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동화

황녀의 영웅들 1권-신들의 시대

운당 2015. 9. 25. 07:00

(2) 소리 기구

 

청궁! 그거 뭐지?”

청소의 소리에 청궁은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재빨리 청궁의 네모난 상자를 살펴본 청소가 크게 화를 냈다.

바로 너였구나. 네가 오음 칠조를 흐트러뜨렸구나. 그렇지?”

청궁이 말대답을 못하고 얼굴이 벌겋게 되어 어물거리자, 청소는 후다닥 뒤돌아섰다.

내 당장 가서 소희님께 말씀 드릴거야. 큰 벌을 내리시라고 말야.”

청소! 잠깐만 기다려. 내 말을 들어봐.”

청궁은 달려가는 청소의 앞을 가로막았다.

청소!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하지만 다른 뜻이 없었어. 우주의 소리를 들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고 싶었던 거야.”

그러더라도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오늘도 오음 칠조가 흐트러져서 소희님께 꾸중까지 들었단 말야.”

정말 미안해. 이렇게 싹싹 빌게. 한 번만 봐줘.”

청궁은 청소의 옷자락을 붙잡고 잘못을 빌었다. 청소의 마음이 슬그머니 가라앉았다.

그런데, 너 참 재주가 좋다. 어떻게 이런 걸 다 만들었느냐?”

청소는 청궁이 만들어놓은 소리기구를 신기한 듯이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때였다.

너희들 여기 함께 있었구나.”

저녁 지유 마시러 가야할 시간이야. 여기서 뭐하는 거야?”

그런데 이건 뭐지? 그동안 문 걸어 잠그고 이걸 만든 거구나.”

황궁을 비롯하여 여섯 아이들이 몰려왔다. 맨 앞의 백궁이 청궁이 만든 네모난 상자를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왔다.

사실은 그랬어. 그런데 이 것 때문에 오음 칠조가 흐트러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어.”

그럼 오음 칠조가 흐트러진 건 이 네모난 상자 때문이었어?”

모두들 눈이 둥그레져 네모난 상자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랬나봐. 이 기구 때문에 오음 칠조가 흐트러졌고, 난 소희 어머님께 꾸중까지 들었어.”

네모난 상자를 살펴봤던 청소가 덧붙여 말했다.

이 기구가 뭐 길래 그런 일이 일어나지?”

모두들 궁금하다는 얼굴로 청궁을 바라보았다.

이건 우주의 큰 소리를, 이건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구야.”

우주의 큰 소리와 작은 소리라니? 그건 마고님께서 생명체가 들을 수 없도록 만들어버린 소리잖아. 그 소리를 들으면 생명체가 살아가기 힘들다고 했잖아.”

아이들은 이미 우주의 소리에 대해 배웠다. 마고가 오음 칠조를 만든 이유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큰 소리와 작은 소리가 오음 칠조와 섞이지 않도록 날마다 살펴보고 관리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청궁이 그 위험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구를 만들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크게 놀라면서도 네모난 상자가 신기하기만 했다.

이런 걸 만들었으면 궁희 아버님과 소희 어머님께 보고를 드렸어야지.”

황궁이 점잖게 타이르듯 말했다.

알았어. 지금이라도 두 분께 말씀 드릴게.”

그래, 아무튼 장하다. 이런 신기한 기구를 만들다니 말이다. 지금은 지유를 마실 시간이니 다녀와서 두 분께 말씀 드리기로 하자.”

그래. 그게 좋겠어.”

아이들은 우르르 밖으로 나갔다. 지유가 있는 성벽 쪽으로 갔다. 뒤따라가면서 청궁이 청소에게 말했다.

난 뭐든지 만드는 게 참 좋아. 앞으로 먼 곳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기구도 만들어 보려고 해. 그러면 성안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를 가까이 볼 수 있을 거야.”

, 신기한 기구겠네? 진짜 그런 걸 만들 수 있을까?”

그렇다니까. 두고 봐. 그렇게 되면 궁희 아버님이나 소희 어머님처럼 세상을 살피려고 우주의 먼 곳까지 돌아다닐 필요도 없을 거야.”

, 너 진짜 대단하다. 청궁! 그 기구를 만들면 내게 맨 처음 보여주렴. 그럼, 오늘 일은 눈감아주지.”

, 그럴게.”

정말?”

그렇다니까. 손가락 걸어서 약속할게.”

청궁이 오른 손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청소가 마주 손가락을 내밀었다. 둘이는 새끼손가락을 걸며 웃었다. 순간 두 사람 사이에 뜨거운 느낌이 흘렀다. 그건 두 사람만이 아는 느낌이었다.

그 날 지유를 마시고 온 아이들은 청궁을 앞세우고 궁희와 소희를 찾아갔다. 청궁이 소리 기구에 대해 말씀 드렸다.

이걸 조금만 더 손보면 아주 유익하게 쓰이겠구나. 직접 가보지 않고도 멀리 떨어진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을 쉽게 알 수도 있겠구나. 청궁! 좋은 발명을 했다.”

궁희와 소희는 소리 기구를 만들어 그동안 마고성의 오음 칠조를 흐트러뜨린 청궁을 나무라지 않았다. 오히려 칭찬을 해주었다.

다음 날 궁희와 소희, 여덟 아이들은 청궁의 소리 기구를 가지고 마고를 찾아갔다. 자초지종을 들은 마고 역시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청궁의 머릴 쓰다듬으며 크게 칭찬을 했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만드는 것에 호기심이 생겼다. 모두들 새롭게 만들 수 있는 좋은 것이 없을까? 궁리하고 연구하게 되었다.

당시 마고성은 낮과 밤이 없었다. 마고성은 빛의 성이었다. 아름답고 환한 푸른빛이 언제나 성안에 있어 밝았다. 하지만 휴식을 취할 때는 그 환한 빛이 눈부셨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마고는 생각에 잠겼다 문득 실달성과 허달성을 떠올렸다. 실달성은 언제나 푸르게 빛났지만, 허달성은 어둠속에 숨어있었다.

그래. 그거야. 하루를 둘로 나누는 거야.’

마고는 마고성의 하루를 환한 낮과 어두운 밤으로 나누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