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동화

황녀의 영웅들 1권-신들의 시대

운당 2015. 9. 22. 07:38

6. 마고성의 아이들 1

 

(1) 청궁의 발명

 

어느 날이었다. 여덟 아이들은 젖샘의 지유를 마시고와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황궁의 얼굴빛이 어두웠다. 소희가 걱정스레 물었다.

웬 일이지? 무슨 일이 있었느냐?”

황궁이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뭐가 궁금한 거지?”

왜 우리 형제자매들은 얼굴빛이 모두 다르지요? 저와 황소는 누렁색이고, 청궁과 청소는 푸른색, 백궁과 백소는 흰색, 흑궁과 흑소는 검은색이잖아요?”

그건 이 세상을 만들고, 다스리시는 마고님의 뜻이다. 이 세상은 넓고 크다. 그리고 신비스럽다. 우리가 할 수 없는 일, 모르는 것도 많다. 그러니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나 아닌 다른 것은 인정하고, 이해하고, 포용해야 한다.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 ‘나만 제일이다.’ ‘나 혼자만이 최고다.’ 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너희들의 얼굴빛이 모두 다른 것은 그 때문이다. 얼굴빛은 다르지만 한 형제다. 서로 모습이 다르더라도 함께 어울려 살아가라는 뜻이니, 그걸 잊지 말고 명심하여라. 특히 너 황궁은 여덟 형제자매의 제일 맏이다. 항시 겸손한 마음으로 배우고 익혀야 한다. 앞으로 아우들과 함께 이 세상을 다스리는 일에도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청궁을 비롯하여 너희들 모두는 황궁과 뜻을 같이하며 노력하고 또 노력하여야 한다. 알겠느냐?”

! 소희 어머님!”

황궁의 얼굴빛이 비로소 환하게 밝아졌다. 청궁을 비롯한 다른 아이들도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졌다.

한동안 마고성은 별다른 일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또 그런 어느 날이다.

청궁은 이런 생각을 했다. 오음 칠조가 좋긴 하지만, 그건 듣기 좋기만 한 음이다. 이 우주를 다스리려면 우주의 끝에서 일어나는 일도 재빨리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주의 소리를 들어야하지 않을까? 우주의 곳곳에서 일어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어디서 무슨 일이 있는지를 재빨리 알아차릴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청궁은 공부시간을 마치면 자기 방에 틀어박혔다. 그리고 뭔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청궁! 왜 방에만 있는 거야?”

방에서 뭐하는 거야? 어디 아픈 거야?”

황궁을 비롯하여 형제자매들이 찾아왔지만, 할 일이 있다면서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 여의 시간이 흘렀을 때다.

청궁은 마침내 네모난 상자 모양을 두 개 만들었다. 한 개는 우주의 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구였다. 다른 또 하나의 상자는 우주의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구였다. 우주의 큰 소리는 작게 만들어 들을 수 있고, 작은 소리는 크게 하여 들을 수 있는 기구였다.

그 기구를 만든 청궁은 뛸 듯이 기뻤다. 평소에는 들을 수 없는 우주의 작은 소리와 큰 소리를 편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그 때부터 마고성의 오음 칠조에 이상이 생겼다. 이따금 음이 흐트러지고 끊어지는 일이 잇따랐다. 그런 일이 있을 때면 마고성은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정신을 차릴 수 없도록 우주의 온갖 소리가 마고성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 무렵에 소희를 도와 여자 자매들인 황소와 청소, 백소와 흑소가 번갈아가며 오음 칠조를 관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청소가 오음 칠조를 맡은 날에만 오음 칠조에 이상이 있었다.

궁희 어머님! 오음 칠조가 또 흐트러졌습니다.”

그날도 청소가 오음 칠조를 맡아 살펴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오음 칠조가 또 흐트러졌다. 청소는 황급히 소희에게 달려갔다.

요즈음 왜 이러지?”

소희가 달려와 흐트러진 음을 바로잡았다. 그리고 마고에게 가서 요즈음 자주 오음 칠조가 우주의 소리와 섞이고 흐트러진다고 보고했다.

반드시 이유가 있을 거야. 어찌되는지 좀 더 두고 살펴보자.”

마고는 뭔가 알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좀 더 두고 살펴보자고 했다. 무슨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듯 싶었다.

그리고 또 며칠이 흘렀다. 또 그날도 청소가 오음 칠조를 관리하는 날이었다. 자기가 오음 칠조를 관리하는 날이면 이상이 생기는지라, 그날도 청소는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또 갑자기 오음 칠조가 흐트러지면서 성안이 온통 혼란스럽고 시끄러워졌다. 우주의 굉음이 폭풍처럼 지나가는가 하면, 먼지가 날리는 소리까지도 그 소리에 섞였다.

청소는 정신이 반쯤 나갔다. 이번에도 소희가 달려와 땀을 줄줄 흘리며 한참만에야 오음 칠조를 수습하였다.

이번에도 청소 네가 관리하는 날이구나.”

청소는 소희에게 꾸중 아닌 꾸중을 듣고 마음이 가라앉았다. 일을 마치고 뾰로통하게 입이 나온 청소가 제 방으로 돌아갈 때였다.

청궁의 방 앞을 지나칠 때였다.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냥 지나가려다 청소는 걸음을 멈췄다.

저 소리는 오음 칠조의 소리가 아닌데.’

호기심이 생긴 청소는 청궁의 방문을 슬그머니 잡아당겼다. 마침 잠겨있지 않았다. 청소는 발꿈치를 들어 발소리를 줄였다. 살금살금 청궁의 방으로 들어갔다.

청궁이 두 개의 상자 앞에 앉아있었다. 그 상자에 연결된 줄을 귀에 꽂고 있었다. 무엇이 즐거운지 발을 흔들거리며 고개를 까닥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