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마고성의 아이들 3
(1) 백궁의 날틀
백궁은 한 동안 일어나지를 못했다. 모두들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가타부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백궁이 스스로 말할 때까지 묻지 말기로 하자. 하루 빨리 몸이 낫도록 도와주기로 하자.”
황궁의 말에 형제자매들은 더 이상 백궁에게 어찌된 일인지를 묻지 않았다.
그렇게 누워있는 동안 백소가 제일 정성껏 뒷바라지를 했다. 아침이면 젖샘에 가서 지유를 가져오는 일도 도맡았다. 그날그날 공부한 내용도 전달해주었다.
눈에 띄게 백궁의 상처는 좋아졌다. 반은 인간이지만 반은 신의 몸인지라, 회복 속도가 빨랐다. 낮과 밤이 세 번쯤 바뀔 무렵 백궁은 예전과 같이 말끔해졌다.
“어! 일어났네.”
아침에 백소가 지유를 가지고 가자, 백궁이 일어나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다 나았어. 일찍 젖샘으로 나갈까 하다가 백소 널 기다렸지.”
“날 기다려?”
“응!”
백궁은 무슨 말을 할듯 말듯 머뭇대더니 빙그레 웃었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거야?”
“궁희 아버님, 어머님이 돌아오시기 전에 몸이 다 나았으니까 좋은 일이잖아?”
“맞아. 좋은 일이지. 축하해.”
“그리고 또 하나 있어.”
“뭔데?”
“사실은 지난번에 내가 하늘을 나는 기구를 만들었어. 맘대로 날수 있는 기구야.”
“하늘을 맘대로 날 수 있는 기구라고?”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난 형제들보다 뛰고 나는 실력이 형편없잖아.”
“너도 곧 잘하게 될 거야.”
“아냐. 난 소질이 없어.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하고 궁리를 했지.”
“그러니까 이번에 성벽 아래로 떨어져 상처를 입은 건 그 때문이야?”
“그래. 그때 부서진 물체가 내가 만든 나는 기구였지. 내가 ‘날틀’이라고 이름 붙인….”
“날틀?”
“그래. ‘날수 있는 틀’이라고 해서 ‘날틀’이라 했어.”
“그러니까 그동안 혼자서 그걸 만들었다는 거야?”
“그 날틀을 타고 마음대로 날아다니고 싶었어. 하지만 그 날틀이 완전하지 못해서 지난번에 그만 성벽에 부딪쳤던 거야. 그런데….”
“그런데? 이제 완성한 거야?”
“이번에 누워있으면서 곰곰 생각했지.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그리고 그 원인을 알았어.”
“너 참 대단하구나. 맘대로 날아다니는 기구를 만들다니 말야.”
“그렇지?”
“그렇다니까. 그런데 그 기구를 어떻게 만든 거야?”
“응, 그러니까 우리 마고성과 실달성 허달성에서 그 답을 찾았어.”
“마고성과 실달성, 허달성이라고?”
“그래. 세상이 열리고 수많은 별들이 생겼다고 했어. 그 별무리들이 우주를 이루었지. 그 중의 별무리 하나가 은하계 우주라고 했어. 그리고 그 은하계 우주 속의 작은 별무리가 바로 우리가 사는 태양계 우주라고 했어. 그 태양계 우주의 지구별에 실달성과 허달성이 생기고 이어서 지구별은 마고성이 되었다고 했어.”
“맞어. 공부 시간에 그렇게 베웠지.”
“그래서 곰곰 생각해봤어.”
“무얼?”
“응, 어떻게 해서 실달성과 허달성이 우리 마고성과 나란히 둥실 떠있는가 하고 말야. 그러다 답을 찾았지.”
“그게 무엇인데?”
“서로 잡아당기면서 또 서로 밀어내고 있는 거야. 그리고 그 힘이 서로 딱 맞아떨어지게 평형을 이루는 거야.”
“평형이라고?”
“두 힘이 서로 똑같다는 말이야. 그러니까 서로 잡아당기고 밀어내는 두 별이 있다고 해. 만약 그 두 별들이 잡아당기고 밀어내는 힘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두 별들은 함께 있지 못하고 그만 머언 우주로 순식간에 날아가 버리는 거야.”
“정말?”
“그렇다니까. 그래서 난 그 힘을 어떻게 이용할 수 없을까? 하고 궁리를 했지.”
“그 답을 찾았구나.”
“그렇지. 그 잡아당기고 밀어내는 힘이 무엇인지 알아냈지. 그리고 그 힘을 불러들이는 기구를 만든 거야. 그 힘을 조정하면 마음대로 날 수 있고 말야.”
“백궁! 생각만 해도 기분 좋구나.”
“이제 그 ‘날틀’을 다시 만들 거야. 그런데 백소!”
백궁이 그윽한 눈길로 백소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 할 말이 있음 해.”
“앞으로도 날 도와줄 거지? 내가 지난번 거 보다 더 완벽한 날틀을 만들 수 있게 말야.”
백궁이 백소의 손을 와락 잡았다.
“그래, 그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넌 잘 만들 수 있을 거야.”
“고마워.”
둘은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두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느낌과 생각이 두 사람의 마음 깊숙이 흐르며 오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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