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동화

황녀의 영웅들 1권-신들의 시대

운당 2015. 11. 30. 02:43

12. 황궁 우주괴물을 물리치다

 

(1) 우주의 괴물

 

황궁이 탄 날틀은 그 시커먼 구멍 속으로 한 없이 빨려 들어갔다. 그러면서 떨어지는 속도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는가 싶더니 날틀이 커다란 힘에 의해 쭈그러지기 시작했다. 날틀뿐만이 아이었다. 날틀 안에 있는 물건들도 억센 힘에 눌려 그 형체를 잃어갔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황궁이 입고 있는 옷 안의 물건들은 그 억센 힘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손에 들고 있는 음통이며 구지검, 거울 등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물론 황궁의 몸에도 그 억센 힘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는 가운데 마침내 날틀이 멈추었다. 이제 날틀은 완전히 쭈그려져서 황궁의 몸을 감싸고 있는 껍질에 불과했다. 날틀이 멈춘 걸 알고 힘을 주자, 날틀은 옷이 벗겨지듯 쉽게 몸에서 떨어졌다. 이내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작은 부스러기가 되더니 먼지처럼 사라져버렸다.

날틀 밖으로 나온 황궁은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곳은 별들의 무덤이었다. 빨려 들어온 별들이 작은 공처럼 줄어들어 여기 저기 널려있었다. 실로 어마어마한 힘이 그곳에 있었다.

위를 쳐다보니 아득하게 시커먼 구멍의 입구가 보였다. 그 속으로 이따금 별들이 빨려들어 오는 모습도 보였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황궁은 날틀이 떨어져 내려온 반대쪽으로 방향을 잡아 걸음을 옮겼다. 마고의 머리칼로 만든 옷 덕분인지, 걷기에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한참을 걸으니, 조금씩 주위가 밝아졌다. 그리고 저 쪽으로 이번엔 환한 빛을 내는 구멍이 보였다. 그 구멍을 향해 이따금 빛 덩이가 쏜살같이 빠져나가곤 하였다. 시커먼 구멍으로 빨려 들어온 빛 덩이가 다시 되돌아 나가고 있었다.

빨려 들어온 별들로 시커먼 구멍이 가득차면, 먼저 빨려 들어온 별들은 그 자리에서 밀려 다시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한참을 살펴보다 황궁은 생각을 굳혔다. 빨려들었다가 밀려나가는 별을 이용하여 그 구멍에서 나가기로 했다.

마침 마악 밀려나가는 별이 눈에 띄었다. 황궁은 재빨리 그 별에 올라탔다. 그 순간 그 별은 황궁이 빨려들었던 구멍과 반대쪽 구멍을 향해 쏜살같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점점 주위가 밝아졌다. 그리고 눈이 부시다 싶은 순간 그 별은 구멍에서 빠져나왔다. 그러자 그 별은 조금 전의 작은 별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크기를 알 수 없는 커다란 별이 되었다. 그 별에 서서 황궁은 드넓고 광활한 우주를 다시 바라볼 수 있었다. 그곳은 그림자 은하였다.

한동안 주위를 살피던 황궁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주변 풍경이 마고성이 있는 곳과 비슷해서였다. 저만큼 실달성과 허달성도 보였다.

이게 웬일일까? 내가 꿈을 꾸는 걸까?”

황궁은 한동안 어리둥절하여 온갖 생각에 어지럽기까지 했다.

그때였다.

황궁의 오른쪽에 온 몸에서 빛을 내는 커다란 불덩이 괴물이 보였다. 어마어마하게 큰 머리에 큰 눈을 가지고 있었다. 사나운 이빨을 드러낸 입에서는 무엇이라도 태워버릴 듯 훅훅 불길이 치솟아 나왔다.

도대체 저게 뭘까? 우주에는 빛과 어둠뿐이라고 했는데, 저런 괴물이 있다니

황궁이 눈을 부릅뜨고 그 불덩이 괴물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이번엔 반대쪽인 왼쪽에 얼음기둥처럼 생긴 괴물이 보였다. 역시 그 얼음 괴물도 불덩이 괴물처럼 사나운 이빨을 보일 때마다 세찬 바람과 함께 날카로운 얼음조각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얼음조각들이 날릴 때마다 마고성은 곧 무너져 내릴 듯 부르르 부르르 흔들렸다.

저건 또 뭐야? 불덩이 괴물에 얼음덩이 괴물이라니?”

그 두 괴물이 마고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마고성이 위험하다.”

황궁은 몸을 날려 마고성으로 달려갔다. 마고성의 형제들 중 누구보다도 뛰고 날기를 잘하는 황궁이다. 더하여 마고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옷까지 입고 있었다. 황궁은 단숨에 마고성으로 들어섰다.

황궁은 마고성의 제일 위쪽에 있는 궁궐로 달려갔다. 마고가 있는 곳이다.

마고님!”

황궁은 큰 소리로 마고를 불렀다.

이제야 왔구나. 황궁!”

그런데 황궁을 맞이한 것은 마고가 아니었다. 소리의 왕이었다.

너는 누구냐?”

나는 소리의 왕이다. 그리고 네가 찾으러온 황소가 이곳에 있다.”

황소가 여기 있다고?”

그렇다. 그런데 지금 이곳이 큰 위험에 빠져있다. 네 눈에도 보일 것이다. 저 빛의 괴물과 어둠의 괴물이 힘을 합쳐 이곳을 공격하고 있는 걸 말이다.”

저 괴물들은 무엇이며, 여긴 어디란 말이냐?”

여긴 네가 살고 있는 은하와 평형을 이루고 있는 그림자 은하이다. 두 은하는 하나처럼 운명을 같이 하게 된다. 그러니 너도 나를 도와 저 두 괴물을 물리쳐야 한다.”

그건 그렇고 황소는 어디 있느냐?”

저 두 괴물의 공격을 물리칠 수 있는 오음 칠조의 힘을 가진 기구를 만들고 있다. 너도 오음 칠조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저 두 괴물을 물리치려면 그 오음 칠조의 힘을 가진 기구가 필요하다.”

황소를 만나보고 싶다. 어디 있느냐?”

오음 칠조로 날 도와주겠다면 만나게 해주겠다.”

좋다. 지금은 저 두 괴물의 공격부터 막아야 하니, 그렇게 하기로 하겠다.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느냐?”

저 빛의 괴물은 빛의 소리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그리고 저 어둠의 괴물은 어둠의 소리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러니 그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막아야 한다. 슬픔의 소리는 기쁨의 소리로, 분노의 소리는 평화의 소리로 막아내야 한다. 오음 칠조의 변화로 저 두 괴물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것이다.”

좋다. 그렇다면 내게 맡겨라.”

황궁은 마고가 준 음통을 가지고 앞으로 나섰다.

황궁 오리버니! 저도 돕겠어요.”

황궁이 두 괴물과 맞서고 있을 때였다. 어디서 나왔는지, 갑자기 황소가 모습을 나타냈다.

저 괴물을 물리칠 수 있는 오음 칠조를 마음대로 변화 시키는 기구를 만들었어요.”

황소도 마고가 만들어 황궁에게 준 음통과 비슷한 통을 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