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동화

황녀의 영웅들 1권-신들의 시대

운당 2015. 8. 21. 10:04

(2) 또 하나의 성 마고성

 

어둠 속에서 빛의 대폭발이 있었다. 너르고 너른 우주에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흩뿌려졌다. 그 별들이 모여 작은 우주를 이루었다. 그 작은 우주가 또 넓고 큰 우주가 되었다.

그 넓고 큰 우주 중의 하나가 은하계 우주였다. 또 태양계 우주는 은하계 우주를 이루는 작은 우주였다.

태양계 우주는 빛과 열을 내뿜는 태양과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여덟별로 이루어진 우주였다.

그 태양계 우주에서 태초의 소리가 생겼다. 하지만 당시는 태초의 우주가 만들어지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우주는 혼돈스럽고 혼란스러웠다.

태양계 우주도 마찬가지였다. 태양을 중심으로 여덟별이 사람의 모습처럼 눈과 코, 입과 가슴, 배꼽이 있는 배와 생식기가 있는 엉덩이, 무릎과 발의 위치에 늘어선 형태였다. 하지만 어머니의 뱃속에 있는 태아처럼 아직은 어린 우주였다.

그때에 태초의 소리가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태양계 우주의 입이라 할 수 있는 지구에 그 소리들이 모여 서로 감응하여 어떤 느낌을 갖기 시작했다. 그런가싶더니 빛의 느낌이 생각이 되어 형체를 만드니 바로 실달성이었다. 또 어둠의 느낌이 생각이 되어 형체를 만드니 바로 허달성이었다.

실달성과 허달성은 지구별의 양쪽에 둥실 떠있었다. 서로 머얼리서 마주 바라보고 있었다. 환하게 빛을 뿌리는 실달성은 따뜻해보였다. 어둠 속에 잠겨있는 허달성은 얼음덩어리처럼 차갑고 썰렁해보였다.

그런 어느 날이었다.

서로 감응하여 받아들이고, 조화를 이루며 거친 소리를 부드럽게 다듬어가던 소리 하나가 생각을 말했다.

난 오늘 저 실달성과 허달성을 돌고 왔어. 그랬더니 소리가 더 맑고 깨끗해졌어.”

그래? 그래서였구나. 나도 어제 거길 다녀왔거든. 그랬더니 내 소리도 더 부드럽고 매끄러워졌어.”

맞아. 나도 그 생각을 말하려던 참이야.”

여기저기서 소리들이 말을 거들었다. 모두들 실달성과 허달성을 다녀온 이야기를 나눴다.우리 왜 그러는지 생각을 모아보자.”

그래, 생각해보자.”

소리들은 생각을 모았다. 실달성과 허달성을 다녀온 뒤 자기들의 소리에 변화가 왜 생겼는지를 곰곰 따져보았다.

그 때 실달성에서 어떤 느낌이 전해왔다.

태초의 소리님! 실달성은 생명의 그릇입니다. 실달성을 다녀가면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는 거지요.”

그 때 허달성에서도 어떤 느낌이 전해졌다.

태초의 소리님! 허달성은 변화의 그릇입니다. 허달성을 다녀가면 새로운 변화의 힘을 얻게 되는 거지요.”

소리들은 실달성과 허달성이 전해주는 느낌을 모아 다시 생각했다.

, 그렇구나.”

마침내 소리들은 즐거움의 환성을 질렀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지금부터 우린 우리의 생각을 형체로 만들어야 해. 그리고 저 실달성과 허달성의 그릇에 그 생각을 담아야 해. 그 생각을 형체로 만들어서 말야. 아주 대단한 일이 될 거야.”

! 정말 대단한 일이야. 생각을 형체로 만들어낸다니 말야.”

여러분! 그럼 지금부터 우리 생각을 모아 형체를 만들기로 하자.”

그래. 모두들 힘을 모아 일하자.”

태초의 여덟 소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줄로 늘어섰다. 하나의 기다란 줄 모양이 되었다.

먼저 실달성과 허달성을 돌면서 감응하기로 하자.”

여덟 가지의 소리는 실달성과 허달성을 감싸고 돌기 시작했다. 실달성을 한 바퀴 비잉 돈 다음 허달성으로 다가갔다. 그런 다음 허달성을 또 한바퀴 비잉 돌아 다시 실달성으로 돌아왔다.

그 모양이 숫자 8자처럼 보였다. 그렇게 소리들은 쉬지 않고 계속해서 실달성과 허달성을 오고가며 빙글빙글 돌았다.

처음엔 서서히 돌았다. 그러다 점점 속력을 내서 빠르게 돌았다. 휙휙 바람 소리가 나더니, 이내 그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중엔 소리가 한줄기 빛처럼 보였다. 그러더니 마침내 실달성과 허달성이 8자 모양의 고리에 하나로 묶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그 빛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세상에서 처음 듣는 노래였다. 소리들도 신이 났다. 자신들이 만드는 또 하나의 소리에 절로 빠져들었다. 누구의 마음도 끌어 들이는 신비하고 매력이 넘치는 소리였다.

우린 언제까지나 이렇게 두 성을 맴 돌아야 할까?”

그 때 소리들 중, 한 소리가 물었다.

어떤 형체가 이루어질 때까지야. 그러니 아무 생각 말고 우린 좀 더 빨리 돌기로 하자. 더 빨리!”

소리들은 더 빨리 돌았다. 이제 눈으로도 확인할 수가 없었다. 소리들은 움직이지 않고 그림처럼 그대로 가만히 정지해버렸다. 그러다 그만 아무 것도 안 보였다. 형체가 있는 듯싶더니 스르르, 그냥 눈앞에서 휙 요술처럼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아름답고 신비한 소리만 남았다. 두둥실! 그 아름답고 신비한 소리 위로 무엇이 둥실 떠올라왔다.

또 하나의 형체가 나타났다. 바로 마고성이었다.