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세상을 다스리다
(1) 궁희와 소희
마고가 소리를 음이라 이름 붙이고 두 종류로 만들었다.
하나는 생명체는 들을 수 없는 음이었다. 아주 높은 음이 들리지 않으니 세상이 조용해졌다. 아주 작은 음도 들리지 않으니, 역시 세상이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또 하나는 생명체가 들을 수 있는 음이었다. 듣기 좋은 다섯 음을 골라 칠조로 가다듬었다. 오음칠조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마고가 처음 한 일이었다. 그렇게 세상은 조금 더 질서가 잡혔다.
마고의 얼굴에 미소가 살포시 떠올랐다. 마고는 흐뭇한 마음으로 천천히 계단을 걸어 마고성의 가장 큰 건물이고 높은 곳에 위치한 천신궁으로 올라갔다. 천신궁은 마고가 세상을 다스릴 궁궐이었다.
마고는 마침내 천신궁의 한 가운데에 놓여있는 천제의 옥좌에 앉았다.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우주가 눈앞에 있었다. 마고는 발아래 왼쪽의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실달성과, 오른쪽에 흐릿하게 떠있는 허달성을 바라보았다.
‘아니. 저게 누구지?’
그 때 널따란 장막처럼 보이는 허달성의 성벽에 어떤 모습이 비추었다. 실달성의 푸른빛을 받아 허달성의 성벽이 거울이 되어 있었다.
‘아, 저게 바로 나구나. 이 마고, 짐의 모습이구나.’
깜짝 놀랐지만 마고는 그 허달성의 성벽에 비친 모습이 자신임을 알아차렸다. 마고는 한동안 자신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동그스름하면서도 갸름한 얼굴, 위쪽에는 검은 머리칼이 있었다. 그리고 반듯한 이마가 있고, 두 귀와 두 눈이 있었다. 얼굴 가운데쯤에 오뚝 솟은 코, 그리고 두 개의 입술로 만들어진 입이 있었다. 떡 벌어진 가슴과 두 팔이 있었고, 튼튼한 두 다리가 엉덩이와 함께 움직였다. 바로 태양과 여덟 별의 위치와 모습이 마고라는 신의 형체가 된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모습을 유심히 살피던 마고는 이상함을 느꼈다.
먼저 머리카락의 모습이었다. 왼쪽 머리칼은 짧고, 오른쪽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짧은 머리 쪽 눈은 길게 찢어진 눈이었고, 긴 머리 쪽의 눈은 크고 동그스름하며 쌍꺼풀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짧은 머리 쪽의 가슴은 단단하게 각이 졌고, 긴 머리 쪽은 볼록 솟아있었다. 손도 짧은 머리 쪽은 억센 근육이었고, 긴 머리 쪽은 부드럽고 가냘 펐다. 다리도 손과 마찬가지였다. 다만 길이는 같아 걷기에 큰 불편이 없을 뿐이었다.
‘왜 양쪽이 균형을 이루지 않고, 이렇게 다른 모습일까?’
마고는 궁금했다. 한 몸인데도 왼 쪽, 오른 쪽이 같지 않고 서로 다른 모습이란 게 이상했다.
하지만 마고는 금세 깨달았다.
‘나는 창조자야. 이 세상을 만들어야 해. 하나를 가지고 둘을 만들어야 해. 바로 그런 이유로 나는 두 개의 몸을 한 몸에 지니고 있는 거야.’
마고는 자신이 창조자로 또 다른 자기를 만들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마고는 남자도 여자도 아니었다. 달리 말하면 남자이고 여자였다. 반은 여자의 모습으로, 반은 남자의 모습이었다.
그러자 마고는 할 일이 생겼음을 또 깨달았다.
‘그래, 나를 만들자. 이제 나를 도와 이 세상의 일을 맡아볼 새로운 생명을 만들자.’
마고는 자신과 닮은 형체를 생각했다. 한 사람, 또 한 사람 마고는 마음으로 그 형체를 만들었다. 그리고 마고는 왼쪽 옆구리를 열어 한 아이를, 오른쪽 옆구리를 또 한 아이를 낳았다. 바로 자신을 닮은 생명을 만들었으니 궁희와 소희다.
그러나 궁희와 소희는 반은 남자, 반은 여자의 몸이 아니었다. 궁희는 완전한 남자의 모습이었고, 소희는 완전한 여자의 모습이었다. 궁희는 억세고 강한 몸매를 가졌고, 소희는 아름답고 부드러운 몸매였다.
하지만 궁희와 소희의 몸은 무게가 없었다. 어디든 훨훨 날아서 갈 수 있는 가벼운 몸이었다. 당연히 먹을 것도 필요 없었다.
그리고 어린애로 태어난 것도 아니다. 바로 어른의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사람의 모습이긴 했어도 궁희와 소희는 지금과 같은 사람은 아니었다.
궁희와 소희는 마고의 발아래 엎드렸다. 이마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고서 머리, 가슴, 배, 다리, 발 등 자신의 온 몸을 차례로 만지고 몸을 일으켰다. 그런 다음 두 손을 가슴 앞에서 공손히 모았다. ‘이 세상을 살아갈 몸과 생각할 힘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뜻을 나타내는 태초의 인사예절이었다. 마고가 궁희와 소희에게 그렇게 하도록 가르쳤다.
궁희와 소희의 절을 받은 마고가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너희는 짐을 도와 세상을 다스려야 한다. 궁희는 빛과 어둠을 맡아서 살피도록 하라.”
마고는 궁희에게 빛과 어둠을 살피도록 했다. 드넓은 우주는 아직 대폭발의 흔적이 가시지 않아 혼란하고 혼돈스러웠다. 은하계 우주의 한 쪽에 있는 태양계 우주도 아직은 무질서하고 불안정했기에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잘 살피도록 당부를 했다.
“소희는 오음칠조를 맡아서 관리하라. 오음칠조를 더욱 가다듬어 세상을 평화롭게 해야 한다.”
소희에게는 오음칠조를 관리하는 일을 맡겼다. 오음칠조를 만든 마고는 역시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우주의 무질서에 흔들려 오음칠조가 흐트러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소희에게도 단단히 당부하였다.
“짐은 새로운 생명의 창조를 맡아 보겠다. 그리고 그들에게 변화의 힘을 주도록 하겠다. 저 우주의 빛과 어둠, 그리고 오음칠조로 이 세상에 생명이 넘쳐나고 그들이 또 세상을 변화시키도록 하겠다.”
오음칠조를 만든 마고는 이어 궁희와 소희를 만들었다.
궁희는 빛과 어둠의 신, 소희는 오음칠조의 신, 마고는 이 세상, 광활한 우주를 다스리며 새로운 생명과 그들에게 변화의 힘을 주는 천신이며 창조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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