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우주로 나가다
“마고님! 준비를 마쳤습니다.”
날이 어두워졌다. 마고성의 무지개 등이 불을 밝혔다. 황궁은 다시 마고가 있는 궁으로 올라갔다. 지난 번 실달성에서 얻은 구지검을 허리에 차고, 허달성에서 얻은 거울도 챙겼다.
“이걸 입도록 해라. 나의 머리칼로 만든 옷이다. 이 옷이 널 우주를 날게 하고 보호해줄 거다. 나와 궁희 소희는 몸의 형체가 없어서 어둠이나, 빛, 소리처럼 우주공간에서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너희 같이 형체가 있는 사람은 우주를 맘대로 이동할 수도 없고, 여러 가지 위험에 부딪친다. 빛이 잡아당기는 힘에 이끌리면, 넌 순식간에 흔적도 남기지 않고 타버리고 말 것이다. 어둠도 마찬가지다. 어둠에 갇히면 넌 우주의 얼음알갱이가 되어 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이다. 그러니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옷을 벗어서는 안 된다. 다행히 날틀이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황궁은 마고의 머리칼로 만든 옷을 입었다. 그러자 자신의 몸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며 가벼워졌다.
“이건 오음 칠조를 마음대로 변화 시킬 수 있는 음통이다. 이 다섯 개의 줄을 이용하여 음의 높이와 느낌을 변화 시킬 수 있는 거다. 자, 가르쳐줄테니 따라 서 해 보거라.”
다섯 개의 줄이 달린 둥그스럼하게 생긴 통이었다. 가운데가 비어있는 그 통에 길이가 다른 다섯줄이 걸려있었다.
마고가 그 통에 걸린 가장 긴 줄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겼다. 길고 듬직한 소리가 났다. 다시 그 줄보다 조금 작은 줄을 튕기자 이번엔 소리의 길이가 조금 짧아지며 높아졌다. 그렇게 줄이 짧아질수록 소리의 길이는 짧아지고 크기는 강해졌다.
“이렇게 같은 줄이어도 위치에 따라 음의 길이와 크기가 달라진단다. 어디 한 번 해 보거라.”
황궁은 마고가 가르쳐준 대로 소리통의 줄을 손가락으로 튕겨보았다. 길이가 다른 각 줄의 위치에 따라 음의 길이와 크기가 달랐다. 오랫동안 오음 칠조를 배운 탓에 금세 익힐 수 있었다.
“이번엔 음으로 느낌을 만드는 일이다. 음으로 슬픔, 기쁨, 고통, 즐거움 등을 감정이 생기도록 하는 거다.”
마고는 어떤 음이 슬픈 음이며, 어떤 음이 기쁜 음이 되는 가를 하나하나 설명했다. 황궁은 귀를 쫑긋 세우고 열심히 익혔다.
“아주 잘 하는 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쁨을 슬픔으로,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는 등 오음 칠조를 변화 시킬 줄 알아야 한다. 우주로 나가면 온갖 어려움과 위험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그럴 때에 재빨리 상황을 판단하고, 거기에서 벗어나는 힘이 바로 이 오음 칠조의 변화하는 힘이라는 걸 잊지 말아라.”
“알았습니다.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이제 됐다. 무지개 등이 꺼지는 대로 우주로 나가거라. 그리고 이 음통은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도록 해라.”
마고의 마지막 당부가 있을 즈음, 우주의 날이 밝는 시각이 되었다. 황궁이 엎드려 절하고 나오자, 때맞춰 마고성 무지개 등의 불이 꺼졌다.
“잘 다녀와요.”
“모두들 고마 워요. 우주 끝에서라도 황소를 찾아올게요.”
형제들과 궁희와 소희가 배웅을 하러 나와 있었다. 황궁은 형제들과 인사를 나누고, 궁희와 소희에게도 예절을 갖춰 절을 하였다. 그리고 백궁이 만든 날틀에 올랐다.
“날틀 조정하는 걸 잘 알겠지?”
어제 날틀 조정하는 법을 황궁에게 가르쳐 준 백궁이 근심어린 얼굴을 했다.
“걱정 마. 가르쳐준 대로 할게.”
말이 끝나자 말자, 황궁과 날틀은 그들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빛의 속도로 날틀의 움직임이 빨랐기 때문이다.
황궁은 마침내 드넓고 광활한 우주로 들어섰다. 보이는 거라곤 빛과 어둠뿐이었다. 점점히 뿌려진 작은 빛은 별이었다. 그리고 무더기를 이룬 빛덩어리들은 별들이 모여 만든 작은 은하였다. 황궁의 날틀은 그 작은 은하를 앞 뒤, 양 옆에 두고 알 수 없는 어둠의 우주를 헤엄치듯 나아갔다.
“이 넓은 우주를 아무렇게나 찾아다닐 순 없을 것이다. 음 보관상자의 사라진 흔적으로 봐서 한 사흘 쯤 날아가야 할 것이다. 방향은 마고성의 위쪽이거나 아래쪽이다. 먼저 위쪽으로 가 보거라. 사흘 쯤 가도 아무런 흔적이 없으면 다시 방향을 바꿔 아래쪽을 향해라.”
드넓고 광활한 우주에서 황궁이 알고 있는 것은 소희 어머님이 알려준 내용 정도였다. 말 그대로 널따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와 같은 일이었다. 그렇지만 답답한 생각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황궁은 방향을 잃지 않으려 날틀을 조정하면서 은하의 위쪽을 향해 항해를 계속하였다. 이제 떠나온 은하는 눈앞에서 보이지도 않았다. 셀 수없이 많은 작은 은하가 눈앞에 나타났다, 사라질 뿐이었다. 그렇게 사흘여의 시간이 지나갔다.
“소희 어머님의 말씀대대로라면 이제 무슨 일이 닥치겠지.”
황궁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앞과 뒤, 오른쪽과 왼쪽을 살피며 나아갔다. 이제 날틀의 운전도 익숙해져서 마음먹은 대로 속도와 방향을 조정할 수가 있었다. 마치 산들산들 부는 바람 따라 날아가는 조각구름처럼 우주의 어둠 속을 가볍게 나아갔다.
그럴 때였다. 갑자기 날틀이 앞뒤로 흔들렸다. 그리고 점점 더 심하게 흔들렸다. 황궁이 조정대를 붙들고 안정시키려 했지만, 뜻대로 안되었다. 여기 저기 날틀을 살펴봤지만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 어떤 알 수 없는 힘이 날틀을 끌어당기는 듯 했다. 그러는가싶더니 그만 날틀은 그 힘에 이끌려 쏜살같이 나아갔다. 이미 조정대는 필요 없게 되었다. 저만큼 어둠보다 더욱 시커멓게 보이는 구멍이 보였다. 황궁의 날틀은 그 구멍으로 향하고 있었다.
“저게 뭐지?”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작은 빛 하나가 그 시커먼 구멍 속으로 휙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작게 보였지만 별이었다. 노르스름한 빛, 희끄무레한 빛도 길게 선을 그으며 그 시커먼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눈 깜짝할 사이의 일이었다.
“아! 저 시커먼 구멍이 별들을 삼키는 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황궁의 날틀도 그 시커먼 구멍 속으로 쏜살같이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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