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동화

황녀의 영웅들 1권-신들의 시대

운당 2015. 11. 16. 03:28

11. 황궁 우주로 나가다

 

(1) 준비

 

마고성의 식구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모두들 마고 앞에 엎드려 큰절을 했다. 이마가 땅에 닿도록 엎드린 다음 머리, 가슴, , 다리, 발 등 자신의 온 몸을 차례로 만지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모두들 두 손을 가슴 앞에서 공손히 모았다.

그래, 황소가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져버렸단 말이지?”

소희의 보고를 들으며 마고는 부드럽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오음 칠조와 음 보관상자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아주 큰 힘에 의해 우주 밖으로 날아간 흔적만 찾았습니다.”

…….”

마고는 잠시 말없이 무슨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다.

우리 마고성에 위기가 찾아왔구나. 우주의 질서와 법칙이 깨지고 괴물이 태어났구나. 이 또한 우주의 신비일 뿐이다. 우리 모두 힘을 합하여 이 위기를 벗어나도록 하자.”

마고는 마고성의 식구들을 천천히 둘러보더니 물었다.

누가 나서서 이 위험을 헤쳐 나가도록 할 테냐?”

마고님! 제가 하겠습니다.”

말이 떨어지기가 바쁘게 앞으로 나선 건 황궁이었다.

저는 마고성의 형제자매들 중 맏이로서 아우들을 잘 보살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위험에서도 마고성을 지키고 싶습니다. 제가 그 일을 하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이번에는 청궁과 백궁, 흑궁, 청소와 백소, 흑소도 앞으로 나섰다. 모두들 한 소리로 입을 모아 자기에게 일을 맡겨달라고 했다.

그래, 모두들 기특하구나. 하지만 이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고님! 그러기에 이 일은 제가 맡고 싶습니다. 저는 우주를 날 수 있는 날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얼마나 잘 나는지 시험을 해보고도 싶습니다.”

백궁이 다시 앞으로 나서며 날틀 얘길 꺼냈다.

네가 우주를 날 수 있는 날틀을 만들었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마고님과 궁희 아버님, 소희 어머님은 어둠을 만나면 어둠이 되시고, 빛을 만나면 빛이 되시고, 그리고 소리를 타고 우주를 넘나드신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지유를 먹는 사람의 몸으로 태어나 그런 능력은 없습니다. 그래도 저는 저 드넓은 우주를 마음대로 넘나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날틀을 만들었습니다. 아직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이번에 시험을 해보겠습니다.

백궁의 말이 끝나자 이번엔 청궁이 앞으로 나섰다.

마고님! 저는 소리상자를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듣지 못하게 만든 우주의 큰 소리는 작게 만들고, 아주 작은 소리는 크게 해서 듣기도 하고 살필 수 있는 기구입니다. 또 더하여 먼 곳도 가까이 볼 수 있는 망원경이란 기구도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우주의 소리를 다스리고, 먼 곳까지도 쉽게 살펴볼 수 있는 저를 우주로 나가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청궁의 말이 끝나자 이번엔 흑소가 앞으로 나섰다.

마고님! 저는 빛을 마음대로 다스릴 수 있는 기구로 마고성의 무지개 등을 만들었습니다. 우주의 빛과 어둠에 대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저 드넓은 우주에서 황소 언니를 찾고, 위험에 맞서 싸우는 일은 제가 해야 합니다.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흑소의 말이 끝나자 흑궁이 앞으로 나섰다.

저는 따뜻하고 찬 것을 마음대로 조절하는 기구를 만들었습니다. 우주의 어떤 환경에서도 견뎌낼 수 있는 기구입니다. 그러니 저를 보내주십시오.”

그렇게 서로들 자기가 하겠노라고 나서는 아이들을 흡족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마고가 마침내 결심을 한 듯 말했다.

모두들 그동안 열심히 배우고 노력했구나. 누구든 임무를 맡아도 잘 해낼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하다. 하지만 이번 일은 황궁에게 맡기겠다. 그러니 모두들 황궁을 도와 이 번 일이 잘 되도록 해라. 그리고 우주로 나갈 준비가 되면 황궁은 오늘 밤 나의 궁으로 다시 오너라.”

마고의 말에 황궁의 얼굴은 기쁨으로 활짝 펴졌다. 그리고 앞으로 나섰던 백궁, 청궁, 흑소, 흑궁의 얼굴은 실망스런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모두들 곧 황궁을 향해 격려의 말을 했다.

황궁 형! 축하해요. 저희들도 모든 힘을 다해 도울게요. 그리고 함께 할게요.”

황궁 오라버니! 제가 빛을 마음대로 조절하는 기구를 드릴게요. 우주에 나가면 긴요하게 쓰일 거예요.”

흑소가 빛을 마음대로 다스릴 수 있는 기구를 황궁에게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백궁은 날틀을, 청궁은 소리상자를, 흑궁은 따뜻하고 찬 것을 조절하는 기구를 주겠다고 했다.

모두들 고맙고 훌륭하다. 그럼 빨리 가서 준비를 하자.”

, 궁희 아버님!”

궁희가 일행을 이끌고 마고 앞을 물러나왔다.

그리고 황궁의 우주 나들이에 도움이 될 물건이나 기구를 가지고 사람궁의 공부방으로 모이라고 했다.

한참 뒤, 아이들은 다시 사람궁의 공부방으로 모였다.

지난번 실패한 것을 거울삼아 다시 만든 거지요. 여러 차례 시험운행을 하기도 했지요.”

백궁은 자기가 만든 날틀을 보여줬다. 길고 둥근 항아리처럼 생긴 몸체였는데 가운데쯤에 탈 수 있는 방이 있었고 머리 쪽에는 두 개의 뿔이 달려있었다.

우리 마고성의 돌 중에서 가장 가벼운 돌을 가지고 만들었지요. 이 날틀은 우주의 빛과 빛이 부딪칠 때 생기는 힘을 이용하지요. 이 두 개의 뿔은 그 힘을 받아들이는 장치이지요. 그 힘으로 빛과 같은 속도로 날아가지요.”

, 그거 참 대단하구나.”

궁희를 비롯하여 모두들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날틀에 우리들이 만든 기구 장치를 달자.”

그렇게 청궁, 흑소, 흑궁이 만든 기구 장치도 날틀에 장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