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뛰고 나는 공부
또 어느 날의 일이다.
그날도 어둠의 밤이 가시고 환한 빛의 낮이 시작되자, 여덟 아이들은 지유를 마시러 갔다. 그리고 다시 우루루 사람궁의 공부방으로 몰려갔다.
그날의 공부는 공중을 뛰고 나는 것이었다.
마고는 신이며 창조주였다. 새로운 생명을 만들 수 있는 능력과 그 생명체에게 변화의 힘을 줄 수 있었다. 마음대로 크고 작게 자신의 몸을 변하게 하고 움직일 수 있었다. 그의 몸은 형체는 있으나 무게가 없어 어디든 쉽게 다녀올 수 있었다.
궁희와 소희도 신이었다. 우주의 빛과 어둠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키고 보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고와 같은 창조의 능력은 없었다. 몸도 형체는 있고 무게가 없어 마고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멀리 떨어진 우주는 가지 못했다. 마고성이 있는 지구별과 실달성과 허달성, 그리고 태양계의 여러 별들을 다녀올 수는 있었다.
궁희와 소희는 지유를 마시게 되면서부터 사람의 능력을 갖게 되었다. 그 결과 둘이 하나가 되어 각각 네 명의 아이를 낳게 되었다. 궁희가 낳은 아이들은 황궁, 청궁, 백궁, 흑궁이고, 소희가 낳은 아이들은 황소, 청소, 백소, 흑소였다.
그래서 황궁과 청궁, 백궁, 흑궁, 그리고 황소, 청소, 백소, 흑소 등 여덟 아이들도 신이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들은 반만 신이고 반은 사람이었다. 따라서 그들의 몸은 무게를 갖게 되었다. 마고나 궁희 소희처럼 마음대로 다른 곳으로 옮겨 다닐 수 없었다.
마고와 궁희, 소희는 공중을 날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원하는 곳으로 몸을 순식간에 옮겨가는 순간이동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원하는 곳으로 몸을 옮겼다가, 다시 되돌아 올 수 있는 능력이었다.
하지만, 황궁 등 여덟 아이들은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공중을 나는 공부를 하게 된 것이다.
말처럼 공중을 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날개가 없는 사람이 새처럼 하늘을 훨훨 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여덟 아이들 몸의 반은 신이었다. 오늘 날의 사람 몸과는 달랐다. 젖샘의 지유를 마시며 자란 그들의 몸에 무게가 생기긴 했지만, 구름처럼 가벼운 몸이었다. 그들의 몸은 마음먹은 대로 뛰어 오르기도 하고 날아가기도 했다. 멀리 뛰어가고, 높이 날아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먼저 멀리뛰기 연습이었다. 마고성 안의 너른 터에 멀리뛰기 훈련장이 마련되었다. 이쪽과 저쪽 마주보는 두 군데에 커다란 돌을 놓았다. 처음에는 그 거리를 짧게 하고 차츰 그 거리를 멀게 하였다. 맨 마지막은 하나의 산봉우리에서 다른 산봉우리로 뛰어가야 했다.
높이뛰기도 마찬가지였다. 자기 키 만큼의 높이뛰기부터 시작해 나중에는 산봉우리까지 단숨에 뛰어올라야 했다.
여덟 아이들은 그 뛰고 나는 학습 시간을 제일 좋아했다. 차츰차츰 실력이 늘어가니, 보람도 있었다.
그날은 20m쯤의 거리와 10m쯤의 높이를 뛰고 날아오르는 날이었다. 훈련을 마칠 즈음에 황궁을 비롯하여 모두들 날렵하게 뛰고 날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백궁이 번번이 목표지점에 다다르지 못하고 중간에 떨어졌다.
“백궁! 힘내”
모두들 응원했지만, 백궁은 얼굴이 벌겋게 된 채 계면쩍은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었다.
“너무 실망하지 마렴. 좀 더 연습하면 잘 될 거야. 이따 나랑 와서 더 연습하기로 하자.”
맏이답게 황궁이 백궁을 위로해주었다.
“알았어요. 하지만 지금 좀 더 연습할게요.”
“좋아. 내가 도와줄게.”
“아니어요. 혼자 할게요.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어요. 멋있게 뛰고 날아야겠다고 욕심이 앞섰나 봐요. 빨리 목표를 달성해야겠다고 마음도 조급하게 먹고요.”
“그래. 스스로 문제를 깨달았다면 목표도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거야.”
백궁의 말에 황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백궁만 남겨놓고 모두들 자리를 떴다.
그날 오후 백소가 얼굴이 하얗게 되어 달려왔다.
“큰 일 났어. 큰 일이야!”
백소의 얼굴에서 금세라도 울음이 터질듯 했다.
“무슨 일이지?”
“백궁이 성 아래에 쓰러져 있어. 피투성이가 되었어.”
백소의 뒤를 따라 모두들 성벽 아래로 갔다. 평상시에는 잘 가지 않은 성벽 아래 크고 작은 바위가 널려 있는 곳이었다. 백궁이 그곳에 정말로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었다. 그 옆에는 이상한 쇠붙이로 만든 물체가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있었다.
“자, 빨리 백궁을 성안으로 옮기자.”
황궁, 청궁, 흑궁이 힘을 모아 서둘러 백궁을 성안으로 옮겼다. 한참만에야 백궁은 정신을 차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형제자매들이 걱정스레 물었으나,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궁희 아버님, 소희 어머님께는 비밀로 해줘. 부탁이야.”
백궁은 오늘의 일을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마침 궁희와 소희는 일 때문에 여러 날을 우주에 나가 있었다. 공부는 황궁의 책임 아래 스스로 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침 궁희 아버님과 소희 어머님이 안 계셔서 당장은 비밀로 할 수 있지만,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우리 모두가 책임을 져야할 거야. 특히 나는 맏이로서 너희들을 돌보고 보살펴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어.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돼. 백궁 뿐만 아니라, 너희들 모두 마찬가지야. 알았어?”
“알았어.”
황궁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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