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동화

황녀의 영웅들 1권-신들의 시대

운당 2015. 10. 12. 07:05

(2) 검과 거울

 

마고성의 여덟 아이들 중 가장 뛰어난 재능을 지닌 건 황궁이었다. 여덟 아이들의 맏이라는 생각에 더 의젓하고,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여 모범을 보였다. 특히 뛰고 나는 실력은 그 누구도 황궁을 따르지 못했다. 이미 황궁의 실력은 가까운 실달성과 허달성을 다녀올 정도였다.

그날도 한나절 공부가 끝났다. 낮을 둘로 나눠 오전에는 모여서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각자 자기의 일을 했다. 황궁은 그날 오후에 자신의 뛰고 나는 실력을 한 번 확인해 보고 싶었다. 황궁은 마고성을 나가 먼저 실달성이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갔다. 한동안 깊이 숨을 고른 뒤에 몸을 슬쩍 띄워 올렸다.

황궁의 몸은 가볍게 날아올랐다.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고 가볍게, 그리고 빠르게 날아 순식간에 실달성에 이르렀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지, 실제로 실달성을 밟아 보기는 처음이다.

생각보다 실달성은 밝은 곳이었다. 빛의 느낌과 생각이 만들어낸 것이 바로 실달성이다. 빛의 기운이 알 수 없는 오랜 세월동안 쌓이고 모였다. 그러다 더 이상 쌓고 모을 수 없어 마침내 폭발하였던 것이다. 황궁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실달성의 가장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갔다.

아니 저제 뭐지?”

저만큼 눈부시게 반짝이는 것이 있었다. 가까이 갈수록 눈이 부셨다.

이게 뭐람?”

큰 것은 야구공만한 것부터 작은 것은 탁구공만한 알갱이들이었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구슬만한 것들은 셀 수없이 널려 있었다. 다이아몬드 골짜기였다. 낮은 골을 이루며 비스듬히 올라가는 언덕에 온통 그 크고 작은 다이아몬드가 널려있었다. 하지만 그걸 처음 보는 황궁은 그게 다이아몬드라는 보석인줄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 중 하얗다 못해 푸르스름한 빛을 내는 야구공 크기와 탁구공 크기의 다이아몬드 두 개를 주웠다.

그곳에서 언덕 하나를 넘으니 이번엔 눈부신 산이 있었다. 황금산이었다. 산전체가 황금이었는데, 부서져 내린 황금알갱이들이 널따란 밭을 이루고 있었다. 물론 그 때 황궁은 그게 황금인줄을 몰랐다.

그 산에 깊은 동굴이 있었다. 황궁은 주저하지 않고 그 동굴로 들어갔다. 그 동굴은 수정동굴이었다. 크고 작은 수정이 동굴 깊숙이 솟아 있었다.

실달성은 실로 보석의 성이었다. 실달성의 곳곳에 온갖 보석이 널려있었다. 빛의 폭발이 만들어낸 선물이었던 것이다.

그 실달성에서 황궁은 소중한 물건을 또 하나 얻었다. 그 물건 역시 실로 신의 조화였다. 가지에 잎이 달리지 않은 나무처럼 생긴 길쭉한 물체가 눈에 띄었다. 가운데 몸체는 날카로웠는데 그것에 구부린 손가락처럼 아홉 가지가 달려있었다. 구지검이었다. 빛이 폭발할 때 녹아내린 여러 물체가 합쳐져 만들어낸 것이었다. 오늘 날의 칼이었던 것이다.

칼은 검과 도의 두 가지가 있다. 검은 양면이 날카로우며 끝이 뾰족하여 찌르기에 좋은 칼이다. 도는 한쪽면만 날카롭고 약간 비스듬히 휘어져서 베기에 좋은 칼이다.

그날 황궁이 얻은 구지검을 보고 훗날 검과 도를 만들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역시 세월이 흐른 뒤에 정해졌지만 그 구지검은 신의 상징으로 신만이 그 아홉 가지의 칼을 지닐 수 있었다. 훗날 왕들은 칠지검, 또는 오지검이나 삼지검을 지녔고, 일반 무사들은 그냥 가지가 없는 단순하고 길쭉한 검을 사용했다.

황궁은 바닥에 놓여있는 그 아홉 가지가 있는 구지검을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하늘 높이 검을 들어올렸다. 순간 하늘에서 아홉 개의 빛줄기가 칼끝으로 모였다. 황궁이 놀랄 틈도 없이 눈 깜짝할 순간이었다. 번개처럼 떨어진 그 아홉 빛줄기는 아홉 가지 칼을 지나 황궁의 몸 안으로 들어왔다. 그 구지검과 황궁은 하나의 몸이 된 것이다. 처음에 그 구지검은 무게가 느껴졌으나, 빛줄기가 지나간 뒤로는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황궁과 하나가 된 때문이었다.

나중에 황궁은 그 구지검의 손잡이를 금으로 만들고, 야구공만한 푸른 빛 다이야몬드로 둘을 연결했다. 실로 이 세상에서 제일가는 칼이 만들어진 것이다.

실달성에서 칼을 얻은 황궁은 내친김에 허달성으로 갔다. 허달성은 어둠의 기운이 모여서 만들 성이다. 항시 어둠 속에 가려져 있어서 그 형체를 잘 일 수 없는 곳이었다.

황궁은 조심조심 허달성으로 들어갔다. 어두웠지만 암흑은 아니었다. 마고성을 향한 쪽은 희끄무레하게 물체를 구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짙은 안개가 뭉텅이로 밀려왔다 밀려가곤 해서 황궁처럼 감각이 뛰어나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옮기지 못할 지경이었다. 황궁은 나는 것처럼 가볍고 날렵하게 걸음을 옮겨 허달성 깊숙이 들어갔다.

아니 저건 뭐지?”

어느 골짜기에 들어선 듯 싶었다. 아니면 어떤 커다란 방인지도 몰랐다. 안으로 들어서니 사면이 벽이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그 벽면에 어떤 움직이는 형체가 비추인다는 것이다. 그 형체가 사면의 벽에 서로 겹쳐서 수천, 수만의 움직임으로 보였다. 깜짝 놀란 황궁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 형체의 정체를 살폈다.

황궁은 벽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걸어봤다. 그러자 벽면의 그 형체도 따라서 걸었다. 걸음을 멈추자, 그 형체도 움직임을 멈추었다

아 이건 나야. 나의 모습이구나.”

황궁은 깨달았다. 그 벽면이 어떤 형체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는 것이라는 걸 알아냈다. 그러니까 지금의 거울이었던 것이다.

그 벽면의 거울은 여러 개의 조각이 모여서 이루어져있었다. 역시 어둠이 폭발하며 만들어낸 신의 조화였던 것이다.

황궁은 그 벽면을 구지검으로 여러 조각 떼어냈다.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을 정도의 알맞은 크기와 꽤 큰 것도 있었다. 마고성 식구들에게 한 개씩 선물로 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훗날 자신이 가지고 다니는 거울의 가장자리를 금으로 두르고 탁구공만한 다이아몬드를 맨 위쪽에 놓았다. 역시 이 세상에서 제일가는 거울이 만들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