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동화

황녀의 영웅들 1권-신들의 시대

운당 2015. 10. 27. 08:57

(2) 사라진 황소

 

황소가 보이지 않아.”

오늘 오음 칠조를 관리하는 날이라 음악의 궁에 있을 텐데.”

음악궁에 가봤는데 없었어. 오음 칠조도 사라져 버리고 말야.”

무어라고? 그게 사실이야? 그렇다면 큰일이다. 좀 더 황소를 찾아보자. 그래도 없으면 궁희 아버님과 소희 어머님께 보고를 해야지.”

마고성이 술렁였다. 동서남북 마고성의 4곳 망루에 무지개 등이 켜지고도 황소가 보이지 않아서였다. 황궁을 비롯하여 형제들은 마고성의 곳곳을 샅샅이 살폈다. 하지만 황소는 어디서도 볼 수 없었다.

어디 갔지?”

어딜 가면 간다고 말했을 텐데.”

, 그럼 우리 모두 아버님, 어머님이 계시는 사람궁으로 가자.”

형제들은 궁희와 소희가 기거하는 사람궁으로 우루루 몰려갔다. 형제들의 얘기를 들으며 궁희와 소희도 걱정이 컸다.

오늘 황소가 맡은 일이 무엇이었느냐?”

오음 칠조를 관리하는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음악궁을 비롯하여 마고성을 샅샅이 살폈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알았다. 음악궁으로 가보자.”

궁희와 소희가 앞장을 서고 모두들 다시 음악궁으로 갔다.

황소만 없어진 게 아니구나. 오음 칠조는 물론 음 보관상자도 없어졌구나.”

그렇습니다. 저희들도 찾아봤지만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소희가 몹시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궁희가 소희 곁으로 다가왔다.

음 보관상자는 음 중에서 새로운 음이나 이상한 음이 발견되면 임시로 보관해두는 상자가 아니던가요?”

, 맞아요. 바로 그게 음 보관상자지요.”

흐음, 그건 그렇고 오음 칠조를 다시 살려낼 수는 없나요?”

이제 다시 그 높은 음과 낮은 음 사이의 음을 되살려 봐야지요. 마고님께서 이 우주의 모든 음을 높은 음, 오음 칠조, 낮은 음 그렇게 셋으로 나누어 이곳 음악궁에 보관했으니까요.”

궁희에게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한 뒤 소희는 오음 칠조를 되살려 내기위해 음 보관실로 들어갔다.

음 보관실은 기다란 복도처럼 생긴 방이었다. 그 기다란 방에 수많은 줄이 작은 길이부터 점점 긴 줄의 차례대로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줄에 흰돌과 검은 돌이 매달려 있었다. 흰돌이 다섯 개 매달리고, 그 다음 흰돌 사이에 검은 돌이 한 개씩 매달려있었다.

이 작은 줄에 매달린 돌에서는 높고 짧은 음이 나온다. 그리고 줄의 길이가 점점 길어질수록 음이 길이가 길어지며 높이는 낮아진단다.”

궁희와 소희 말고는 모두들 전체의 음을 보관하는 음보관실에 들어온 건 처음이었다. 오음 칠조는 별도의 보관실에서 관리해왔기 때문이었다.

아주 높은 음은 이 오음 칠조의 왼쪽 방, 낮은 음은 오른쪽 방에 있는데, 너희들이 들으면 위험하기 때문에 듣지 못하도록 또 따로 방을 만들어 보관하고 있단다. 앞으로도 이 두 곳의 문을 함부로 열어선 안 된다.”

소희는 아이들에게 주의를 준 다음, 오음 칠조를 다시 되살려내기 시작했다. 작은 막대를 꺼내더니 줄의 길이가 제일 짧은 것부터 순서대로 가볍게 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돌에서 소리가 나왔다. 짧고 높은 음부터 점점 길고 낮은 음이었다. 소희는 그 음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음 상자에 담았다.

황궁을 비롯하여 아이들은 정신을 집중하여 그 광경을 유심히 마음에 새겼다. 뜻밖의 사건에 좋은 공부를 하게 된 것이다.

한참동안 그렇게 오음 칠조를 되살려 내는 일에 열중하던 소희가 마침내 일을 마쳤다.

오음 칠조에 이상한 흔적이 남아있구나. 지금까지 없었던 어떤 새로운 음이 오늘 이곳에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그 음도 사라져버렸구나.”

그 사라져버린 어떤 새로운 음과 황소의 행방불명과는 관련이 있을 수 있겠군요. 아무튼 오음 칠조를 살려낸 것은 다행스런 일이요. 그런데 사라져버린 오음 칠조와 황소의 흔적은 알 수 없나요?”

궁희가 다시 조심스레 소희에게 물었다.

아주 커다란 힘이 있었어요. 음 보관상자를 아주 먼 우주로 가져갔으니까요. 그 움직인 힘의 크기로 봐서 황소도 함께 갔음이 분명해요.”

어찌 그럴 수가 있지요? 아직 아이들은 마음대로 우주를 나다닐 능력이 없는데 말이요. 마고님과 소희님, 그리고 나만이 우주를 나다닐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뿐이잖아요?”

드넓은 우주를 마음대로 오고 갈 수 있는 능력은 마고와 궁희, 소희 밖에 없었다. 마고는 이 우주 자체였으며, 궁희와 소희는 그의 몸이 나누어 만들어졌다. 그들의 몸은 우주의 빛과 어둠, 소리로 이루어졌다. 그런 탓으로 그들은 우주를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러나 황궁을 비롯하여 태어난 여덟 명의 천인 천녀는 궁희와 소희의 아기로 태어났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지유를 먹고 자랐다. 물론 우주의 정기를 지니고 있어서, 지금의 인간과 다른 뛰어난 초능력을 지녔다. 하지만 우주를 마음대로 오갈 수만은 없었다. 그들의 놀라운 힘도 우주의 어둠과 빛, 소리에는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반은 신이고 반은 사람이었다.

신은 형태는 있어도 형체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마고나 궁희 소희의 몸과 정신, 형상을 우리 사람의 의식으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황궁 등은 몸의 형태와 형체를 지금의 사람처럼 갖추고 있었다. 그들은 신이면서 사람이었다.

하지만 확실해요. 우리가 알 수 없는 커다란 힘과 능력을 갖춘 그 무엇이 이 우주에 있음이 분명해요.”

잠시 깊은 생각에 빠져있던 소희가 단호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