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동화

황녀의 영웅들 1권-신들의 시대

운당 2015. 8. 27. 06:27

3. 천신 마고 태어나다

 

(1) 마고, 짐세(朕世)를 열다

 

빛덩어리들이 모여 폭발하더니 실달성이 생겼다. 어둠 조각들이 모여 큰 기둥이 되어 무너져 내리더니 허달성이 생겼다. 그리고 소리들이 실달성과 허달성에 감응하더니 마침내 마고성이 생겼다.

그렇다면 마고성은 무엇인가? 태초의 별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별이 된 것이다. 혼돈과 혼란스럽던 세상이 어느 정도 질서가 잡히고 균형이 이루어진 것이다.

마고성이 지구별을 새롭게 할 것이다. 지구별에 생명체가 살고, 그 생명체가 변화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할 것이다.

이제 무얼 하지?”

소리들은 마고성을 바라보며 다시 생각했다.

우린 실달성에서 생명의 힘을 가져왔지. 그리고 허달성에서는 변화의 힘을 가져왔어. 그 생명과 변화의 힘이 마고성이 된 거야.”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이 마고성에 생명이 살고 그 생명이 변화하도록 만드는 일이야.”

맞아. 그게 바로 우리가 할 일이야.”

소리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이제 마고성을 돌자. 마고성과 우리가 하나가 되는 거야.”

그래, 그렇게 하자.”

소리들은 다시 모여서 하나의 기다란 소리의 줄이 되었다. 그리고는 마고성을 돌기 시작했다. 도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그 속도가 빨라졌다. 실달성과 허달성을 돌 때처럼 소리의 줄은 둥근 고리처럼 보였다. 마고성이 마치 반지를 낀 것처럼 보였다.

소리들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이제 눈으로도 확인할 수가 없었다. 마침내 소리들은 움직이지 않고 그림처럼 정지해버렸다. 그러다 그만 아무 것도 안 보였다. 형체가 있는 듯싶더니 스르르, 그냥 눈앞에서 휙 요술처럼 사라져버렸다. 아름답고 신비한 소리만 남았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마고성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태양계의 별에서 온 태초의 소리는 아니었다.

나는(짐은) 누구일까? 나는(짐은) 누구란 말인가?”

그 목소리가 태양계 우주를 향해 퍼져나갔다. 그러더니 하나의 형체가 또 나타났다. 바로 마고였다.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마고성에 형체를 드러내며 말을 한 것은 지금의 사람과 같은 모습이었다.

마고는 태초의 신이며 생명이었다. 하지만 마고는 남자도 여자도 아니었다. 남자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한 세상의 창조자였다. 우주가 마고를 만들었고, 마고가 다시 우주를 새롭게 바꿔갈 수 있는 힘을 가졌다.

마고는 손바닥에 턱을 괴고 눈을 감은 채 곰곰 생각에 잠겼다. 오랜 시간을 자기가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가를 생각했다.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했다.

그 때 어디선가 느낌이 다가와 마고의 마음을 두드렸다.

당신은 이 세상 태초의 신이며 생명이지요.”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누구지요?”

난 실달성이지요.”

실달성이요?”

그래요. 바로 마고성 옆에 있지요.”

나도 당신을 만들었지요. 당신은 태초의 신이며 생명이지요.”

당신은 또 누구요?”

난 허달성이지요. 나 역시 바로 당신 옆에 있지요.”

그 때 허달성에서도 느낌이 다가와 마고의 마음을 두드렸다.

내가 신이고 생명이라면 난 무엇을 해야 하지요?”

그건 생각해봐요. 생각하면 알 수 있을 거지요. 난 단지 당신에게 생명의 힘을 주었을 뿐이니까요. 이제부터는 당신이 알아서 해야 하지요.”

실달성의 느낌이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난 당신에게 변화의 힘을 주었을 뿐이지요. 당신이 할 일은 당신이 알아서 해야 하지요.”

허달성의 느낌도 더 이상 느낄 수 없었다.

여보세요. 실달성님! 허달성님! 잠깐만 기다려줘요.

마고가 황급히 소리쳤지만, 더 이상 실달성과 허달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자 뒤이어 다른 마음이 여럿 다가왔다.

당신은 태초의 신이고 생명이며 우리의 주인이지요. 앞으로 이 우주를 다스릴 분이지요.”

당신들은 누구지요?”

우린 태초의 소리들입니다. 태양계의 별들에서 생겨난 소리들이지요.”

태양계의 별들에서 생겨난 소리라고요?”

그렇지요. 우리 소리들은 느낌으로 생각을 하지요. 그리고 그 생각으로 지구별에 마고성을 만들었지요. 이 마고성에는 생명의 힘과 변화의 힘이 있지요.”

생명의 힘과 변화의 힘이 있다고요?”

그렇지요. 바로 그 생명의 힘과 변화의 힘은 마고의 것이지요.”

태초의 신이며 생명이신 마고님! 그 힘으로 이 마고성에 생명이 살고, 그 생명이 번성하도록 하세요.”

어떻게 그 일을 하지요?”

생각하세요. 생각하면 길이 열릴 겁니다.”

태초의 소리들도 마고의 마음에서 느낌을 거두어갔다. 마고는 이제 그 태초의 소리를 붙들지 않았다. 서서히 고개를 들어 광활한 우주를 바라보았다. 수많은 은하들이 셀 수 없는 많은 별들이 빛을 뿌리고 있었다. 크고 작은 은하가 바다 위의 섬처럼 둥실둥실 떠있었다.

(), 마고! ()이 세상을 다스린다. 이 우주는 나의(짐의) 세상이다.”

마고는 드넓은 우주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태초의 신이며 생명인 마고가 다스리는 짐세(朕世:나의 세상)는 그렇게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