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동화

황녀의 영웅들 2권-지구의 시작

운당 2016. 1. 12. 06:52

(2) 구지검, 거울, 음통을 빼앗기다

 

황궁도 빛의 괴물과 어둠의 괴물이 어찌됐는지 궁금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긴 했지만, 다시 되살아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터였다.

좋아. 빛의 괴물과 어둠의 괴물을 어떻게 붙잡아야 하지?”

빛의 괴물은 실달성이 생길 때 우연찮게 생긴 괴물이고, 어둠의 괴물은 허달성이 생길 때 역시 우연찮게 생겼다. 그러니 그들은 실달성과 허달성에 관련된 물건으로 붙잡아야 한다.”

소리의 왕의 말을 들으며 황궁의 귀가 번쩍 뜨였다. 실달성의 물건이라면 구지검이다. 그리고 허달성의 물건이라면 거울이 있다.

내게 실달성에서 얻은 구지검과 허달성에 얻은 거울이 있다. 그거면 되겠느냐?”

대단한 보물을 손에 넣었구나. 아마도 그 속에 가둘 수 있을 것이다.”

황궁은 구지검과 거울을 꺼내어 살펴보았다. 날틀이 쭈그러들 때도 끄떡없었던 구지검과 거울이었다.

황소! 다녀올게.”

황궁은 몸을 훌쩍 날려 마고성의 제일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림자 은하의 동서남북을 찬찬히 살폈다.

저만큼 어둠 속에서 꾸무럭거리는 물체가 눈에 뜨였다. 황궁은 단숨에 그곳으로 날아갔다. 작은 불덩이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은 온통 불에 타버리고 또 모든 게 그슬려 잿더미가 되어있었다.

널 거두겠다.”

황궁이 구지검을 꺼내 그 불덩이에 댔다. 그러자 그 불덩이가 스르르 구지검 속으로 들어갔다.

황궁은 다시 몸을 날려 마고성의 가장 높은 곳으로 되돌아왔다. 이번에도 다른 곳보다 더 시커먼 어둠이 구름처럼 덮고 있는 곳이 있었다. 이번에도 황궁은 그곳으로 단숨에 날아갔다.

찬 기운이 오싹 느껴졌다. 주변은 온통 날카로운 얼음 조각으로 널려있었다. 그리고 역시 그곳에 얼음덩어리 하나가 꿈틀대고 있었다.

너도 거두마.”

황궁은 거울을 꺼내 그 얼음덩어리에 댔다. 그러자 얼음덩어리가 스르르 거울 속으로 들어갔다.

구지검과 거울의 힘을 빌려 생각보다 손쉽게 황궁은 빛과 어둠의 괴물을 거두었다. 기분 좋게 황궁이 처음의 자리로 되돌아왔을 때였다. 이게 웬 일인가? 황소와 음 보관상자가 사라지고 없었다.

어찌된 일일까?’

깜짝 놀라 여기 저기 찾아보았지만,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때였다. 그림자 은하의 마고성 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황궁! 여길 보아라.”

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니 소리의 왕이 그림자 마고성의 앞문의 성루에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황소가 그곳에 밧줄로 꽁꽁 묶여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넌 우릴 돕기로 약속을 하지 않았더냐?”

약속이라면 여기 황소와 나도 했었다. 날 돕겠다고 한 황소는 날 속였다. 나를 음 보관상자에 가두고 말았다. 그러니 내가 약속을 어겼다고 너희들이 무슨 할 말이 있느냐?”

소리의 왕은 즐겁다는 듯 껄껄껄 웃더니, 황소를 매달은 밧줄을 당겨 더 높이 끌어올렸다. 황소가 얼굴을 찡그리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가만 두지 않겠다.”

황궁이 구지검을 빼들고 단숨에 성루로 올라갔다.

함부로 나서지 말라. 내가 손을 놓으면 이 황소가 어찌 되는 줄 아느냐? 황소를 살리려거든 내 말을 들어야 한다.”

소리의 왕이 잡고 있던 밧줄을 놓아버렸다. 그러자 밧줄에 매달린 황소가 아래로 곤두박질을 쳤다.

무슨 짓이냐?”

황궁이 큰 소릴 지르며 멈칫, 더 이상 소리의 왕에게 다가서지 못했다. 그러자 소리의 왕이 다시 밧줄을 잡았다. 밧줄에 매달린 황소가 바닥에 거의 닿을 뻔, 위험 한 순간이었다.

그렇지. 그래야지. 흐흐흐.”

소리의 왕은 싸늘한 얼굴로 비웃음을 흘렸다.

황소의 몸에 조그만 이상이 생겨도 널 가만두지 않겠다.”

좋아. 그렇게 황소를 살리고 싶거든 네 구지검과 거울을 내놓아라. , 그리고 그 마고의 음통도 내게 넘겨주도록 해라.”

잠시 생각했지만, 무슨 뾰족한 수가 없었다.

좋다. 네가 원하는 걸 넘겨주겠다. 황소와 맞바꾸기로 하자.”

황궁 오라버니! 안 돼요. 좋은 해결 방법이 아니어요.”

황소가 그만 두라했지만 황궁은 선선히 구지검과 거울, 음통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 이제 넌 이쪽으로 와서 이 물건을 챙기고, 난 그 밧줄을 넘겨받겠다.”

좋아. 그렇게 하자.”

황궁과 소리의 왕은 조심스레 각자의 위치를 바꾸었다. 황궁은 밧줄을 풀어 황소를 구했다. 소리의 왕은 황궁의 구지검과 거울, 음통을 챙겼다. 그러더니 날쌔게 어디론가 몸을 감췄다.

황궁 오라버니! 저 땜에 일을 망쳤네요.”

아냐. 네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그런데 어쩌다 이리 된 거지?”

음 보관상자에 마고님이 처음으로 만든 음악이 있었지요. 그 음악이 음 보관상자의 두 번째 잠금장치를 풀 수 있었나 봐요. 그걸 알고 소리의 왕이 황궁 오라버니께 빛의 괴물과 어둠의 괴물을 거두라고 꼬드긴 거지요. 그런 다음 황궁 오라버니가 떠나자 밖으로 뛰쳐나왔지요.”

아무튼 네가 무사해서 다행이긴 한데.”

황궁 오라버니! 하지만 제가 우리의 마고성으로 가는 방법을 알게 됐지요.”

뭐라고? 그게 정말이냐?”

그래요. 이 성루에 매달려 곰곰 생각해보니, 생각이 떠올랐지요.”

빛이고 어둠이고 소리고 간에 모든 게 한쪽 한 방향으로만 퍼져가는 게 아니었다.

빛이 번쩍하면 그 빛은 그 빛을 중심으로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어둠도 마찬가지였다. 어둠도 한줄기가 아니라 널따란 포장을 펴는 것처럼 일시에 세상을 덮었다. 소리도 마찬가지였다. 한 곳에서 소리를 지르면 사방팔방으로 그 소리가 퍼져나가는 것이다.

바로 거기에 해답이 있었지요. 그 사방팔방으로 퍼지는 빛과 어둠과 소리를 한쪽 한 방향으로 모으는 거지요. 바로 그 길이 우주의 어디든 갈 수 있는 길이지요.”

황소! 네 말을 들으니 그렇긴 한데, 어떻게 그 힘을 한쪽 한 방향으로 모을 수 있단 말이냐?”

걱정 마세요. 이제 저를 따라 오시면 되지요.”

황소가 빙긋 웃는 여유를 보이며 앞장을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