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지구가 되다
하루가 지났다. 서서히 시키먼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끝을 알 수 없는 너른 대지가 드러났다. 육지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높이 솟구쳐 오른 곳이 보였다. 산이었다. 그 산이 길다랗게 이어진 것도 있었다. 산맥이었다. 한없이 평평하게 펼쳐진 곳은 들이었다. 그리고 그 산과 들에 마고의 말씀처럼 내가 있고 강이 있었다. 그 내와 강에 물이 흘렀다. 그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 모이니 바다였다. 아득한 수평선의 바다가 이루어졌다.
그 순간이었다. 높다란 산봉우리들이 불길을 내뿜었다. 마고가 마고성 아래에 가둔 불덩이들이 솟구쳐 나오는 것이었다. 화산이었다. 그 화산들이 엄청난 소리를 내며 불덩이를 토해냈다. 시커먼 화산재가 하늘로 올라가고 땅이 갈라지고 뒤틀렸다. 갈라진 땅이 깊은 계곡이 되고 그곳으로 지글지글 끓는 뜨거운 쇳물이 물처럼 흘러내렸다. 용암이었다.
하루가 또 지났다.
지글지글 끓으며 흐르는 용암이 내로 강으로 흘렀다. 바닷가의 용암은 바다로 들어갔다. 그러자 용암을 만난 물이 수증기가 되었다. 세상은 그 수증기로 자욱하게 덮였다.
그 수증기가 하늘로 올라갔다. 그리고 구름이 되었다. 그러더니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내리는 비였다.
빗물은 쉴 새 없이 산골짜기를 타고 흘러내려, 내와 강을 채우고, 다시 바다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다시 용암을 만난 물들은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었다.
물이 수증기가 되고, 그 수증기가 구름이 되고, 구름이 물이 되고, 물이 다시 수증기가 되었다.
또 하루가 지났다.
낮과 밤이 생겼다. 12시간은 환하고, 12시간은 어두웠다. 마고성의 하루는 억지로 그렇게 낮과 밤을 만들었었다. 그런데 지구가 되더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이다.
지구가 태양계 은하의 태양을 돌기 시작한 것이다. 낮에는 태양이 있었다. 그리고 밤에는 달이 있었다. 그 달은 바로 실달성이었다. 낮의 12시간이 지나고 어두워지면 실달성이 지구 위에 둥실 떠있었다.
지구가 돌기 시작하고 또 하루가 또 지났다.
마고는 마지막으로 마고성의 가장 높은 곳에 놓아둔 얼음덩어리를 꺼내었다. 그리고 화산분출이 끝난 높은 산봉우리들을 그 얼음으로 덮었다. 식어서 굳어버린 용암대신 빙하가 덮은 설산이 생겼다. 그러자 그런 곳에서는 비대신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하루하루 기후가 달랐다. 용암이 흐를 때는 더웠다. 구름이 덮이니 시원했다. 비가 내리니 서늘했다. 눈이 내리니 추웠다.
또 하루가 지났다.
마고는 마고성의 식구들을 또 다시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새로운 해인 태양이 떠오른 이른 아침 시각이었다.
“지난 6일 동안 마고성은 지구가 되었다. 오늘은 그걸 기념하여 하루 쉬는 것이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새로운 지구에서의 삶이 시작될 것이다. 저 해가 있는 12시간을 낮이라 하고 저 달이 있는 12시간을 밤이라 한다. 그리고 그 둘을 합한 24시간이 하루이고 1일이다. 1일이 30번이면 한 달이라고 한다. 이제 앞으로 그 한 달이 3번이 되는 석 달이 되면 기후가 바뀔 것이다. 석 달은 춥고, 석 달은 시원하고, 석 달은 덥고, 석 달은 서늘할 것이다. 그러고 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석 달은 춥고, 석 달은 시원하고, 석 달은 덥고, 석 달은 서늘한 기후가 되풀이 될 것이다. 그 추운 달은 겨울, 시원한 달은 봄, 더운 달은 여름, 서늘한 달은 가을이라 부른다. 그리고 겨울, 봄, 여름, 가을을 계절이라 하고 석 달씩 4계절이니 합하여 12달이고, 그걸 1년이라고 한다.”
마고는 낮과 밤, 하루, 한 달, 기후, 계절 등에 대해 알려주고 가르쳤다.
그렇게 해서 육일동안에 지구가 만들어졌다. 월화수목금토일, 달과 불, 물과 나무, 금과 흙, 그리고 해의 이름을 본 따 일주일을 7일로 하고 6일 일하고 하루 쉬게 되는 건 오랜 훗날의 일이다. 하지만 지구를 6일 동안에 만들고 마지막 날 쉰 것을 사람들은 기억하고 그렇게 정한 것이다.
마고성의 식구들은 감개무량한 얼굴로 마고성 앞에 펼쳐진 지구를 내려다봤다. 지난 6일 동안 하루하루 신기하게 변해가는 지구의 모습은 꿈인 듯, 생시인 듯 놀랍고 신기하며 감동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눈에는 그리 보였지만, 아직 지구는 혼란스러웠다. 모든 현상이나, 물질, 물체가 눈 깜짝할 사이에 나타나고 변하고 사라지며 불안정했다.
“모두들 짐의 명을 받아라.”
지구의 변화와 현상을 알려주고 가르친 뒤 마고는 엄숙한 표정이 되었다.
“예!”
모두들 이번에는 마고 앞에 꿇어 엎드렸다. 예를 갖추어 절을 하고 명령을 기다렸다.
“이제 너희들이 저 지구를 다스려야 한다.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고 변화시켜야 한다. 바로 너희들이 그 창조와 변화의 힘이다. 조금이라도 게으르거나, 자신의 할 일을 태만히 해서는 안 된다. 알았느냐?”
“예! 명심하겠습니다.”
마고의 다짐에 모두들 또 입을 모아 약속을 했다.
“그러면 지금부터 여덟 명의 천신천녀에게 할 일을 정해주겠다. 앞으로 사람들은 남성신은 천신이라 부르고, 여성신은 천녀라고 부를 거다. 존경하고 사랑할 거다. 때로는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며 미워할 것이다. 다 너희들의 할 바에 따라 그리 될 것이다.”
우주가 열리고 빛과 어둠, 소리가 있었다. 그리고 빛에서 실달성이 생겼다. 어둠에서 허달성이 생겼다. 소리에서 마고성이 생기고 다시 소리에서 창조자 마고가 생겼다. 그렇게 마고는 창조자며 우주를 다스리는 주인이었다. 생명과 변화를 가져오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 힘으로 마고가 자신의 몸을 나눠 궁희와 소희를 만들었으니 궁희는 빛과 어둠의 신이었고, 소희는 소리의 신이며 오음 칠조를 다스렸다.
그리고 궁희와 소희가 각각 네 명의 천신과 천녀를 만들도록 힘을 주었으니, 천신은 황궁과 청궁, 백궁과 흑궁이며, 천녀는 황소와 청소, 백소와 흑소다.
마고는 그들 천신과 천녀를 한 명, 한 명씩 앞으로 불러 맡은 일과 책임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이제 지구별은 본격적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별이 되는 것이다. 많은 생명이 태어나고, 변화하며 더불어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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