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세상의 첫 노래
<바람, 포도, 그리고 꽃.
오랜만에 마고성의 형제자매들이 모두 공부방에 모였다. 왁자지껄 한바탕 시끄러웠다.
그날의 공부는 황소가 만든 노래를 배우는 날이었다. 오음 칠조로 만든 세상 최초의 노래였다.
“자, 그만 조용히 하렴. 이제 공부하자.”
황소가 음통으로 오음 칠조의 음을 다듬어 최초의 노래를 가르칠 준비를 다 됐는데도 아이들은 소란스러웠다. 그러자 청소가 책상을 탁탁 치며 모두에게 조용히 하라고 일렀다.
“알았어!”
모두들 제 자리에 앉아 공부할 자세가 되었다. 그런데 백소가 손을 번쩍 들었다.
“황소 언니! 노래 배우기 전에 궁금한 게 있어요?”
모두들 눈이 백소와 황소에게 쏠렸다.
“뭔데?”
황소가 부드럽게 되물었다.
“우린 언제나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배웠어요. 그런데 이번에 황소 언니가 두 번이나 거짓말로 속여서 소리의 왕을 가두었다고 했어요. 황궁 오라버니는 그건 거짓말이 아니라 계략이라고 했어요. 소희 어머님께선 ‘좋은 거짓말은 융통성 없는 진실보다 낫다’라고 하셨지요. 저는 그 말뜻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왜 거짓말을 해도 될 때가 있는지 알고 싶어요.”
황소가 소리의 왕에게 잡혀갔을 때였다. 빛의 괴물과 어둠의 괴물을 잡는데 돕겠다고 거짓말을 한 다음, 소리의 왕을 음 보관상자에 가두어버렸다. 그리고 또 나중에 황궁이 두 괴물을 잡으러 갈 때도 소리의 왕을 속여서 음통에 가두어버렸다.
백소가 그걸 얘기하는 것이다.
“하하하!”
그 얘길 들으며 황궁이 큰 소리로 껄껄 웃었다.
“우리 백소가 참 좋은 질문을 했다. 그동안 그 얘길 자세히 한 적이 없으니 궁금했겠다. 이 기회에 우리 모두가 그 때 상황을 알고 이해하도록 하자꾸나.”
황궁이 그 때 상황과 그런 일이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쉽게 설명을 해주었다.
“만일에 무서운 괴물이 우릴 잡아먹으려고 한다고 하자. 그 괴물이 ‘마고성의 소중한 보물을 가져오지 않으면 널 잡아먹겠다.’ 하면 ‘예, 가져다 드리겠습니다.’하고 거짓말을 해서라도 자신의 목숨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절대로 가져다 줄 수 없다’며 고집을 부리다가 죽는다면 소희 어머님의 말씀처럼 ‘융통성 없는 진실’이 되는 거란다. 그리고 그런 일들을 말할 때 계략과 계책으로 구분한단다. 먼저 계략은 나를 위협하는 괴물을 어떻게 물리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다. 황소가 거짓말로 속여서 함정에 빠트려 잡을 계획이 바로 그 계략이다. 또 계책은 그 계략을 어떻게 실천하느냐를 말한다. 황소가 음 보관상자나 음통을 이용하여 소리의 왕을 가둔 것이 바로 계책이다. 싸움에서는 그 계략을 전략이라고 하고 계책을 전술이라고 한다. 또 그 전략과 전술을 세워서 실제로 싸우는 것을 전투라고 한다. 이번에 황소는 거짓말로 속여야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오음 칠조의 전술로 소리의 왕과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실로 우리에게 값진 교훈이며 멋진 승리였지. 우리 마고성 형제자매들의 이름을 빛내고 영웅이 된 거야. 그래서 마고님이 음악의 신으로 임명하신 거다. 어때 알겠느냐?”
황궁의 얘기가 이어지는 동안 형제자매들은 모두 쥐죽은 듯 조용히 들었다. 가슴 속에 뜨거운 용기와 냉정한 지혜가 가득 담겨지는 듯 했다.
“야! 정말 대단해요. 우리 크게 황소 영웅에게 박수쳐요.”
백소가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며 황소에게 박수를 보냈다.
“자, 자. 고마워요. 형제자매들! 이제 그만 하고 노래 공부를 하기로 해요.
황소가 얼굴이 벌게지며 손 사레를 쳤다.
이윽고 황소가 만든 세상 최초의 노래 공부가 시작되었다. 황소는 먼저 벽에 모두가 볼 수 있게 우주도를 걸었다. 태양계의 모습을 그린 우주도였다. 황소가 그 우주도를 가리키며 설명을 했다.
“이 푸른 태양계 은하는 빛과 어둠, 그리고 소리가 사이좋게 어울려 살아가지요. 서로 다투지 않고, 우리의 모습처럼 하나의 몸체를 이루었지요. 함께 질서와 균형을 이루고 더불어 평화를 유지하지요. 보세요. 이 푸른 빛 불꽃으로 활활 타오르는 별은 태양이지요. 바로 우리의 머리카락이 있는 곳이랍니다. 그리고 우리의 눈은 우주의 맑은 물로 만들었지요. 수성이라는 별이랍니다. 그리고 코는 금으로 만들었지요. 금성이라는 별이지요. 입은 세상의 지혜로 마고성의 지구별이지요. 가슴은 뜨거운 불로 만들어 화성이랍니다. 그리고 배는 나무로 만들어 목성이며, 허리와 엉덩이는 흙으로 만들어 토성이지요. 다리는 하늘의 기둥으로 천왕성이라 하고, 발은 바다를 딛고 있어 해왕성이라 하지요. 마고님은 우린 은하의 하루를 24시간으로 정했지요. 빛이 가득한 낮이 12시간, 어둠이 덮이는 밤을 12시간으로 나누었지요. 그리고 그 낮과 밤의 하루가 모여 365일이 되면 그걸 1년이라고 하지요. 그게 우리 우주의 나이이도 하지요. 우리 우주는 150억년의 나이고 마고님이 태어나신 우리 태양계 은하도 45억년을 살아왔지요.”
“45억년이요?”
모두들 두 눈이 둥그레졌다. 놀람과 경이로움에 할 말을 잃었다.
“그렇다고 마고님께서 말씀 하셨지요. 우리는 이 태양계 은하의 생김을 본 따서 만들었다고 했고요.”
그러면서 황소가 노래를 불렀다.
“지혜와 용기가 샘솟는 태양이 머리이지요. 맑은 물 수성으로 눈을 만드니 세상을 환히 보라하지요. 코는 금별의 금으로 만드니 높고 귀함이지요. 입은 우주의 근본이라 지구별이니 은하의 역사를 노래하지요. 가슴은 뜨거운 불 화성으로 만드니 세상은 따뜻하고요. 나무별 목성으로 배를 만들고 흙별 토성으로 엉덩이를 빚으니, 무성한 가지와 잎이 열매를 맺어 세상을 풍성케 하지요. 천왕성이 두 다리로 하늘을 딛고 해왕성이 두 발을 바다에 담가요. 마고성은 하늘과 바다 사이에 물과, 금, 불과 나무, 그리고 흙으로 만든 별이 되리라. 마고성은 지구별이요. 태양계 은하의 역사를 노래하는 입이라. 그 터에서 많은 생명이 노래하며 살게 되리라.”
황소의 옥구슬처럼 맑고 깨끗한 노래는 높았다 낮게 이어지며 마고성 형제자매들의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슬픈 듯 기쁜 듯 감미롭고, 정감어린 노래의 여울 속에 깊숙이 빠져들게 했다.
세상 최초의 노래는 그렇게 우주의 역사와 은하계의 모습을 감동적이고 감격적인 기록으로 남겼다.
'연재동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녀의 영웅들 2-지구의 시작 (0) | 2016.03.21 |
---|---|
황녀의 영웅들 2-지구의 시작 (0) | 2016.03.16 |
황녀의 영웅들 2-지구의 시작 (0) | 2016.03.02 |
황녀의 영웅들 2-지구의 시작 (0) | 2016.02.15 |
황녀의 영웅들 2권-지구의 시작 (0) | 2016.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