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동화

황녀의 영웅들 1권-신들의 시대(끝)

운당 2015. 12. 4. 07:07

(2) 황소를 구출하다

 

황소! 무사했구나.”

황궁은 너무 반가워서 황소에게 달려가려고 했다.

그 순간 빛의 괴물이 활활 타는 불덩이를 황궁에게 던졌다. 황궁은 깜짝 놀라 몸을 피했다.

오라버니! 조심해요. 저 괴물들의 힘이 보통이 아니어요.”

그 순간 이번에는 어둠의 괴물에게서 날카롭게 갈라진 얼음 덩어리들이 날아왔다.

그렇구나. 먼저 저 괴물들부터 처치해야겠구나.”

황궁은 마고의 음통을 두 손으로 잡고 두 괴물 앞에 섰다. 살펴보니 역시 두 괴물의 불덩이 공격이나 얼음덩이 공격이 소리와 관련이 있었다. 어떤 소리를 내지르면 불덩이가 날아오고 얼음덩이가 날아오곤 했다.

그 소리는 분노의 소리, 슬픔의 소리, 고통의 소리, 저주의 소리였다.

오라버니는 빛의 괴물을 맡아요. 저는 어둠의 괴물을 맡을 테니까요.”

좋아. 저들의 소리를 바꾸어 버리도록 하자.”

황궁과 황소는 귀를 곤두세워 괴물들의 내지르는 소리가 무엇인지를 살폈다.

빛의 괴물이 분노의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불덩이가 사납게 날아왔다. 황궁은 재빨리 음통으로 오음 칠조의 음으로 분노의 소리에 맞서는 정감어린 소리를 만들었다. 그러자, 날아오던 불덩이가 흔적도 없이 사그라졌다.

어둠의 괴물이 고통의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자 날카로운 얼음 덩어리가 쏟아져 나왔다. 황소는 재빨리 음통의 줄을 튕겨서 오음 칠조의 소리로 마음을 파고드는 부드러운 소리를 만들었다. 그러자 이번에도 얼음 덩어리들은 흔적도 없이 사그라져 버렸다.

두 괴물은 순간 주춤했다. 뜻밖의 상대를 만났다는 듯 그 무시무시한 눈에 당황해하는 빛이 스쳐 지나갔다.

감히 내게 맞서다니? 용서할 수 없다. , 한 입에 삼켜버리겠다.”

빛의 괴물이 커다란 입을 더 커다랗게 벌리며 황궁을 향해 달려들었다.

황궁은 재빨리 음통의 모든 줄을 이용해 오음 칠조를 만들었다. 괴물의 입을 피하며 기쁨, 슬픔, 고통, 희망, 공포, 평화 등 온갖 마음이 담긴 음을 괴물의 머리를 향해 화살처럼 쏘아 보냈다.

그런 다음 다시 무서운 공포를 느끼는 음을 집중적으로 쏘아 보냈다. 괴물이 주춤 거렸다. 황궁은 이어 틈을 주지 않고 생명의 기쁨과 행복에 넘치는 음을 쏘아 보냈다.

날 어떻게 만드는 거냐?”

빛의 괴물은 비틀거렸다. 거칠게 몸을 움찔거리더니 스르르 허물어지듯 고꾸라졌다.

어둠의 괴물도 마찬가지였다.

건방진 것! 약속을 어기다니. 가만두지 않겠다.”

어둠의 괴물의 입이 쩍 벌리며 황소를 덮쳤다. 날카로운 얼음덩이들이 찬 기운과 함께 황소에게 다가왔다. 세상이 온통 얼음으로 덮이며 눈을 뜰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황소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음통을 치켜들었다. 황궁처럼 오음 칠조로 세상에서 가장 감미로운 음을 만들어 어둠의 괴물에게 쏘아 보냈다. 곧바로 뒤이어 온갖 마음이 뒤섞인 변화무쌍한 음을 만들어 쏘아 보냈다.

날 어떻게 한 거냐?”

어둠의 괴물이 주춤거리며 비틀거렸다. 황소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이번에 쏘아 보낸 오음 칠조는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듯 하는 격렬한 음이었다. 마음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음이었다.

아아아아아!”

어둠의 괴물은 큰 소리를 내질렀다. 비명 소리가 사라지기도 전에 커다란 얼음덩어리의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두 괴물이 사라진 자리에는 황궁이 만들어낸 생명의 기쁨과 행복에 넘치는 음과, 황소가 만들어 낸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듯 하는 격렬한 음만 남았다.

황소야!”

황궁 오라버니!”

두 괴물을 물리친 황궁과 황소는 반가움에 마주 손을 잡았다.

황궁 오라버니!”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황소가 잡은 손을 놓으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무슨 일인데?”

아직 할 일이 있어요. 소리의 왕이라는 괴물이 있어요.”

그렇구나. 널 만나기 전 나도 소리의 왕이라는 그 괴물을 보았다. 도대체 그 괴물은 또 무엇이냐?”

마고성의 오음 칠조와 음 보관상자, 그리고 저를 이곳으로 데려온 녀석이지요. 소리들이 마고성을 만들 때, 우연히 생겨난 괴물이지요. 빛의 괴물과 어둠의 괴물을 부하로 만들려고 했지요. 그리고 그들을 이용해 우리의 은하와 우주를 지배하려고 했지요.”

그리됐다면 큰일 날 뻔 했구나.”

소리의 왕이 오음 칠조로 자기를 도와주면 저를 신으로 만들어주겠다고 꼬드겼지요. 그래서 제가 꾀를 냈지요. 처음엔 절대로 오음 칠조로 도와주지 못하겠다고 했다간 마음을 바꿨지요.”

거짓으로 도와주겠다고 한 거야?”

그래요. 두 괴물을 물리치고 소리의 왕 손아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지요.”

평생토록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어겼구나.”

그래서 마음이 괴로웠지요. 하지만 깨달았어요. 소리의 왕이라는 괴물이 절 강제로 이곳에 데려오고, 심지어 마고성의 오음칠조와 음 보관상자를 도둑질까지 한 거잖아요? 남을 못살게 하고 괴롭히는 괴물들에게는 참이나 진실이란 게 없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조금도 거리낌 없이 소리의 왕을 속였지요. 두 괴물을 물리치고, 부하가 되도록 오음 칠조로 도와주겠다고 했지요.”

잘했다. 내 생각에도 네 말이 못된 거짓말은 아닌 듯 싶다.”

두 괴물들에게도 거짓말을 했지요. 둘이서 함께 공격을 하면 소리의 왕을 이길 수 있다고 꼬드겼지요. 그리고 그렇게 공격을 할 때, 오음 칠조로 소리의 왕을 도와주지 않겠다고 했지요.”

그래서 어둠의 괴물이 네게 약속을 어겼다고 했구나. 하하하! 어찌됐든 마고성의 제일 맏언니로서 잘했다. 현명한 판단을 한 거야. 그런데 소리의 왕은 어디 있지.”

바로 여기 음 보관상자에 있지요. 제가 두 괴물과 싸울 동안 이 속에 숨어 있으라고 했거든요. 이 속에 들어가자 곧 바로 빠져나오지 못하게 가둬버렸지요.”

잘했다. 이제 이 그림자 은하를 떠나 다시 우리 은하의 마고성으로 가면 되겠구나.”

황궁과 황소는 다시 두 손을 뜨겁게 마주잡았다.

(1권 신화의 시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