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흰옷국의 노계가 대변일 때의 이야기입니다.
대변은 남쪽 흰옷국의 최고 두목, 그러니까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우두머리는 대통령입니다. 그래서 대통령으로 부를 때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그 대변 밑에 두 번째 권력자는 국무소변인데 그 소변의 이름은 황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줄줄이 소변들이 있는데 법무소변 교활, 창조소변 창종, 홍보소변 정헌, 교육소변 후여, 국방소변 변별 등이었습니다. 참, 도둑을 잡는 경찰소변은 신맹, 그 경찰들을 지휘하는 검찰소변은 진퇴였습니다.
대변, 소변 그렇게 모두들 날아가는 새도 말 한마디로 떨어뜨린다고 하는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이었습니다.
어느 날 이 남쪽 흰옷국에 시끄러운 일이 생겼습니다.
나라의 시작을 어느 때부터 할 것인가로 다툼이 생긴 것입니다.
‘우리는 하늘의 자손이다. 하늘이 열린 뒤, 땅이 펼쳐졌고 흰옷 입은 천신님이 나라를 세우셨다. 그 천신님이 나라를 세우신 때가 우리 흰옷국의 시작이다. 그리고 우린 그때부터 흰옷을 입고 살았다.’
백성의 90%는 그렇게 ‘흰옷국 사람들이 맨 처음 흰옷을 입은 때’를 나라의 시작이라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10%의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흰옷을 입었다는 기록이 글자로 남아있는 때’부터를 나라의 시작이라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역사는 기록이다. 기록이 곧 역사이다. 우리가 흰옷을 입었다는 걸 글자로 기록한 때가 흰옷국의 시작이다.’
또 그들 중 일부는 다른 주장을 했습니다. ‘흰옷국이 나무신발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남쪽 흰옷국을 세운 때’부터를 역사의 시작이라고 했습니다.
그러한 주장은 다음과 같은 일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한 때 이웃나라인 나무신발국이 흰옷국을 식민지로 삼았습니다. 강압적인 지배를 하면서 흰옷국 사람들을 노예처럼 부려먹었습니다.
36년이란 세월을 그렇게 힘들게 살다가 흰옷국은 어렵사리 나무신발국의 압제에서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나면서 좀 복잡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만 나라가 남쪽 흰옷국과 북쪽 흰옷국, 그렇게 두 개로 나뉘어져 버렸습니다.
나무신발국의 강압적인 지배에서 벗어날 때입니다.
흰옷국의 이웃에 곰국, 만둣국, 쌀국 등이 있었습니다. 그들 중 곰국, 만둣국은 북쪽 흰옷국 편이었습니다. 쌀국은 남쪽 흰옷국 편이었습니다. 서로 자기가 지지하는 쪽이 흰옷국을 세워야 한다고 우겼습니다.
그러면서 남쪽 흰옷국과 북쪽 흰옷국은 전쟁까지 치렀습니다. 아버지와 아들, 형과 아우가 서로 다른 편이 되어 싸웠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고, 아버지와 아들, 형과 아우는 서로 원수가 되어 남과 북으로 갈라섰습니다.
‘그러니 나무신발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남쪽 흰옷국을 세운 것은 건국이다. 따라서 그 때부터가 역사의 시작이다.’
그렇게 나무신발국의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난 때가 남쪽 흰옷국의 시작이고, 역사도 그 때부터라는 것입니다. 또한 그 때 남쪽 흰옷국의 첫 대변을 건국의 아버지로 모시자고 주장했습니다.
또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당시 남쪽 흰옷국의 정치와 경제를 거머쥔 사람들이었습니다. 당연히 그들은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려고 검찰과 경찰, 심지어 군대의 힘까지 끌어들였습니다.
“우리들은 남쪽 흰옷국을 세우기 이전의 슬프고 아픈 역사를 지워야한다. 남쪽 흰옷국을 세운 때부터가 진짜 역사이고 올바른 역사이다. 그러니 역사책도 다시 써야한다.”
남쪽 흰옷국의 대변 노계가 티비에 나왔습니다. 남쪽 흰옷국을 세운 때부터가 올바른 역사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화난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습니다.
“남쪽 흰옷국의 3번째 대변이었던 우리 아버지 계생 대변은 반신반인이며 독립투사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올바른 역사를 많이 배워야 합니다. 올바른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우주가 도와주지 않아, 혼이 비정상이 됩니다.”
그런데 이 말을 할 때 그만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습니다.
티비를 보던 남쪽 흰옷국 90%의 백성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린 것입니다. 그것도 껄껄껄 너털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웃음이 그치지 않아 배를 움켜쥐고 데굴데굴 방바닥을 구른 사람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노계 대변의 아버지인 계생 대변이 남쪽 흰옷국의 3번째 대변이었던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 계생 대변은 나무신발국의 군인 출신이었습니다.
나무신발국이 흰옷국을 식민지로 만들어 강압적으로 지배할 때였습니다. 계생은 나무신발국의 대변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칼로 손가락에 상처를 냈습니다. 그리고 흐르는 피로 충성편지를 썼습니다.
그 덕분에 나무신발국의 군인 장교가 될 수 있었습니다.
계생은 나무신발국의 군인이 되자, 흰옷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던 독립투사들을 잡는 일에 앞장섰습니다. 잡아온 독립투사들을 폭행하고 고문하는 짓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런 몹쓸 짓을 외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밥 먹듯 저질렀던 나쁜 매국노 출신이 바로 계생입니다. 백성들 90%가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매국노 계생을 독립투사라고 하니 웃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나쁜 매국노가 어떻게 남쪽 흰옷국의 대변이 되었는지가 궁금하게 됩니다.
하지만 궁금할 일도 아닙니다. 흰옷국을 강점하고 있던 나무신발국이 쌀국, 곰국과 전쟁을 벌이다 졌습니다. 전쟁에 진 나무신발국이 흰옷국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러자 계생은 재빨리 다시 남쪽 흰옷국의 군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회를 노려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니까 총칼로 남쪽 흰옷국을 빼앗아 대변이 된 것입니다.
그런 역사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계생의 딸인 노계 대변은 자기 아버지를 독립투사라고 한 것입니다. 더욱이 그 계생이 저지른 역사를 올바른 역사라고 하며, 그 올바른 역사를 배우지 않으면 우주가 도와주지 않아 혼이 비정상이 된다고 했습니다.
아무튼 그 티비 방송을 보고 백성들 90%가 비웃음을 웃었다는 소식이 그의 딸이며 현재 대변인 노계의 귀에 들어갔습니다.
“바로 이런 것 때문에 남쪽 흰옷국 이전의 지난 역사는 모두 지워야 한다. 100% 올바른 남쪽 흰옷국을 만들겠다는 내 말을 감히 비웃다니 용서할 수 없다. 날 비웃은 90%의 백성들은 우리 국민도 아니다. 남쪽 흰옷국 이전의 잘못된 역사를 배워 혼이 비정상이 된 것이다.”
또 다시 노계 대변이 노기등등하여 티비에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흰자위가 보이게 두 눈을 부릅뜨고 위와 아래, 왼쪽, 오른쪽을 차례차례 노려보며 말했습니다.
그러니 어느 때부터를 남쪽 흰옷국의 시작이라 할 것인가의 문제로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백성들은 역사책을 다시 써야한다는 문제로 서로 삿대질을 해가며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90%의 백성들이 생각하는 흰옷을 처음 입었을 때를 나라의 시작으로 정하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역사책을 다시 쓸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나무신발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남쪽 흰옷국을 세운 때가 나라의 시작이다. 그 때 첫 대변이 건국의 아버지다. 우리 남쪽 흰옷국은 새로 생겨난 신생국가이다.’라고 우기는 10%의 백성들은 모두가 힘과 돈을 가진 자들이었습니다. 또 힘과 돈을 가진 자들 밑에서 먹고사는 노예들이었습니다.
특히 노계 대변과 그의 아버지가 태어난 구미호 지역의 선산족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떠들어댔습니다.
“우리 남쪽 흰옷국 3대 대변인 계생은 반신반인이다. 그 뒤를 이어 또 다시 대변이 된 노계는 공주이며 역시 반신반인이다. 우리 인간은 모름지기 그 반신반인을 이제 온전한 신으로 받들어 모셔야 한다.”
그러면서 날마다 계생 동상 앞에서 향불을 피우고 감동의 눈물 속에서 남쪽 흰옷국의 건국역사를 다시 쓰자고 기도를 했습니다.
그렇게 서로 생각이 다르니, 날마다 다툼이 있어 남쪽 흰옷국이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입니다.
흰옷국의 시작을 흰옷 입었을 때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사람이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아 식물인간이 되는 사건이 생겼습니다.
마침내 백성과 경찰이 전쟁을 벌인 것입니다. 농사를 지어야할 백성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매국노 계생을 독립투사로 만드는 역사책을 쓰지 말라’ 고 외쳤습니다. 그러자 도둑을 잡아야 할 경찰이 그 백성들을 향해 물대포를 쏜 것입니다.
하지만 그 소식을 들은 노계 대변은 더욱 분노하여 노기로 가득 찬 쇳소리로 외쳤습니다.
“남쪽 흰옷국 백성들의 혼이 비정상이다. 이럴 때일수록 백성들을 올바르게 가르쳐야 한다. 그러면 우주가 도와주고, 올바른 기운이 오고 혼이 정상이 될 것이다.”
그렇게 마냥 똑같은 노계 대변의 독기 오른 쇳소리 외침이 있은 다음 날입니다. 국무소변 황식이가 나섰습니다.
법무소변 교활, 창조소변 창종, 홍보소변 정헌, 교육소변 후여, 국방소변 변별을 불렀습니다. 경찰소변 신맹, 검찰소변 진퇴도 불렀습니다.
모두들 허겁지겁 모여서 두 주먹을 불끈 쥐면서 노계 대변에 대해 충성을 맹세했습니다.
“위대하신 노계 대변의 둔마들이여! 이제 우리가 나서야하오.”
특히 그들 소변들은 스스로 자신들을 가리켜 둔마라 했습니다. 둔마는 둔한 말이란 뜻입니다. 오래 전 임금이 나라를 다스릴 때 신하들이 그들의 주군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쓰던 말입니다. 자신이 둔한 말이니 채찍으로 엉덩이를 때려서 길들여 주라는 것입니다.
“위대하신 노계 대변이 우리들 미련한 둔마를 채찍질하여 주시니 우리는 엎드려 울면서 충성을 다합시다. 백성교육홍보단을 꾸려 백성들을 올바르게 가르칩시다.”
“좋습니다. 우리 멍청한 둔마들이 엉덩이에 흐르는 피로 혈서를 씁시다. 계생 반신반인의 후손이시며 또한 반신반인이신 노계 대변을 위해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합시다. 부디 명령만 내리십시오. 백성들을 올바르게 가르쳐 올바른 역사책을 만들겠습니다. 우주가 도와주고, 올바른 기운이 오도록 혼을 정상으로 만들겠습니다.”
그리하여 남쪽 흰옷국 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백성교육홍보단이 발족되었습니다.
“딴따라패는 필수입니다. 또한 종편 기레기들도 대규모로 데리고 갑시다.”
그렇게 해서 종편이라 부르는 티비와 신문의 기레기들도 소집했습니다. 기레기는 예전의 신문사 방송국의 기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높임말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세상의 쓰레기처럼 사람을 위해 희생한 거룩한 사람이란 뜻입니다.
이름을 알만한 딴따라들로는 손해, 불알, 미자, 순대 등이 있었습니다. 모두들 한때 남쪽 흰옷국의 백성들을 웃기던 우스꽝스럽고 천연덕스런 딴따라패였습니다.
백성교육홍보단은 가는 곳마다 사람들로 득시글이었습니다.
교육홍보에 참석하는 사람은 라면 8개와 막걸리 한 병, 고무신 두 켤레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하지만 불참하는 사람은 도로보수 공사에 나가 무상으로 사흘간 일을 해야 했습니다.
당연히 백성교육홍보단에 사람이 우글우글, 바글바글 모였습니다.
“먼저 연설이 있겠습니다.”
맨 처음 순서는 연설이었습니다. 국무소변 황식이부터 차례로 연설을 했습니다.
“어떤 곳에서든 얼굴에 복면을 하지 말라. 복면을 쓰고 얼굴을 가리거나 이름을 밝히지 않으면 혼이 비정상이며 우주가 도와주지 않는다. 나는 오랫동안 위대하신 반신반인 계생 대변을 존경하고 사랑하며 대이어 위대하신 노계 대변을 모시고 있어 그런 기운이 오고 있다. 오! 복면을 벗어라. 이름을 밝혀라. 위대하신 계생 대변과 노계 대변을 받들어 모실지어다.”
연설은 대부분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이어지는 순서는 진료와 물품 배부였습니다.
진료는 혼이 정상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일이었습니다.
“역사책을 국가에서 써야 하느냐? 아니면 백성들이 써야 하느냐”
그렇게 물어서 국가에서 써야 한다면 정상이고, 백성들이 써야 한다면 비정상으로 진단을 내렸습니다.
물품배부는 위에서 말한 대로 라면과 막걸리, 고무신 등을 나눠주는 일이었습니다.
마지막 순서는 교육홍보의 핵심으로 영생교의 기도문을 가르치고 외우도록 했습니다.
영생교는 삶과 죽음이 하나라고 가르쳤습니다. 따라서 영생교를 믿으면 영원히 사는 거라고 하였습니다.
영생교는 노계 대변의 남편 민태라는 사람이 창조한 종교입니다. 그 창조교주였던 민태는 죽고 지금 2대 교주는 회윤이란 사람입니다.
이 회윤이란 사람은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했습니다.
‘온갖 세상 먼지로 나비 떼를 창조하니 낙엽이 꽃송이가 되더라. 구르는 돌을 꽃구름으로 만들고 입김을 불어 무지개다리 놓으시도다.’
영생교의 찬송가입니다. 이 찬송가는 제 2대 교주인 회윤이 창조교주인 민태의 초능력을 시로 창조하고 거기에 가사를 붙인 거라고 했습니다.
영생교 기도문 역시 창조교주 민태가 처음 만들고, 2대 교주 회윤이 완성한 것입니다. 그 기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구미호의 선산에 계신 계생 아버지시여,
반신반인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
남쪽 흰옷국이 나무신발국에서 벗어난 때가 건국이라
긍정적으로 새로 태어나 신생국이 되나니
반신반인의 뜻이 하늘과 땅에서 함께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흰옷국 백성에게 우주의 어떤 기운이 와서
혼이 정상이 되도록 국정교과서 세상을 주소서
그리하여 복면 쓴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아이스(아이에스를 노계 대변이 아이스라 발음하여 그 때부터 아이에스가 아이스가 바뀌었음)와 테러리스트에게서 구하소서.
부지런한 벌꿀은 우주가 도와주나니
반신반인의 신비와 영광이 영원하소서.’
이렇게 남쪽 흰옷국 교유홍보단은 전국을 돌며 백성들을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남쪽 바닷가 어느 섬마을을 마지막으로 들렸습니다. 백성교육홍보의 마침표를 찍게 된 겁니다.
그런 뿌듯한 마음으로 섬사람들을 모아놓고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더욱 열심히 가르치고 또 가르쳤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우리 남쪽 흰옷국 백성들은 모두 100% 남쪽 흰옷국 백성이 되었다.”
마침내 일정을 마친 국무소변 황식 이하 모든 교육홍보단은 기쁨과 만족의 웃음으로 만세를 불렀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행사장 밖이 시끌벅적했습니다.
“무슨 일이냐?”
경찰소변 신맹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살펴봤습니다.
“노인 세 명이 영명하신 소변 어르신들을 뵙고자 합니다.”
“아이스 복면을 안 썼으면 들어오도록 해줘라.”
그렇게 해서 허름한 옷차림의 세 노인이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반신반인의 지도자이시고, 무지개빛 아우라로 빛나는 위대하신 노계 대변의 둔마이며 대리인이신 영명하신 황식 국무소변이 이곳에 계신다. 그러하거늘 너희는 무슨 일로 이리 시끄럽느냐?”
먼저 법무소변 교활이 눈을 부라리며 세 노인을 나무랐습니다.
“내 이래서 일찍이 무식하고 미천한 섬놈들은 가르치기 힘들다고 주장했지요. 저들처럼 아무리 가르쳐도 예의를 모르고 시끄럽게 떠드는 인간은 남쪽 흰옷국 국민이 아니오.”
홍보소변 정헌도 옆에서 세 노인을 꾸짖었습니다.
“오! 용서하소서. 우리는 고기를 잡아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불쌍한 노인들이오. 오늘도 고기를 잡으러 나갔기에 겨우 이 시각에야 이곳에 왔지요. 저희들도 그 신비롭고 영험하다는 영생교 기도문을 배우고자 합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미천한 이 노인들이 영생교 기도문을 배우도록 은혜를 베풀어주시옵소서.”
세 노인은 두 손을 모아 소원을 빌 듯 간절하게 말했습니다.
“좋소. 반신반인의 지도자이시고, 무지개빛 아우라로 빛나는 위대하신 노계 대변과 그의 둔마이며 대리인이신 영명하신 황식 국무소변의 은총으로 내 그대들에게 은혜를 베풀겠소. 한 번만 더 영생교의 기도문을 가르쳐주겠소.”
교육소변 후여가 마지못해 앞으로 나섰습니다.
그렇게 해서 ‘구미호의 선산에 계시는’의 영생교 기도문이 노을로 물들어가는 저녁 하늘 높이 한 번 더 울려 퍼졌습니다.
그리고 기도문과 함께 손해, 불알, 미자, 순대 등 딴따라패들이 부르는 찬송가도 큰 소리로 노을 지는 하늘을 흔들었습니다.
“아!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요?”
노인 하나가 한발 짝 앞으로 나왔습니다.
“은혜고 뭐고 깔따구가 물어서 더 이상 이 더러운 섬마을에 있고 싶지 않소. 한시 빨리 떠나야겠으니 당신들도 그냥 집으로 돌아가시오.”
국방소변 변별이 섬 모기인 깔따구에게 물린 팔다리의 물집을 보여주며 신경질을 부렸습니다.
“아이고, 진정으로 미안합니다. 잠깐이면 됩니다. 제가 가진 재주라고는 이것 밖에 없습니다. 오늘의 큰 은혜를 갚을 테니 눈요기나 하십시오.”
그러면서 노인이 시커멓게 소용돌이 치고 있는 깔따구 떼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나비가 되어라.”
아! 참으로 놀라운 광경이었습니다. 그 하늘 한쪽을 시커멓게 덮었던 깔다구 떼가 모두 나비로 변한 것입니다. 흰나비, 노랑나비, 호랑나비가 되었습니다.
온통 그 아름다운 나비들이 하늘을 뒤덮였습니다.
“저도 한 가지 재주로 은혜를 갚겠습니다.”
뒤이어 두 번째 노인이 앞으로 나왔습니다. 손으로 풀잎을 한 줌 뜯더니 입으로 훅 불면서 말했습니다.
“꽃송이가 되어라.”
아! 역시 참으로 놀라운 광경이었습니다. 하양꽃, 노랑꽃, 빨강꽃이 쑤욱 쑥 피어났습니다. 눈앞의 들판을 온갖 꽃들이 뒤덮었습니다.
“저도 은혜를 갚도록 해주십시오.”
세 번째 노인이 앞으로 나섰습니다. 땅바닥에 있는 돌멩이 세 개를 주워 휙 하늘로 던졌습니다.
“꽃구름이 되어라.”
아! 참으로 놀라운 광경이었습니다. 돌멩이가 뭉실뭉실 꽃구름이 되었습니다. 하양구름, 노랑구름, 빨강구름이었습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무지개다리가 땅에서 그 구름까지 놓였습니다.
“저, 꽃구름이 우리 집입니다. 오늘은 바쁘시다니 다음에 한가할 때 놀러 오십시오. 그럼 잘 가십시오. 우리 불쌍하고 멍청한 세 노인은 이제 그만 집으로 가렵니다.”
세 노인은 허리를 깊숙하게 굽혀 절을 하더니, 성큼성큼 무지개다리 앞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그 무지개다리를 또 성큼성큼 걸어 꽃구름으로 올라갔습니다.
“세 영감님! 내일 고기 잡으면 제가 살게요. 내일 봐요.”
교육홍보를 받으러 왔던 사람들 중 하나가 큰 소리로 세 노인에게 말했습니다.
“어이! 알았네. 내일 보세나.”
세 노인은 꽃구름으로 올라가고 무지개다리는 한동안 그대로 있었습니다.
‘온갖 세상 먼지로 나비떼를 창조하니 낙엽이 꽃송이가 되더라. 구르는 돌을 꽃구름으로 만들고 입김을 불어 무지개다리 놓으시도다.’
황식 국무소변 이하 모든 소변들은 눈앞의 놀라운 광경에 입만 쩍 벌리고 있었습니다.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를 않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딴따라패는 딴따라패였습니다. 손해, 불알, 미자, 순대 등 딴따라패들은 미친 듯 몸을 떨며 영생교 찬송가를 불렀습니다.
노계 대변 앞에서는 그냥 찬송가라고 생각하고 불렀으나, 이번에는 너무 신비스러운 광경에 그만 혼이 비정상이 되어 부르고 또 불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