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그림자 은하
(1) 빛의 괴물과 어둠의 괴물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그림자 은하와 황소가 살았던 은하의 모습은 똑같았다. 두 곳 다 마고성이 있었고, 실달성과 허달성도 있었다.
다만 두 은하의 다른 점은 형체와 형태의 차이였다. 황소의 은하는 형체가 있는 물질로 된 은하였다. 만져볼 수 있고, 그 모양이나 모습을 구별하기도 쉬었다. 하지만 그림자 은하는 형태만 있는 반물질의 은하였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형태들이 다 그림자들처럼 손으로 만져지지 않았다. 단지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그저 단순한 그림자는 아니었다. 황소의 은하가 변화하면 그에 따라 순간순간 그림자 은하의 모든 것도 바뀌고 변화하였다. 그리고 그 변화가 아무 의미 없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존재하였다.
모든 물질과 물체에는 일정한 힘이 주어졌다. 그 힘으로 하나의 물질이나, 여러 물질이 모여 어떤 물체가 되었다. 그리고 일정기간 자신의 형체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걸 그 물체의 생명이라고 했다. 그러다 일정기간이 지나 그 물질이나 물체가 형체를 잃으면 생명을 잃었다고 했다. 하지만 생명을 잃는다는 말은 새로운 생명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뜻하는 거라고 했다.
마고는 그걸 우주의 변화와 존재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유를 예로 들어 설명을 했다.
“지유는 우주의 정기가 모여서 만들어진 물체다. 너희들이 그걸 마시면 지유는 너희들의 피와 살, 그리고 뼈가 된다. 그뿐만이 아니라, 너희들이 움직이고 생각하는 힘도 된다. 그러다 그 지유는 다시 너희들 몸을 빠져나와 우주의 정기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유를 마시면 그 지유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 지유는 언제나 그만큼의 양으로 너희들 몸으로도 존재하고, 다시 지유로도 존재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어진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모든 물질이나 물체는 변화할 뿐 없어지지 않는 거다. 그렇게 우주는 변화하며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다.”
황소가 마고의 말씀을 떠올리고 있을 때였다. 황소가 갇혀있는 방으로 그림자 은하의 소리의 왕이 찾아왔다. 벌써 세 번째다.
“어때 생각해봤느냐? 내 말대로 하면 널 이 은하의 주인으로 만들어주겠다. 바로 나의 다음 자리에 널 앉히겠다는 말이다. 그러면 넌 완벽하게 신이 되는 것이다. 이 우주가 네 것이 되는 거란 말이다.”
소리의 왕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황소를 달랬다. 하지만 황소는 입을 굳게 다물고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어려운 일이 아니잖느냐? 이 오음 칠조가 변화하는 법칙만 알려주면 된다. 그런 다음 이 오음 칠조를 가지고 빛과 어둠의 괴물을 물리칠 무기를 만드는 거다. 그 두 괴물을 없애지 않으면 이 그림자 은하는 물론 네가 살던 은하까지 위험하다는 것을 왜 모르느냐? 그러니 넌 나를 도와 그 두 괴물을 물리쳐야 한다.”
소리의 왕의 말이 길어질수록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얼굴은 험상궂게 바뀌었다.
“헛소리 말라. 이 우주가 마고님을 만들었고, 마고님이 은하를 다스린다. 그 누구도 은하를 함부로 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쯤 마고성의 식구들이 내가 없어진걸 알았을 거고 곧 나를 찾아올 것이다.”
마침내 황소가 고개를 쳐들고 소리의 왕을 날카롭게 노려봤다.
“흥! 하나는 알고 둘을 모르는 구나. 나는 마고의 힘을 잘 알고 있다. 그뿐인 줄 아느냐? 마고성에서 일어나는 일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알고 있다.”
소리의 왕은 뚜벅뚜벅 걷더니 황소의 눈앞에서 손바닥을 휘휘 저었다. 그러자 눈앞에 널따란 장막이 드리워지며 마고성의 모습이 나타났다. 마고의 모습, 궁희와 소희의 모습, 황궁을 비롯한 형제자매들의 모습이 그 장막에 비췄다.
“이렇게 너희 마고성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이 그림자 은하의 마고성에서 알 수 있다. 너희 은하의 마고성은 내 손아귀에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나와 함께 하자. 네가 신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란 말이다.”
소리의 왕은 다시 은근한 목소리로 황소를 달랬다.
그때였다. 음 보관상자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왕님! 큰일입니다. 빛의 괴물이 가까이 다가옵니다.”
“무엇이라고! 그렇다면 빨리 이 마고성을 그 괴물에게 보이지 않게 숨겨야겠구나. 나가서 그 괴물과 싸우는 동안 황소를 잘 지키도록 해라.”
소리의 왕은 다시 두 손을 휙휙 저어서 그림자 은하의 마고성을 짙은 어둠으로 감춰버렸다. 그리고 서둘러 빛의 괴물을 막으려 우주로 나갔다.
빛의 괴물은 실달성이 생길 때 만들어진 괴물이었다.
우주를 향해 달려가던 빛들이 모여 불기둥이 되었다. 그리고 엄청난 힘으로 여러 빛이 모여 엄청난 힘이 생겼다. 그리고 그 힘을 못 이겨 용솟음쳐 올랐다. 그 용솟음쳐 오른 불기둥이 폭발하였다. 잠시 세상이 멈추었고, 그 불기둥이 폭발한 자리에 실달성이 생겼다. 그런데 그때 용솟음쳐 올랐던 불기둥이 사라져버린 게 아니었다. 불기둥이 폭발한 흔적은 실달성이 되었고, 그 불기둥은 빛을 삼키는 괴물이 되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둠의 괴물도 허달성이 생길 때 만들어졌다.
온갖 형태의 어둠들이 모였다. 불덩이도 얼려버릴 차가운 어둠이 되었다. 그리고 그 어둠들이 회오리가 되었다. 그러더니 어마어마한 크기와 무게의 얼음기둥이 되었다. 그 얼음기둥이 무섭게 아래로 꺼져 내렸다. 온 우주가 사라져버릴 듯한 충격이 뒤따랐고, 그 얼음기둥이 꺼져 내린 자리에 흔적이 남았다. 그게 바로 허달성이었다. 그런데 역시 그 때 꺼져 내린 얼음기둥이 사라져버린 게 아니었다. 얼음기둥이 꺼져 내린 흔적은 허달성이 되었고, 그 얼음기둥은 어둠을 삼키는 괴물이 되었던 것이다.
그 빛을 삼키는 빛의 괴물과, 어둠을 삼키는 괴물이 그림자 은하를 없애려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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