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며, 보기 싫은 꽃이 또 어찌 있겠느냐? 그렇듯 보기에도 곱고 더하여 향기까지 갖추었으니 누군들 꽃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벚꽃은 봄을 대표하는 꽃 중의 하나이다. 그 개화 시기가 길지는 않지만, 이 하얀색이나 연한 분홍색의 벚꽃이 피어나면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까지 한꺼번에 보상을 받는 느낌이다.
우리나라 전역에 이 벚꽃이 가로수로 심어지고 축제까지 열게 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선조들이 벚나무 껍질을 ‘화피(樺皮)’라며 활을 만들었지만 심고 가꾸어 길렀다는 문헌기록은 없다. 또 암울한 일제강점기를 겪었던 우리로서는 이 벚꽃이 일본의 나라꽃이라는 생각에 이르면 괜스레 눈치가 보인다.
하지만 이 벚꽃의 조상격인 왕벚나무는 우리나라가 자생지다. 제주도 남제주군 남원읍 신례리의 자생지는 천연기념물 제156호, 제주시 봉개동의 자생지는 제159호, 전라남도 해남군 산삼면 구림리의 자생지는 제173호이고 전라북도 대둔산에서도 자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인 학자들은 벚꽃의 한국 원산지설을 달가워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 경향인가 보다. 이에 우리 학자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러든지 말든지 아니겠는가?
조선후기 학자 이덕무의 저술을 엮은 ‘청장관전서’에 ‘왜인의 풍속은 벚꽃을 중하게 여기는데, 온갖 꽃 중의 어른이라 여기므로 이름을 부르지 않고 그냥 꽃(하나, ハナ)이라고 한다.’는 구절이 있다. 또 일본의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만엽집’에도 45수의 벚나무 노래가 들어 있는 등 벚꽃은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이며 대표하는 꽃이지만, 그 일본 벚나무의 부모는 한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부모자식 간에 하찮은 일로 다툴 수도 없고, 그저 그러려니 했으면 싶다.
아무튼 인도, 유럽, 북아메리카 등 북반구 온대지역에 널리 분포한 봄의 꽃 벚꽃은 3월말 제주도에서 봄바람과 함께 북상하며 피는데 4월 중순이면 중부지방에서도 절정을 이룬다.
장미과 벚나무속의 벚꽃은 개량종이 많고 돌연변이도 흔하다. 자생종과 개량종 등 약 600여 종이 있으며 주로 관상용이지만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꽃보다도 체리 열매를 얻는 개량종이 많다고 한다. 또 벚나무 목재는 조직이 치밀하고 틀어지지 않아 가구, 기구, 건축내장재로 많이 쓰인다. 한국에는 일반 벚나무, 왕벚나무, 산벚나무 등이 많은데 눈으로 봐서는 구별이 쉽지 않다.
과거에는 특정 장소와 학교 운동장가에서나 보던 벚꽃이었지만, 요즈음에는 벚꽃 명소가 많다. 각 지자체마다 경쟁하듯 앞 다퉈 벚꽃을 심어 도심은 몰론 이려니와 길 따라, 강 따라 조성 되었다. 그 벚나무들이 마주하여 꽃터널을 이루고, 모여서 꽃구름이 된다. 살랑이는 바람결에 꽃잎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면 아름답다는 표현을 넘어 삶의 희열과 세월의 덧없음까지 생각하게 한다.
또 산벚꽃이 온 산골을 덮으니 꽃바람이요, 쳐진개벚나무(수양벚나무)가 시내나 연못에 축축 가지를 늘어뜨리니 꽃그림자이다. 바로 이른 봄, 짧은 한 시절에만 볼 수 있는 화사한 눈부심이다.
봄과 가을에 두 번 꽃이 피는 춘추벚나무는 꽃잎도 두 겹인데 봄에는 보름 정도, 가을에는 두 달가량 핀다. 역시 겹꽃잎인 겹벚나무는 씨방과 꽃잎이 변해 꽃이 되었기에 열매를 맺지 못한다.
그런데 이 봄 한 시절의 꽃 벚꽃의 일본말인 ‘사꾸라’는 좋은 감정의 말이 아니다. 여당과 내통하는 야당의 사이비 정치인이나 사기를 쳐서 남을 속이는 사람을 조롱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 사쿠라는 빨갱이라는 말과 함께 걸핏하면 상대방을 공격하는 말로 쓰였는데, 지금은 빨갱이만 남았다.
아무튼 벚나무라 부르건, 사쿠라라 부르건 그저 벚꽃은 벚꽃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 벚나무를 역사문화유적지나 순국선열의 기념물 가까이는 심지 않았으면 한다. 아직은 친일파와 그 후손, 독재자와 그 후예들의 모습과 이 사꾸라라는 말이 겹치기 때문이다. 문화와 역사는 거저 만들어지거나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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