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동화

황녀의 영웅들 1권-신들의 시대

운당 2015. 9. 17. 06:00

(2) 마고성의 새 식구

 


그동안 궁희는 빛의 궁에 살았다. 소희는 음의 궁에 살았다. 하지만 이제 둘은 결혼하여 부부가 되었다. 둘이 새로 살아갈 궁이 필요했다.

마침 알맞은 궁이 하나 있었다. 방도 넉넉했고, 사무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안성맞춤이었다. 둘은 궁을 말끔히 청소하고, 쓰임새에 맞게 방을 꾸몄다.

이 궁의 이름을 뭐라고 할까요?”

말끔히 정리된 궁 안을 둘러보며 소희는 마음이 들떴다. 너무 행복했다.

마고님께서 이제 태어나는 아이는 태초의 사람이라고 했어요. 그러니 이 궁의 이름을 사람궁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좋아요.”

궁희와 소희는 자신들이 살아갈 궁을 사람궁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런 다음 마고가 일러준 대로 태초의 사람을 낳기로 했다. 먼저 젖샘으로 갔다. 둘은 지유를 마시고 그 지유로 몸을 씻고 왔다. 깨끗한 새 옷으로 갈아입고 마고가 기거하는 천신궁을 향해 엎드려 절하며 예의를 갖추었다.

둘은 손을 마주잡았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궁희는 소희의 마음으로 들어가고, 소희는 궁희의 마음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서로의 느낌을 주고받았다. 마음속에 담고 있는 생각과 형체를 주고받았다.

얼마쯤의 시간이 흘렀다. 궁희는 왼쪽 옆구리를 열어 네 명의 천인을 낳았다. 소희도 오른쪽 옆구리를 열어 네 명의 천녀를 낳았다. 이 세상 태초의 사람이 태어난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남녀가 하나가 되어 여자의 몸에서 아기가 태어난 것은 아니었다. 둘의 느낌과 생각이 결합하여 하나가 되긴 했지만, 궁희와 소희는 각각 자신의 아기를 낳았다.

다음 날 아침, 마고가 몸소 찾아와 축복을 해주었다.

너희들 새로 태어난 네 명의 천인과 천녀는 이제 이 우주 태초의 사람이다. 서로 힘을 모아 우주의 질서를 바로 잡고, 세세만년 평화와 행복이 흘러넘치는 세상이 되게 하여라.”

마고는 네 명의 천인, 네 명의 천녀에게 축복의 말을 한 다음, 이름을 지어주었다.

궁희가 맨 먼저 낳은 아이는 황궁이라는 이름을 주었다. 두 번째 아이는 청궁, 세 번째 아이는 백궁, 마지막 아이는 흑궁이었다. 소희가 맨 먼저 낳은 아이는 황소, 두 번째는 청소, 세 번째는 백소, 네 번째는 흑소였다.

궁희가 낳은 천인들, 남자 아이들은 모두 튼튼하고 강했다. 소희가 낳은 천녀들, 여자 아이들은 모두 아름답고 단정했다. 그런데 모두 몸의 색깔이 달랐다. 황궁과 황소는 얼굴이 황색, 청궁과 청소는 푸른색, 백궁과 백소는 흰색, 흑궁과 흑소는 검은색이었다.

그렇게 여덟 명의 아기가 태어났으니, 마고성에 큰 경사가 난 셈이다. 조용하던 마고성이 아이들 울음소리로 시끄러웠다. 그 아이들을 돌보는 일로 날이 가는 줄을 모를 지경이었다.

궁희와 소희는 아이들에게 젖샘의 지유를 먹였다. 젖샘의 지유를 마신 아이들은 한 달도 안 되어 달려 다닐 만큼 무럭무럭 자랐다.

아침이면 그 아이들을 앞장세우고 궁희와 소희는 성 아래로 내려갔다. 성벽 틈에서 솟아 나오는 지유를 아이들과 함께 마시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여덟 아이들과 함께 궁희와 소희가 걸어가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았다. 아이들이 깔깔대며 웃고, 서로 장난을 치며 뛰어다니는 게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아이들은 궁희와 소희의 일터까지 몰려왔다.

아버지! 이게 뭐예요?”

궁희 앞에 놓인 거대한 지도를 가리키며 아이들은 신기한 듯 물었다.

이건 우주도란다. 이 세상, 그러니까 이 우주를 그려놓은 그림이지.”

궁희는 아이들에게 이건 무슨 은하고, 저건 어떤 은하라는 걸 하나하나 가르쳤다. 언젠가 이 아이들이 자기 일을 맡아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이건 얼마 전에 생긴 은하라고 부르는 별무리야. 그리고 이 은하는 얼마 전에 그만 우주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지.”

궁희의 말을 들으며 아이들은 눈을 반짝 반짝 빛냈다. 눈을 들어 바라다 보이는 우주는 끝을 알 수 없었다.

어머니! 이건 무슨 음악이예요?”

, 이건 오음 칠조의 음으로 만든 음악이란다. 마고님께서 만드신 이 세상 태초의 음악이지. 앞으로 우리도 이 오음 칠조를 가지고 아름다운 곡을 만들어보자. 마고님과 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리게 말야.”

좋아요. 그렇게 해요.”

소희도 아이들에게 오음 칠조가 무엇이며, 그 음을 가지고 음악을 만드는 법을 가르치기로 했다. 이 아이들이 언젠가 자기의 일을 맡아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궁희는 꽤 먼 곳까지 다녀왔다.

갈수록 별들의 움직임이 복잡하고 다양해져요. 금세 별이 생기고, 은하가 생기고, 또 금세 별이 사라지고 은하가 사라지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지요.”

맞아요. 우주의 굉음도 갈수록 혼란스러워서, 오음 칠조를 관리하는데 힘이 들지요. 빨리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일을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요. 저 아이들이 이제 우리의 희망이고 우주의 미래이지요. 우리 잘 키우도록 해요.”

그럼 내일부터 저 아이들에게 우리들의 일을 조금씩 가르치기로 해요. 어때요?”

그거 좋은 생각이오. 언젠가 우리 일을 맡아하겠지만, 미리 준비하기로 합시다.”

다음 날이다. 궁희와 소희는 마고를 찾아 자신들의 생각을 여쭈었다.

이제 때가 되었구나. 그리하도록 하라.”

마고의 허락을 받은 둘은 사람궁의 가장 넓은 방을 아이들을 가르치는 공부방으로 정했다.

이제부터 지유를 먹고 와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 앞으로 너희들이 다스려야 할 이 우주는 광활하다. 그 크기를 알 수 없게 넓고 크다. 그러니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 알았습니다.”

아이들은 모두들 신이 나서 큰소리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