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사라진 황소
(1) 수상한 음
큰 일없이 마고성의 하루하루가 평온하게 지나가던 어느 날이다. 그 날은 황소가 오음 칠조의 관리를 맡은 날이었다.
하루 종일 아무 일이 없었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가나 보다고 생각하고 황소는 마음이 편안했다. 곧 마고대성에 밤이 시작되고 4곳 망루에 흑소가 발명한 무지개 등이 걸릴 시각이었다.
황소가 일을 마무리하는데,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예전에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음 하나가 오음 칠조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깜짝 놀라 살펴보는데, 그 음이 너무나 부드럽고 아름다웠다.
그 음을 그냥 오음 칠조에서 없애 버리기가 아까웠다. 그래서 그 음을 오음 칠조에서 조심스럽게 떼어내 음 보관상자에 넣었다. 그리고 소희 어머님에게 보고하기 위해 음악의 궁을 나오려 할 때였다.
“이거 봐요.”
어디선가 무슨 소리가 마음을 잡았다. 사방을 휘둘러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다시 나오는데 소리가 또 느껴졌다.
“누구세요?”
“나 좀 밖으로 내보내줘요.”
그 수상한 느낌은 음 보관상자에서 들려왔다. 깜짝 놀라 황소가 음 보관상자를 열었을 때였다. 조금 전에 음 보관상자에 넣어 두었던 음이 이번에는 사람의 목소리처럼 소리로 대답했다.
“넌 누구냐?”
“난 음악이어요.”
“음악이라니?”
“마고님께서 처음으로 만든 음악이지요?”
“그렇다면 왜 오음 칠조로 들어왔단 말이냐?”
“마고님이 처음으로 만든 음악이긴 한데, 사실 저는 그림자 은하에서 왔지요?”
“그림자 은하라니 무슨 말이냐?”“설명을 드리자면 길지요.”
“그렇더라도 말해 보거라.”
“황소님 몸에도 그림자가 생기지요.”
“그렇지. 어떤 물체에 빛이 닿으면 그 반대편에 그 물체의 그림자가 생기는 건 당연하지.”
“바로 그겁니다. 이 은하에도 그림자가 있지요. 그리고 이 은하가 형체를 가진 물질이라면, 그림자 은하는 형체가 없는 반물질이지요. 하지만 두 은하는 함께 공존하며 한 운명으로 묶여져 있지요. 이 은하와 그림자 은하는 함께 생겼고, 또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모두 사라지게 되는 거지요.”
“그렇다면 그 그림자 은하는 어디에 있는 거냐? 그리고 넌 어떻게 여기에 온 거냐?”
“그림자 은하 역시 그림자처럼 이 은하에 붙어 서로 평형을 이루고 있지요. 그리고 저는 그림자 은하에 이상이 생겨 그걸 알려주려 온 거지요.”
“그림자 은하도 생각하고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말이냐?”
“그림자 은하는 이 은하의 저장고라고 생각하면 되지요. 이 은하의 모든 게 그대로 저장되니까요. 또 이 은하에 변화가 생기면, 그림자 은하에 저장된 내용도 바뀌게 되는 거고요. 그러니까 저는 이 은하에 있는 음악과 똑같이 저장된 음악이지요. 마고님이 만드신 최초의 음악과 똑같이 생긴 음악이라는 말이지요.”
“그거 참 신비한 일이구나. 그런데 그림자 은하에 어떤 이상이 생겼단 말이냐?”
“아주 큰 일이 벌어졌지요. 빛을 삼키는 괴물이 나타났지요. 또 어둠을 삼키는 괴물도 나타났고요. 두 괴물이 나타나 그림자 은하의 모든 것을 삼키기 시작했지요. 이대로 가면 그림자 은하의 운명은 바람 앞의 촛불이라 할 수 있지요. 그리고 그림자 은하가 파괴되면 이 은하도 어찌될지 알 수 없는 거고요. 그래서 소리의 왕이 은하를 살리기 위해 나섰지요.”
“그렇다면 큰일이구나. 빨리 궁희 아버님과 소희 어머님, 그리고 마고님께 이 사실을 알려드려야겠구나.”
“잠깐만요.”
황소가 벌떡 일어서자, 그림자 은하에서 왔다는 음악도 황급히 말했다.
“왜 그러느냐?”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소리의 왕 덕분이지요. 빛을 삼키는 괴물과 어둠을 삼키는 괴물을 처치하기 위해 절 여기로 데려온 거지요.”
그 순간이었다. 음악궁의 오음칠조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낮은 음 높은 음이 함께 섞이며 혼란스러워졌다.
그러더니 갑자기 오음칠조의 모든 음이 음 보관상자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이게 웬 일이지?”
황소가 당황하여 어찌할 줄을 모를 때였다. 황소의 몸이 둥실 뜨더니 음 보관상자로 쑥 빨려 들어가듯 사라져버렸다. 그러자 탕 소리를 내며 보관상자의 뚜껑이 닫혔다.
“아니 이럴 수가….”
황소가 손을 뻗어 음 보관상자의 뚜껑을 열려고 할 때였다.
음 보관상자가 스르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렸다. 엄청난 빠르기로 날아올랐던 것이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황소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얼마쯤의 시간이 흘렀을까? 황소는 눈을 떴다. 눈앞에 마고처럼 생긴 형체가 있었다.
“아니 마고님!”
“하하하! 이제 정신이 드느냐? 난 마고가 아니다. 앞으로 이 우주를 지배하고자 하는 소리의 왕이다.”
“소리의 왕?”
“그렇다. 이 그림자 은하를 차지하고 나면, 네가 살았던 은하도 내 차지가 될 것이다. 난 마고가 사는 은하와 그림자 은하를 동시에 다스리게 될 것이다.”
소리의 왕이라는 마고처럼 생긴 형체는 자신의 몸을 엄청나게 크게 키우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면서 말했다.
“마고님은 짐세를 다스리는 이 세상의 창조주지요. 내가 사라진 걸 알면 이곳으로 달려올 거예요. 당신은 마고님을 당해낼 수 없어요.”
“이제 오음 칠조를 차지했으니, 빛과 어둠의 괴물을 내 마음대로 다스리는 건 시간문제다. 그러면 이 우주에서 가장 크고 센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마고건 누구건 나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
소리의 왕이라는 형체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몸을 엄청난 크기로 부풀려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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