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마고 음을 만들다
크게 외치며 마고는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
‘아, 그렇다. 내가 바로 이 세상이다. 내가 이 세상에 생명을 만들고 그 생명에게 변화의 힘을 주는 창조주다.’
순간 마고의 가슴속에서 환한 빛이 솟구쳤다. 신비하고 아름다운 소리와 어울리며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내가 이 세상이다! 이 세상이 나다!”
마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팔을 크게 벌렸다. 그리고 다시 또 크게 외쳤다. 온 우주가 부르르 떨었다.
쏜살같이 달리던 빛이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고, 어둠도 숨을 죽였다. 소리들도 마고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야아! 나는 이 세상의 생명이다. 이 세상의 주인이다.”
마고는 가슴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또 한 번 목청껏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한 걸음 나아가 드넓은 우주를 바라보았다. 저만큼 두 개의 성이 보였다.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성은 실달성이었다. 어둠 속에 흐릿한 성은 허달성이었다.
‘음, 저 두 성이 바로 실달성과 허달성이구나.’
마고가 오른손을 들어 실달성을 가리켰다. 그러자 실달성이 부르르 떨었다. 마고의 손길이 움직이는 대로 위, 아래, 오른쪽 왼쪽으로 움직였다. 가까이 다가오기도 하고, 뒤로 멀어지기도 했다. 마고의 생각에 따라 움직였다.
마고는 다시 왼손을 들어 허달성을 가리켰다. 그러자 허달성도 부르르 떨며 마고의 마음에 느낌을 주었다. 마고의 손짓과 생각에 따라 순순히 움직였다.
‘이제 두 성은 날 도와야 한다. 내 뜻에 따라야 한다.’
실달성과 허달성은 부르르 떨며 마고의 뜻에 복종하겠다는 뜻을 알렸다. 마고는 흡족했다.
마고가 이번엔 태초의 소리에게 느낌을 보냈다. 이내 태초의 소리에게서도 응답이 왔다. 여덟 가지 태초의 소리가 부르르 떨면서 마고의 마음을 따라 움직였다. 소리를 높이고, 낮추고, 늘이고, 줄일 수 있었다.
‘태초의 소리도 내 뜻에 따라야 한다.’
태초의 소리는 다시 부르르 떨어 마고의 뜻에 따르겠음을 알렸다.
‘자, 이제 일을 하자. 나의 세상에 생명을 만들고 그 생명에게 변화의 힘을 주자.’
마고는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렇다. 먼저 소리들에게 새로운 생명과 변화의 힘을 주자.’
마고는 실달성과 허달성을 8자 모양으로 휘돌아 흐르는 소리를 가슴으로 잡아당겼다. 높고 낮고, 길고 짧고, 크고 작고, 빠르고 느린 소리였다. 평화로움과 두려움이며, 기쁘고 슬프며, 희망과 낙망이며, 아름다움이며 더러움의 느낌이 가슴에 와 닿았다.
하지만 그 소리들은 광활한 우주의 소리였다. 우주의 어둠과 빛이 감응하는 소리였다. 우주의 혼돈과 혼란이 뒤섞여 있는 소리였다.
생명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신이었지만, 마고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소리였다.
또 그 소리들은 마고의 마음에 한 가닥 한 가닥 들어오다가 순간순간 제멋대로 바뀌었다. 수백, 수천 가닥의 소리가 한꺼번에 폭풍우처럼 휘몰아쳤다. 조용하다가도 산더미로 밀려와 바위벼랑을 때리는 파도, 하늘을 찢는 천둥 번개처럼 쿵쾅거렸다.
태초의 소리들은 그동안 서로를 받아들이고, 감응하고, 배려하는 법을 익혔다. 하지만 아직도 마고에게는 단지 우주의 굉음일 뿐이었다.
‘이 소리는 우주의 소리다. 이 소리에서 새 생명에게 필요한 소리를 찾아야겠어. 그걸 나는 음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거다.’
마고는 마음을 정했다. 소리에서 음을 만들기로 했다.
마고는 다시 눈을 감고 우주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온갖 소리가 제멋대로 질러대는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소리에서 필요한 소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좋은 소리를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세상을 찢어 버릴 듯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는 거칠고 사나운 소리는 걸러냈다.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천둥소리처럼 무섭고 두려운 공포의 소리도 걸러냈다. 화산이 폭발하여 세상을 덮치는 소리, 해일이 밀려와 세상을 쓸어버리는 혼란스러운 소리도 걸러냈다.
그 대신 짝을 찾는 새의 노랫소리, 봄볕에 꽃잎이 벌어지는 소리, 벌이 붕붕대고 나비가 날개 짓 하는 평화로운 소리를 골랐다. 산들바람에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흰 눈이 녹아 졸졸 흐르는 시냇물소리처럼 아름다운 소리를 골랐다. 어머니가 저녁 먹으라고 아들딸을 부르는 소리, 저 멀리 떨어진 집짐승을 찾는 정겨운 소리도 골랐다. 세찬 비바람을 헤치며 가족들의 식량을 구하러 집을 나서는 용감한 젊은이,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기 위해 세찬 물속에 뛰어드는 용기 넘치는 의로운 소리도 골랐다. 사냥 길에 다친 사람, 전쟁터에서 숨진 사람,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사람을 위로하는 희망의 소리도 골랐다.
마고는 그렇게 셀 수 없이 많은 소리 중에서 사람이 듣기에 좋은 소리를 다섯 개 골랐다. 평화로움, 아름다움, 정겨움, 힘참, 희망의 느낌을 주는 소리들이었다.
그런 다음 나머지 우주의 소리들도 정리하였다. 자기가 골라 낸 소리보다 더 높은 소리를 한데 모았다. 너무 높은 그 소리는 생명체가 들을 수 없도록 성질을 바꾸어 버렸다. 마찬가지로 자기가 고른 낮은 소리보다 더 낮은 소리도 한데 모았다. 그 작은 소리도 생명체에게는 들리지 않게 만들어버렸다.
마고는 골라 낸 다섯 소리들을 음이라 이름 지었다. 그 다섯 음의 이름을 아래쪽 음부터 차례로 궁상각치우라 이름 붙였다. 그러니까 가장 낮은 음은 궁이요, 가장 높은 음은 우였다.
그리고 또 다섯 개의 음이 각각 일곱 개의 높낮이에서 흐를 수 있게 하였다. 음이 다섯 개 뿐이지만, 얼마든지 많은 음으로 바꿀 수 있게 하였다. 한 음이 일곱 개의 높낮이니까 모두 35개의 높낮이로 부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마고는 그렇게 다섯 개의 음이 일곱 가닥에서 흐르게 하고 그걸 오음 칠조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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