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동화

황녀의 영웅들 2권-지구의 시작

운당 2016. 1. 19. 03:55

2. 황소의 계책

 

(1) 다시 찾은 구지검, 거울, 음통

 

황소가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황궁 오라버니! 저쪽이어요.”

그래, 빨리 서두르자.”

황궁과 황소는 그림자 은하의 마고성의 맨 위쪽에 있는 마고가 거처하는 궁과 같은 곳으로 올라갔다.

어쩌면 이렇게 우리 은하의 마고성과 똑 같은지 모르겠구나.”

저도 이곳에 와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우주가 끝을 모르게 드넓고 한없이 신비로운 줄은 알았지만요.”

그러게 말이다. 그런데 정말로 이 그림자 은하를 떠날 수 있는 방안이 황소 네게 있단 말이냐?”

그럼요. 제 계략이 맞아떨어졌다면요.”

그러니까 지금 네가 어떤 계략을 펼치고 있단 말이냐?”

그렇지요. 지난 번 빛의 괴물과 어둠의 괴물을 잡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소리의 왕을 속인 것도 계략이었지만, 이번에 음 보관상자의 첫 번째 잠금장치를 푼 것도 계략이었지요.”

소리의 왕을 잡으려고 두 괴물을 돕겠다고 거짓말을 한 것은 알겠지만, 음 보관상자의 첫 번째 잠금장치를 푼 것은 또 어떤 계략이었더냐?”

그건 첫째, 소리의 왕이 진정으로 우리에게 굴복하고 협조를 하는지 알고 싶었지요. 둘째, 두 괴물을 오라버니께서 잡도록 하려는 것이었고요. 셋째, 소리의 왕이 음 보관상자를 나와 어떻게 움직이는 가를 살펴보려는 거였지요. 우리의 은하로 되돌아가는 해결방안을 그 속에서 찾을 수 있겠다 싶어서였지요.”

그렇긴 하지만, 지금 우린 맨 손 이잖느냐? 두 괴물을 가둔 구지검과 거울마저도 빼앗겼으니 무슨 수로 소리의 왕을 물리친단 말이냐?”

황궁과 황소는 얘길 나누며 그림자 은하의 마고의 궁으로 들어섰다.

황궁 오라버니! 저길 보세요.”

마고의 궁에서 가장 넓은 방에 들어섰을 때였다. 저만큼 방의 한가운데에 높다랗게 마고가 앉는 신좌가 있었다. 눈부신 보석으로 치장한 휘황찬란한 의자였다. 가히 우주를 다스리는 창조주이며 천신인 마고의 위엄을 나타내고 상징하는 신의 의자였다.

저 신좌도 우리 은하의 마고성에 있는 것과 똑 같구나.”

잠시 감탄하며 찬란한 빛을 뿌리는 신좌를 오려다 보던 황궁은 황소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곳에 구지검과 거울, 그리고 음통, 음 보관상자가 놓여있었다.

아니, 이것들만 왜 이렇게 흐트러져 있단 말이냐? 소리의 왕은 어딜 가고 말이다.”

황궁 오라버니! 잠깐만 기다려보세요.”

황궁이 구지검과 거울을 챙기는 동안 황소가 음통을 집어 들어 황궁에게 가져왔다.

보세요. 이 속에 소리의 왕이 갇혀있지요.”

살펴보니 소리의 왕이 음통 속에 있었다.

그렇구나. 어찌된 일이냐?”

제가 말했잖아요. 소리의 왕에게 계략을 부린 거라고요.”

그러니까 소리의 왕은 기고만장하였다. 황소가 음 보관상자의 첫잠금장치를 풀겠다고 하자,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 음 보관상자의 첫 번째 잠금장치만 풀면 두 번째 잠금장치는 마고가 만든 처음의 음악이 풀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소리의 왕은 거짓으로 황궁의 말에 따르는 척을 했다. 그러면서 황궁에게 빛과 어둠의 두 괴물을 잡아오라고 했다.

황궁이 구지검과 거울을 가지고 있는 걸 보고 그것에도 욕심이 났다. 잘하면 구지검과 거울도 차지하고, 알 먹고 꿩 먹는 격으로 두 괴물도 붙잡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황궁에게 구지검과 거울의 신비스런 힘을 알려준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게 뜻대로 되었다.

황궁이 떠나자, 소리의 왕은 마고가 만든 처음의 음악에게 음 보관상자의 두 번째 잠금장치를 풀도록 했다. 그리고 장치가 풀리자, 곧바로 음 보관상자에서 밖으로 뛰쳐나왔다. 황소를 붙잡아 성루에 매달고 황궁이 두 괴물을 잡아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일이 꼬였다. 황궁에게 빛의 괴물을 잡아넣은 구지검과, 어둠의 괴물을 잡아넣은 거울을 빼앗고, 마고가 만든 음통까지 손에 넣었지만 행운은 거기까지였다.

이제 황궁과 황소도 내 손아귀에 있는 마찬가지야. 내 도움 없이는 절대로 이 그림자 은하를 벗어나지 못할 테니까 말야.’

그건 사실이었다. 이제 황궁과 황소는 내버려 두어도 되었다. 어떤 특별한 도움이 없는 한 이곳 그림자 은하는 두 사람의 무덤이나 마찬가지였다.

소리의 왕은 두 괴물을 자신의 부하로 만들어 마고가 있는 은하를 빼앗고, 우주를 지배하고 다스릴 꿈에 부풀었다.

이제 이 음통이 있으니, 오음 칠조의 힘은 내 것이다. 이 소리의 왕이 이 우주를 지배하는 거란 말이다.’

소리의 왕은 마고가 만든 음통을 조심스레 집어 들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음통의 줄을 천천히 손가락으로 퉁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슬프고 비통한 심정의 음을 연주했다. 음이 흐르자, 소리의 왕의 마음도 슬프고 비통해졌다.

다음엔 고통과 좌절의 음을 연주했다. 역시 음이 흐르자, 소리의 왕의 마음도 고통스럽고 좌절감이 온 몸을 감쌌다.

좋았어. 바로 이거야. 이 우주는 이제 나의 손끝에 달렸어.”

소리의 왕은 이번엔 기쁨과 환희가 넘치는 음을 연주했다. 기쁨과 환희의 음이 흐르자, 소리의 왕의 마음은 덩달아 기쁨과 환희가 흘러넘쳤다. 그 흥분에 겨워 소리의 왕은 우주를 뿌리 채 흔들어버릴 듯 격렬한 흥분과 감동의 음을 연주했다. 그러자 점점 소리의 왕은 미칠 듯 마음이 부풀어 올라 금세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머리카락이 모두 곤두서고 두 눈이 튀어나올 듯 온 몸이 격렬하게 요동을 쳤다.

그 순간이었다. 소리의 왕은 정신을 잃고 말았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소리의 왕이 눈을 떠보니 이게 웬 일인가? 자신이 음통 안에 있었다. 그리고 감옥에 갇히듯 음통에 갇힌 걸 알아차렸다.

도대체 어찌된 일이지?”

깜짝 놀라 소리의 왕은 음통 밖으로 나오려했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헛수고였다. 별 짓을 다해도 음통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지난 번 황소에게 속아 음 보관상자에 갇힌 것처럼 이번엔 음통에 갇히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