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마고성의 아이들 2
(1) 흑소, 흑궁의 발명
마고는 마고성의 하루를 24시간으로 정했다. 그리고 그 하루를 12시간씩 둘로 나누었다. 12시간은 실달성처럼 환하게 했다. 낮이라고 이름 지었다. 또 12시간은 허달성처럼 어둡게 했다. 밤이라고 이름 지었다.
낮에는 푸른빛으로 마고성을 환하게 밝혔다. 밤에는 그 빛을 거두어들였다. 그러면 마고성은 캄캄한 어둠이 덮였다.
그런데 밤이 너무 어두웠다. 낮의 빛을 거두어들이면 마고성은 갑자기 암흑의 성이 되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어느 날 흑소가 어둠속에서 생각에 잠겼다.
마고와 궁희, 소희는 신이었다. 그리고 새로 태어난 여덟 아이들도 사람이지만 신의 몸을 지녔기에, 어둠 속에서 생활하는 데는 전혀 불편이 없었다.
하지만 흑소는 캄캄한 어둠이 답답했다. 보기도 싫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어둠을 멋있게 할 수 없을까? 광활한 저 우주의 어둠 속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별처럼 마고성의 밤도 아름답게 만들 수는 없을까?
‘그래, 작은 별을 만드는 거야. 그 별을 만들어 망루에 별처럼 달아보자.’
그날부터 흑소는 밤에 마고성에 매달 작은 별을 여러 가지로 만들어 보았다. 별처럼 둥근 상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상자 안에 빛을 넣어 밝기를 조절했다. 그러자 상자의 두께에 따라 아주 밝은 빛부터 희끄무레한 빛까지 만들 수 있었다.
이번에는 여러 빛을 섞어보았다. 그랬더니 빛의 색깔이 달라졌다. 붉은색, 주황색, 노랑색, 초록색, 파랑색, 보라색, 흰색의 빛을 만들 수 있었다. 빛의 밝기와 색깔을 마음대로 변하게도 할 수 있었다.
흑소는 그 일곱 가지 빛의 등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엔 그 일곱 가지 빛이 앞에서부터, 다시 뒤에서부터 차례대로 반짝이게도 해보았다.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깜빡깜빡 거리게도 해보았다.
‘됐어. 이런 등을 걸어놓으면 우리 마고성이 훨씬 더 아름다울 거야.’
흑소는 마침내 자기가 만든 등을 성안의 네 망루에 걸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이다. 밤의 어둠이 지나고 낮의 빛이 시작될 때였다.
무얼 잘 못 건드렸는지, 흑소의 등이 꺼져버렸다. 더하여 낮의 빛도 시작되지 않았다. 빛이 없으니 마고성은 그냥 계속 밤이었다. 그래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궁희와 소희는 흑소를 앞세우고 아이들과 함께 마고 앞으로 나아갔다.
“우리 흑소가 좋은걸 만들었구나. 세상은 이렇게 해서 변하고 발전해 나가는 거야. 내가 새로운 생명을 만들고 그 생명에게 변화의 힘을 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주 잘했다.”
마고는 이번에도 흑소를 크게 칭찬했다. 그리고 좀 더 다듬어 낮의 빛과 어울리도록 하라고 격려하였다.
하지만 소희는 흑소를 엄하게 나무랬다. 마고님이 정해놓은 일들을 깨뜨리는 건 세상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했다. 마고성에도 어떤 큰 일이 생길지 모르는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앞으로는 무슨 일이든 반드시 자기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 날 소희에게 꾸중을 들은 흑소가 자기 방에서 훌쩍훌쩍 울고 있을 때였다. 흑궁이 살그머니 방으로 들어와 가까이 다가왔다.
“흑소! 너무 상심하지 마. 나쁜 짓을 한 거 아니잖아?”
“정말?”
“그럼, 나도 말야. 빛에 관심이 많아. 내가 만들고 있는 이거 좀 볼래?”
흑궁은 호주머니 속에서 작은 상자를 두 개 꺼냈다.
“흑소! 이 상자에 손을 넣어 봐.”
흑궁이 상자 하나를 흑소 앞에 내밀었다.
“어, 따뜻하네!”
“그렇지 따뜻하지? 자, 그럼 잠시만 기다려봐.”
흑궁은 그 상자에 붙은 동그랗고 작은 단추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어어, 더 따뜻해지네.”
“그렇지. 더 따뜻해지지?”
흑궁의 얼굴에 자랑스러워하는 환한 미소가 가득 번졌다.
“자, 그럼 이번에 여기에 손을 넣어 봐.”
흑궁은 다른 상자를 흑소에게 내밀었다.
“어, 여긴 시원하네.”
“그치, 시원하지. 잠시 기다려봐.”
이번에도 흑궁은 그 상자에 붙은 동그랗고 작은 단추를 오른쪽으로 천천히 돌렸다.
“어, 점점 차가워지네. 어이 손 시려.”
흑소가 상자에서 손을 얼른 빼냈다.
“이게 뭐야?”
“응, 이건 각각 빛과 어둠을 모아서 만든 상자들이야. 빛에는 열이 있거든. 그 열을 이용하여 뜨거워지는 상자를 만든 거야. 마음대로 열의 상태를 조절할 수도 있어. 그리고 이건 빛의 상자와 반대로 어둠상자야. 찬 성질의 어둠을 이용해서 만든 거야. 역시 그 차가움도 맘대로 조절할 수 있어.”
“야, 너 정말 대단한 걸 만들었구나.”
“그래, 하지만 아직 완전한 게 아냐. 아직은 뜨거움과 차가움의 조절이 잘 안 돼. 앞으로 더 보완을 해야 해.”
“그 상자 다 완성되면 맨 먼저 내게 보여줄 거야?”
“그럼, 그러고 말고. 약속할게.”
흑궁이 오른 손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흑소가 새끼손가락을 마주 걸었다. 쳐다보는 두 사람의 얼굴에 알 수 없는 행복한 미소가 어렸다. 두 사람만이 주고받으며 아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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