 06:14

악화와 양화

 

100원짜리 동전 2개가 있다. 하나는 금, 하나는 은이다. 사람들은 금동전을 좋은 돈 양화라며 사재기하고 녹여서 장신구를 만들 것이다. 은동전은 시중에 유통되지만, 상대적으로 나쁜 돈 악화가 된다. 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은 16세기 영국 금융업자 토머스 그레셤이 했기에 그레셤의 법칙이라고 한다. 그리고 오늘에는 경제 용어를 넘어 그 의미가 삶의 전반에 걸쳐 있다.

이 구축 현상에서 상 악질 악화는 음식이다. 이 음식은 우리 건강과 생명의 원천이다. 오염된 불량식품은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평생의 고통이고, 따라서 나라의 근간이 무너질 일이다. 일본 후쿠시마의 원자력 오염수가 왜 공포의 대상이겠는가? 이 핵 오염수는 각종 수산물을 오염시키고, 그 오염된 수산물은 다음 세대의 건강에도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이 후쿠시마 원자력 오염수는 우리 정부의 미온적 대처가 또 문제이고, 더하여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에 눈이 먼 시중의 온갖 가짜 식품도 뛰는 꼴뚜기에 덩달아 망둥어다.

우리나라에 식품위생법이 제정된 것은 1962년이다. 하지만 법 제정에 아랑곳없이 난무하는 불량식품으로 1963년에는 전국적인 추방 캠페인 운동이 벌어졌다. 그럼에도 1966롱가리트 알사탕사건이 터졌다. 이윤에 눈이 먼 유명 제과사가 표백제 성분인 롱카리트를 사탕에 넣어 색깔을 낸 것이다.

1971년에는 납, 비소 등 중금속의 산업용 석회를 두부 응고제로 사용한 업체 때문에 한동안 두부를 먹지 않았다. 1989년에는 공업용 우지로 라면을 튀긴 우지라면사건이 있었다. 2004년에는 불량 만두소쓰레기 만두사건으로 어린이들까지 항의집회에 참석하였다.

이밖에도 방부제 두부, 농약 콩나물, 군화용 가죽 쇠고기, 톱밥 고춧가루, 무로 만든 파인애플 통조림, 조청 꿀, 가짜 맥주, 가짜 토마토케첩, 꽁초 커피, 카바이드 막걸리, 가짜 양주 등도 우리 건강을 해치는 우후죽순 독버섯이었다. 그뿐인가? 오뚜기 식품 상표 비슷하게 우두기 식품’, 순창고추장이란 이름을 버젓이 단 가짜 순창고추장도 있었다. 이런 불량식품이 우리의 공분인 이유는 불특정 다수의 생명과 건강을 직접 위협하는 살인과 같은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 바다를 죽음의 공포에 떨게 하는 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비롯하여 각종 불량식품은 그 어떤 변명도 필요 없다. 무엇보다 앞서 단죄하고 근절해야 할 사회의 악일 뿐이다.

이와 더불어 더 무서운 최악질 악화는 불량정치이다. 입으로만 외치는 자유는 나와 내 가족의 자유일 뿐이다. 타인의 자유는 억압과 공포의 입틀막이 되고 더 버티면 사지를 들어 내팽개친다. 힘과 권력의 내 편은 머리 가르마가 달라서 모른다고 하고, 반대편은 백번이고 천 번이고 먼지 털 듯 뒷조사에 가족까지 싸잡아 범죄혐의를 추적한다. 과연 이 시대가 손바닥 왕자의 봉건왕조인가, 헌법이 있는 민주국가인지가 의심스럽게 그런 일이 다반사가 되었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옳고 공정과 상식인데, 그걸 사람들이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르치고 또 윽박지른다는 것이다. 그렇게 행정사법은 물론 입법의 특정 권력자들은 이 시대 최고의 식자이자, 현자로 군림한다. 그저 민초들은 가르침을 받는 무식하고 배워야 할 대상이며, 나아가 누구도 범죄혐의에서 자유롭지 않으니 털면 나오고 탁 치면 억 하는 잠재 범법자이다.

그리고 이 나라는 2,000의 나라이다. 이천공의 지시라는 말도 있고 이천만 동포 여러분의 이승만이 건국 국부여서 신년음악회 2000명 초대, 김장행사 2000명 참석, 학교폭력 조사요원 2000명 투입, 공무원 2000명 몰아치기 승진, 의사 2000명 증원 등등이란다. 국민이야 죽든 말든 그 2000 신봉 주술에 기가 막힌다. 학창 시절에 배웠지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 법칙의 현상과 그 결과가 이렇게 참혹하게 적용하는 시대에 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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