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일을 시작하다
천제가 된 황궁은 마고성을 중심으로 새로운 궁을 세웠다. 모든 일을 듣고, 의논하고, 지시하고, 결정하고, 확인할 너른 광장을 가진 크고 높은 건물을 한 가운데에 세웠다. 그 건물을 중심으로 좌우양쪽에 수많은 방을 가진 건물을 지었다. 사방으로 흩어져 살면서 마고성과 천제궁을 오가는 일족들이 묶을 숙소였다. 뒤쪽으로는 자신이 생활하는 내궁을 짓고, 정문이 있는 앞쪽에는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곳에 특히 모든 일족의 아이들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학교를 크게 세웠다.
황궁은 무엇보다도 교육이 최고의 가치와 이념을 가졌고, 앞으로 지구가 변화하고 발전하는 힘이라고 생각했다. 또 이념과 가치를 세우고 지키며 이어가는 것도 교육만이 해낼 수 있는 거라고 굳게 믿었다.
황궁이 그렇게 지구의 중앙에 광장을 가진 건물과 학교 등을 세웠다. 사람들은 그곳을 천제궁, 황제궁이라 불렀다. 그럴 즈음 역시 다른 천제와 천신, 천녀들도 자신의 터에 살 집을 짓고 일을 시작했다.
동쪽으로 나간 청궁은 천천히 걸어서 한나절 쯤 걸리는 곳에 있는 높은 산 아래 터를 잡았다. 날마다 아침에 한 번 지유를 먹으러 마고성에 가야하고, 아이들은 황궁이 세운 천제궁에 공부를 하러 가기도 좋은 곳이었다. 산골짜기를 나온 제법 수량이 많은 냇물이 두 갈래로 나뉘어져 흐르고 있었다. 그 두 갈래의 냇물이 만든 너른 들이 내려다보이는 그곳에 청제궁을 세웠다. 자신은 그곳 너른 들에 수많은 나무와 식물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청소는 그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보살피며 그 식물들의 씨앗과 열매를 관리할 것이다.
백궁도 천제궁의 서쪽으로 천천히 걸어서 한나절 거리였다. 지유 마시기와 학교를 고려했다. 그러나 그곳은 세 곳이 산으로 둘러싸인 산중이었다. 땅속에 묻힌 금과 여러 가지 쇠붙이를 다스리기에 좋은 곳이었다. 백궁은 그곳에 주로 금과 쇠붙이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시설을 갖추었다. 그런 집을 중심으로 백제궁을 세웠다.
백소는 백궁과 부부 사이지만, 마고의 명에 따라 남쪽에 적제궁을 세웠다. 불을 내뿜고 있는 화산과 가까운 곳이었다. 역시 앞으로 자신을 따라온 일족이 지유를 마시러 오가고,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기 알맞은 거리와 장소를 선택하였다. 그곳에 적제궁을 세우고 불을 다스리고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었다.
흑궁은 북쪽 방향에 흑제궁을 세웠다. 큰 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바닷가였다. 자신은 물을 다스리고, 흑소는 물속의 생명체를 다스려야했기에, 그에 알맞은 장소를 택한 것이다. 역시 지유를 마시러 다녀야 하고, 아이들이 학교에 다녀야 함을 고려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청궁은 아침 일찍 가족을 거느리고 천제궁으로 갔다. 가족과 함께 지유를 마시고 10살, 8살, 7살인 세 아이는 학교로 보내고 아직 어린 세 아이는 데리고 다시 청제궁으로 돌아왔다. 그런 다음 청소와 함께 들로 나왔다.
오늘은 키가 작은 나무를 만들어 심는 날이었다. 청궁은 키가 작은 나무를 여럿 만들었다. 가지가 옆으로 퍼지게도 만들고, 그냥 위쪽으로 쭉쭉 뻗게도 만들었다. 잎의 크기도 여러 가지로 해보았다. 넓적한 잎, 길쭉한 잎, 둥근 잎, 갸름한 잎, 톱니처럼 생긴 잎 등 갖가지로 만들어 가지에 붙이고 떼어내고 하였다. 그러다 마음에 들면 그 나무를 들에 심었다. 청소는 그 나무가 어떻게 열매를 맺고 씨앗을 퍼지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결정해주었다.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 데 다섯 살짜리 아들인 청나무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아버님! 청궁 아버님!”
“무슨 일이냐?”
“아버님! 아니 청제님! 큰 일 났어요.”
“무슨 일인데 그러느냐?”
“불이 났어요. 나무와 풀을 태워요.”
깜짝 놀라 쳐다보니 저쪽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어서 가봅시다.”
청궁은 청소와 함께 아들인 청나무를 번쩍 안아들고 검은 연기가 치솟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들은 신이었다. 청나무는 무게가 있는 반은 신이요, 반은 사람이었지만, 청궁과 청소는 신의 몸이었다. 청궁이 아들의 몸을 안고 훌쩍 몸을 날리니 검은 연기가 치솟는 곳이었다.
“어서 오셔요. 청궁 오라버님, 청소 언니!”
백소가 그곳에 먼저 와있었다.
“이게 웬 일이냐?”
며칠 전에 만들어 심은 나무와 풀이 시커멓게 타고 그을려 있었다.
“아침에 천제궁에 지유를 마시러 다녀오니 불씨 하나가 없어졌지요. 그래 찾아 나섰더니, 이곳에 있지 뭐예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바람이라는 게 생겼어요. 구름에서 비가 오고 눈이 내리면서 생긴 거지요. 그 바람이 구름에서 내리는 비와 눈을 이리 저리 몰고 다니지요. 이렇게 불씨도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지요. 이거 보세요.”
백소가 손에 든 불씨를 공중으로 휙 날렸다. 그러자 그 불씨가 바람을 타고 확 퍼지며 날아가는 것이다. 재빨리 백소가 그 불씨를 다시 거둬들였기에 망정이지, 불길이 다시 일어 나무와 풀을 또 태울 뻔 했다.
“이거 큰 일 이구나. 황궁 천제님께 말씀 드리고 대책을 강구해야겠구나.”
“그러게요. 이 불이 나무와 풀만 태우는 것이 아니라, 짐승과 사람의 목숨까지도 위험하게 하지요. 더욱이 용암을 만드는 더 뜨거운 화산불은 만물을 녹이지요. 돌도 녹이고 쇠도 녹이고, 어쩌면 우리가 사는 지구도 녹여버릴지 몰라요. 불씨의 종류가 작고 약한 불부터 세고 무서운 불까지 여럿이지요. 하지만 다행히도 이 불씨가 작고 약할 때는 물로 끌 수가 있지요. 이 사실을 모든 천신 천녀가 알도록 해야겠어요.”
“암, 그렇게 해야지. 황궁 천제님께서도 모든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서 서로 힘을 합하고 의논하여 일하라 하셨지. 내일 천제궁의 지유 마시는 시간에 이 일을 의논하기로 하자. 아무튼 백소 천녀도 불씨를 잘 관리하여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유념해라.”
“알았어요. 청궁 오라버니! 걱정을 끼쳐 미안해요.”
백소가 불씨를 거둬가고 청궁은 다시 불탄 자리의 나무와 풀을 되살려 냈다.
그때였다. 또 청나무가 크게 외쳤다.“아버님! 저길 좀 봐요.”
북쪽을 바라보니 하늘이 시커멓게 어두웠다. 검은 구름이 하늘을 가득 덮고 있었다. 그러더니 번쩍 번개가 치고 세찬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물동이로 퍼붓는 것 같은 무서운 빗줄기였다. 그 물이 쏟아져 들어와 흐르기 시작했다. 세찬 물길이 나무와 풀을 벙벙하게 적시며 휩쓸고 사라진 곳은 벌건 흙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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