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동화

황녀의 영웅들 2-지구의 시작

운당 2016. 3. 21. 05:53

(2) 네 쌍의 결혼식

 

사실 여덟 명의 형제자매들인 천인 천녀들은 어디를 봐도 손색이 없는 젊은이의 모습을 갖췄다. 지혜롭고 늠름하며 총명하고 아름다웠다.

무엇보다도 오래전부터 황궁과 황소, 청궁과 청소, 백궁과 백소, 흑궁과 흑소는 짝을 이뤄 서로 사랑하고 있었다. 결혼을 미룰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마고대성은 결혼식 준비로 바빠졌다. 결혼식은 마고궁 앞 너른 마당에서 마고가 직접 주례를 섰다.

이미 궁희와 소희가 결혼식을 올린 적이 있으나, 그들은 인간이 아닌 신이었다. 그러니까 황궁 등의 결혼식은 비록 반은 신이요, 반은 사람이라 하지만, 인류 최초의 결혼식이라 할 것이다. 이제 그들의 결혼으로 인류 최초의 인간이 태어날 것이니, 그렇게 말해도 틀림이 없다.

결혼식은 마고성에 밤이 찾아와 무지개 등의 불이 켜지면서 시작되었다. 너른 마당에는 무지개 등이 그날따라 더욱 아름다운 빛을 뿌리고, 오음 칠조의 음악이 물결치듯 흘러넘쳤다.

너희들 네 명의 천인과 천녀는 서로를 사랑하고, 우주의 질서와 순리에 따르며 살겠느냐?”

마고가 네 쌍의 천인과 천녀에게 차례대로 엄숙하게 물었다.

! 그러합니다.”

맨 먼저 황궁과 황소가 예의를 갖춰 대답을 했다. 이어서 청궁과 청소, 흑궁과 흑소, 백궁과 백소도 마고에게 엄숙하게 약속 했다.

이제 됐다. 내가 너희들에게 이제 새로운 생명을 창조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주겠다. 이제 너희들은 서로 사랑을 나누고, 아이를 밸 것이다. 그 아이는 너희들의 옆구리로 나오지 않을 것이고, 아이를 낳는 길을 통해 나올 것이다. 남자도 태어나고 여자도 태어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아이든 그 아이는 여자의 몸에서 태어날 것이다.”

새로운 아이에 대한 마고의 축복은 계속 되었다.

너희들이 낳은 아기는 성장하여 새로운 생명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면 서로 사랑하는 짝을 찾아 둘이서 하나가 되어 또 다시 새로운 생명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 우주와 함께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이윽고 결혼식이 끝났다. 네 쌍의 부부는 마고에게 예의를 갖춰 절을 하고 각자 자신의 궁으로 돌아갔다.

우주의 첫 결혼식이고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하는 첫날밤이었다.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인류의 역사가 시작됨을 알리는 밤이었다.

그렇게 또 한동안 세월이 흘렀다. 황소와, 청소, 백소, 흑소는 임신을 했다. 뱃속에서 아이를 열 달 동안 키웠다. 그런 다음 아이를 낳고 어머니가 되었다. 황궁을 비롯해 청궁, 백궁, 흑궁도 모두 아버지가 되었다.

황소의 첫 아이는 아들이었고, 청소가 낳은 첫 아이는 딸이었다. 백궁의 첫 아이는 딸이었고, 흑궁의 첫 아이는 아들이었다. 모두 여자가 낳았고, 옆구리가 아닌 배와 엉덩이 사이에 있는 아기가 나오는 길을 통해 낳았다. 그 다음해에도 또 아이들이 태어났다. 아들을 낳기도 하고 딸을 낳기도 했다. 또 그 다음해에도 아이들이 태어났다.

10여년이 흘렀다. 궁마다 태어난 아이들이 육 명이 되었다. 각기 남자 3, 여자가 3명씩이었다. 모두 24명의 아이들이 태어난 것이다. 그러자 각 궁에서는 하루 종일 떠드는 소리, 울음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아이들로 우글거린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이러다간 마고성이 아이들로 가득 찰 판이었다.

모두 마고의 말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흑궁이 청궁을 찾아갔다.

청궁 형! 그동안 자주 찾아뵙지를 못했습니다.”

어서 오게. 바쁜 일이 많았던가?”

아이구, 말도 마세요. 요즈음 아이들 때문에 골치가 아파요. 너무 말을 듣지 않아요.”

그런가? 그 말이 내 말이네. 우리 아이들도 하는 일이 날마다 말썽을 피우는 일이라네.”

아무리 꾸중을 해도, 꾸중을 하는 그 때뿐이지요. 특히 요즈음에는 전쟁놀이를 해서 걱정이지요.”

그렇다네. 우리 아이들도 걸핏하면 전쟁놀이라네. 빛과 어둠으로 편을 갈라 싸우기 일쑤라네. 앞으로 자라서 형제간에 진짜 전쟁이라도 할까봐 걱정이네.”

그런 이야길 나누는데 백궁이 집으로 들어왔다.

마침 함께 계셨구려. 아이들 때문에 상의를 드리려 왔습니다.”

마침 잘 왔네. 우리도 아이들 이야길 하고 있었네.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가?”

아이들이 빛과 어둠으로 편을 갈라 전쟁놀이를 하는 게 걱정입니다. 그렇게 북적대니 이 마고성이 좁아요. 또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니 우리 때처럼 공부를 가르쳐야하지 않겠어요? 그러니 황궁 형님과 의논하여 궁희 아버님과 소희 어머님을 찾아뵙기로 하지요. 마고님께서 언제쯤 사람이 살아갈 지구를 만드실지 알아봐 주시라고요.”

그래, 그렇게 하세. 자라는 아이들에게 이제 이 마고성은 너무 좁아. 뛰어놀 장소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이제 공부를 가르쳐야 할 때가 됐어.”

그렇게 의논을 마친 청궁, 백궁, 흑궁은 황궁을 찾아갔다. 아우들의 얘기를 들은 황궁도 고개를 끄덕여 동감을 표시했다. 황궁의 아이들도 날마다 마고성이 부서져라, 말썽을 피웠기 때문이다.

한참 그런 이야길 나눌 때였다. 마치 폭풍우라도 몰아치듯 우당탕 거리는 소리로 밖이 소란스러웠다. 뒤이어 아이들 고함 소리, 우는 소리가 뒤섞여 가까이 몰려왔다.

아버지들을 따라 나섰는지 이궁 저궁의 아이들의 얼굴이 모두 보였다.

, 이 나쁜 빛 놈들아! 이 정의의 칼을 받아라.”

무엇이라고? 나쁜 건 너희들 어둠이다. 나의 칼을 받아라.”

조금 큰 아이들이 두 패로 나뉘어서 전쟁놀이를 하고 있었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은 졸졸 따라다니다 넘어져 울고불고 했다. 무릎이 깨져 붉은 피가 배어나왔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이리 뛰고 저리 뛰었지만 그 소란스러움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저거 봐요. 저 난리잖아요? 저러니 아이들이 뛰어 놀 장소가 필요해요. 더욱이 이 마고성은 딱딱한 돌성이어서 걸핏하면 넘어져 무릎이 깨지기 일쑤랍니다.”

맞아요. 뛰노는 아이들 때문에 이제 일하기도 힘들다니까요.”

아무튼 큰 애들이 10살이니, 공부가 급해요.”

그래. 궁희와 소희님께 의논을 드리세.”

네 천인 황궁, 청궁, 백궁, 흑궁 형제는 궁희와 소희를 찾아갔다.

그래, 너희들의 얘기를 듣고 보니, 무슨 방안을 강구해야 될 때가 된 듯싶구나. 마고님을 찾아가 말씀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