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동화

황녀의 영웅들 1권-신들의 시대

운당 2015. 11. 8. 09:32

(2) 소리의 왕

 

소리의 왕 역시 마고성이 생길 때 만들어졌다.

태초의 여덟 소리가 모여 실달성과 허달성을 감싸고돌며 서로 감응할 때였다. 처음엔 서서히 돌던 소리들은 점점 속력을 내서 빠르게 돌았다. 그리고 이내 그 돌아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더니 나중엔 그냥 한줄기 빛처럼 되었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고 그림처럼 그대로 가만히 정지해버렸다. 그러다 그만 휙 사라지며 아무 것도 안 보이고 소리만 남았다. 두둥실! 그 소리 위로 둥실 떠올라온 게 바로 마고성이었다.

그런데 그 소리가 완전히 사라져버린 게 아니었다. 소리가 만든 흔적이 마고성이 되었고, 그 소리는 소리의 왕이라는 형체가 된 것이다. 바로 황소를 그림자 은하로 붙잡아간 소리의 왕이 그였다.

소리의 왕은 훌쩍 몸을 날려 우주로 나왔다.

또 왔느냐?”

저만큼 엄청난 빛기둥이 눈부신 빛의 회오리를 일으키며 다가오고 있었다. 빛의 괴물이었다. 소리의 왕이 그 앞을 막아섰다. 자신의 몸을 부풀려 빛기둥의 크기로 만들었다.

소리의 왕이여! 항복해라. 날 받들어 이 그림자 은하를 지배하고, 마고의 은하를 굴복시키자. 내 말을 따르지 않으면 넌 형체마저도 남길 수 없을 것이다.”

빛의 괴물이 다짜고짜 커다란 불덩이를 소리의 왕을 향해 날렸다. 사방으로 불꽃을 튀기며 날름거리는 불덩이가 소리의 왕을 덮쳤다.

어림없는 말이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내게 항복해라. 그리고 힘을 합해 이 우주를 다스리도록 하자.”

소리의 왕은 몸을 작게 줄여 날아오는 불덩이를 가볍게 비켜섰다. 그러더니 몸 안에서 부드럽고 작은 소리를 꺼내어 수천 수백 개로 나누었다. 두 손을 뻗어 그 소리를 화살처럼 빛기둥을 향해 쏘아 보냈다. 그러자 빛기둥이 그 소리에 휘말려 수천 수백 개의 조각으로 쪼개져 낙엽처럼 날렸다. 우주의 저쪽으로 한 점 빛으로 보일 때까지 날려가더니 눈앞에서 사라졌다.

정말 끈질긴 녀석이야. 저 빛의 괴물이 포기하지 않고 또 오겠지. 그 전에 오음 칠조의 비밀을 알아내야 할 텐데.”

소리의 왕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림자 은하의 그림자 마고성으로 되돌아섰다. 그 때였다.

소리의 왕! 그간 생각해보았느냐? 나의 부하가 되어 이 우주를 다스리는데 함께하도록 하자. 그렇담 내가 빛의 괴물을 없애는 걸 도와주지.”

이번엔 어둠의 괴물이 다가왔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얼음기둥이었다. 그 얼음기둥이 다가오자, 그 무엇이라도 얼려버릴 듯 찬 기운이 함께 덮쳐왔다.

어둠의 괴물! 너야말로 내게 항복하라. 그리고 나를 도와 빛의 괴물을 굴복 시키자. 그런 다음 이 우주를 지배하는 거다. 너야말로 그 길만이 살길이다.”

! 빛이건, 어둠이건, 소리건, 힘이 센 자가 이 우주의 주인이 되는 거다. 그게 우주의 법이고 진리다. 나를 네 부하로 만들려면 나를 이겨보아라.”

어둠의 괴물에게서 날카로운 얼음 덩어리가 소리의 왕을 향해 날아왔다. 무엇이든 얼려 버릴 것 같은 차디찬 기운이 함께 다가왔다.

그러자 이번엔 소리의 왕이 자신의 몸을 엄청난 크기로 부풀렸다. 그러더니 짧고 높은 소리를 꺼내었다. 이번에도 그 소리를 수천 수백 개로 나누어 얼음 덩어리를 향해 화살처럼 쏘아 보냈다. 그러자 얼음 덩어리는 수천 수백 개의 조각으로 쪼개어졌다. 그리고 차디찬 기운과 함께 소리의 왕 몸속으로 스르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역시 어둠의 괴물을 물리치는 것도 오음 칠조의 비법뿐이야. 어떻게든 황소에게서 그걸 알아내야해.”

빛의 괴물, 어둠의 괴물까지 물리친 소리의 왕은 몸을 날려 그림자 은하의 그림자 마고성으로 돌아왔다. 다시 황소 앞으로 와서 말을 걸었다.

황소! 방금 너도 보았을 거다. 빛의 괴물과 어둠의 괴물의 힘은 엄청난 힘이다. 그 둘이 힘을 합하면 나도 당할 수가 없다. 저 두 괴물을 물리칠 수 있는 것은 오직 오음 칠조의 힘이다. 그러니 오음 칠조를 마음대로 활용하는 비법을 말하라. 그리고 오음 칠조의 힘을 가진 기구를 만들어라. 그 길만이 그림자 은하와 네가 사는 은하를 살릴 수 있는 길이다.”

이 우주와 은하는 마고님이 다스리고 계신다. 너야말로 마고님께 도움을 청해 저 두 괴물을 다스리고 두 은하가 평화로워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소리의 왕이 갖은 말로 달래었지만, 황소는 조금도 기가 꺾이지 않았다. 당당하게 맞섰다.

그건 네가 잘 모르는 거다. 너희들은 은하의 그림자 은하와 함께 살아가고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나와 저 두 괴물은 두 은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두 은하가 사라져버려도 우린 이 우주에 존재한다는 말이다. 나와 두 괴물 중 누구라도 맘만 먹으면 네가 살던 은하와 그림자 은하는 이 우주에서 사라져버릴 것이다. 그러니 내게 협조를 해라. 그러면 두 은하도 살고 너는 신이 되어 영원한 영광과 행복을 누릴 것이다.”

황소가 살던 은하가 사라지면, 따라서 그림자 은하도 사라져 버린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그림자 은하가 사라지면 황소의 은하도 존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게 두 은하의 생명이고 운명이라 했다.

하지만 소리의 왕과 빛의 괴물, 어둠의 괴물은 별개라고 했다. 그들은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우주의 독특한 존재였다. 말 그대로 어떤 어긋남으로 해서 특별히 생긴 괴물이었다.

우주의 모든 것은 어떤 질서와 법칙을 가지고 존재하고 변화하였다. 하지만 그 질서와 법칙이 어쩔 땐 어긋나기도 했던 것이다. 어떤 물질이 생기면 반드시 그 물질과 동등한 반물질이 생겨 서로 존재의 균형을 이루고 변화의 힘이 되었다. 우주의 한쪽이 일그러지면 다른 한쪽은 평평해졌다. 그렇게 우주의 저울추는 결코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부족함이 없었다.

그럼에도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했던 것이다. 그 틈새에서 기형적인 일들이 생겨나기도 했던 것이다. 소리의 왕이나 빛의 괴물, 어둠의 괴물이 생겨난 것을 보면 그렇다. 그들은 실달성과 허달성, 그리고 마고성이 정상적인 힘으로 존재할 때, 그 정상에서 벗어나 기형적으로 생겨난 괴물인 것이다.

오랜 훗날 사람들의 세상에서도 그런 괴물이 태어났으니, 괴물의 역사는 우주의 역사와 함께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