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동화

황녀의 영웅들 2-지구의 시작

운당 2016. 2. 15. 08:30

(2) 그림자 은하를 떠나다

 

황소는 소리의 왕이 진심으로 자신들에게 굴복하였는지를 알고 싶었다. 그보다도 더 궁금한 것은 소리의 왕이 어떻게 움직이는 가를 알고 싶었다. 그 움직이는 방법을 알면 어떻게 자신과 음 보관상자가 이 곳 그림자 은하로 왔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면 이 그림자 은하를 떠나 형제자매들이 살고 있는 은하로 갈 수 있는 방법도 알 수 있겠다 싶어서였다.

황궁이 두 괴물을 잡으러 떠난 뒤, 소리의 왕이 음 보관상자에서 밖으로 나왔다.

아니, 어떻게 나왔지?”

흐흐흐! 마고성을 만든 소리가 바로 나다. 마고와 같은 힘을 지녔단 말이다. 이제 이 우주는 내 것이다.”

소리의 왕은 기고만장하여 큰 소릴 탕탕 쳤다. 그리고 황소를 결박하여 그림자 은하의 마고성으로 데려갔다.

그 때 황소는 알았다. 소리의 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유심히 살펴본 것이다. 소리의 왕은 움직이기 전에 자기가 있는 지점에 소리를 꺼내어 내려놓았다. 쉽게 얘기하면 소리로 점을 찍었다. 그런 다음 자신이 옮겨갈 지점에 또 하나의 소리로 점을 찍었다. 그리면 두 지점의 소리가 밧줄처럼 이어져 연결이 됐다. 소리의 왕은 그 이어진 소리의 밧줄을 타고 소리처럼 빠른 속도로 몸을 옮겼다.

빛이나 소리는 사방팔방으로 퍼져가는 성질이 있다. 빛은 1초에 약 30Km의 속도를 지녔다. 그리고 그 빛은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고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간다. 하지만 소리는 1초에 약 340m의 속도로 움직인다. 역시 그 소리도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지 않고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간다. 빛이나 소리를 어느 곳, 어느 방향에서나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빛의 속도에 비하면 소리의 속도는 느리기 짝이 없었다. 마치 빛의 속도가 비행기라면 소리는 소가 끄는 달구지의 속도다. 하지만 소리의 왕은 모든 소리의 힘을 한군데로 모을 줄 알았다. 그런 다음 자기가 움직여갈 곳에 그 소리의 힘을 놓았다. 그 힘을 놓는 순간 그 소리를 타고 빛처럼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하나로 만들고, 그게 한 줄이 되게 한 다음 그 소리의 줄을 타고 움직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천천히 이루어지는 행동이 아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찰나의 순간에 이루어졌다. 또한 한 줄로 이어진 소리의 밧줄도 눈에 보이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황소는 마고성에서 오음칠조를 배웠다. 그래서 그 보이지 않은 소리의 모습과 움직임을 보고 알아차렸던 것이다.

그렇구나. 저 소리의 밧줄을 이용하여 나와 음 보관상자를 이곳으로 데려올 수 있었구나. 그리고 자신도 그 기술을 이용하여 어디든지 빠르게 마음대로 움직이는구나.’

소리의 왕이 어떻게 움직이는 걸 안 황소는 이번에는 음통의 장치를 바꾸었다. 음통에 손을 대면 자동적으로 음의 연주가 바뀌도록 해놓았다. 틀림없이 음통을 차지한 소리의 왕이 기쁨에 들떠 음통을 가지고 연주를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럴 때에 연주 되는 음이 연주자의 정신을 잃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다음 연주자를 음통에 가두어지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놓은 황소는 너무 기뻤다. 소리의 왕이 어떻게 움직이는 줄을 알았으니, 다시 형제자매들이 있는 은하로 되돌아갈 길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소리의 왕을 다시 붙잡아 가두는 것도 시간문제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기쁜 표정을 얼굴에 나타낼 수는 없었다. 혹시라도 소리의 왕이 알아차릴까봐, 마음 속 느낌까지도 알려지지 않도록 조심했다. 거짓으로 반항하고 괴로운 얼굴을 했다.

황소는 그렇게 밧줄에 묶여 성루에 매달렸다. 그리고 황궁에게 구출되었다. 자신이 꾸민 계략이 그대로 맞아떨어진 것이다.

황궁도 몹시 기뻤다. 두 괴물을 가둔 구지검과 거울을 되찾고, 소리의 왕이 갇힌 음통도 되찾았다.

황소야! 고맙다. 이번 일은 모두 네 덕분이다. 네가 우리의 영웅이다.”

황궁은 황소를 덥석 끌어안았다.

우리 빨리 마고님과 궁희 아버님, 소희 어머님, 그리고 형제자매들이 기다리는 마고성으로 돌아가요.”

황소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발개졌다.

그래, 그러니까 이제 이 그림자 은하를 벗어날 수 있는 묘책도 네게 있단 말이지?”

그래요. 소리의 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고 알아냈지요.”

황소는 황궁에게 소리의 왕이 움직이는 방법을 설명했다. 그리고 음통의 오음칠조를 가지고 그림자 은하에서 형제들이 있는 은하로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고 했다.

쉬운 일은 아니지요. 오음 칠조의 모든 소리를 한데 모아, 그 소리가 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야지요. 그리고 그 소리가 그렇게 두 곳을 이어 멈춘 순간에 이동을 해야 하지요. 그 순간을 놓치면 안 되지요. 만약 헛발을 딛거나, 그 순간을 놓치면 우린 알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릴지도 몰라요. 아니면 온 몸이 산산이 부서져 버릴지도 모르고요. 그러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요.”

알았다.”

황소의 주의 말에 황궁은 조금 겁이 났지만, 마음이 든든했다. 어느 새에 황소가 저렇게 의젓해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좀 더 잘해주고 다정하게 지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황궁 오라버니도 오음 칠조를 배웠으니 소리가 눈에 보일 거예요. 그 소리가 눈에 보이는 순간 편하게 걸음을 옮기도록 해요. 그리고 너무 걱정 마세요. 제가 옆에 있으니 절 따라서 움직이면 되요.”

이번 기회가 내게는 참으로 많은 걸 깨닫고 알게 했구나. 네가 사라져서 걱정을 했지만, 이제 우린 어떤 위험이나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얻은 듯싶다.”

그래요. 황궁 오라버님! 마고님과 궁희 소희님을 뒤이어 앞으로 이 우주를 오라버님께서 다스릴 거지요. 마고님께서 이번에 절 찾으러 황궁 오라버님을 보낸 것은 다 이유가 있으실 거예요.”

그럴까?”

그렇지요. 오라버니가 안 계실 때 궁희 아버님과 소희 어머님도 너희들 모두는 황궁을 중심으로 뭉쳐서 살아가야 한다. 모든 일을 황궁 오라버님과 의논하여 결정하고 지도와 지시를 받도록 해라그렇게 말씀하셨지요. 그리고 이번에 황궁 오라버님은 당당히 우리들의 지도자로서 힘과 용기를 보여주셨고요.”

이야기가 끝나고, 곧 황궁과 황소는 오음 칠조를 탔다. 그리자 은하에서 형제자매들이 있는 은하로 순간이동을 했다.


<병신년의 복수초가 아름답게 피어났다. 또 하나의 병신 년은 복수 하느라 혈안이 되어 있는 암울한 시국에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 했던 분이 문득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